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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검찰발' BBK 언론보도에 일희일비하고 있다.

 

검찰이 BBK 사건의 수사상황에 대한 공식적인 발표를 하지 않은 가운데 기자들이 자체적으로 확인한 정보들이 조금씩 새어나오고 있는데, 한나라당은 자신들에 대한 유불리에 따라 언론보도에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후보의 2000년에 사용하던 도장이 김경준씨가 제시한 한글계약서에 찍혔다"는 대검찰청 문서감정원의 잠정 결론에 대한 언론보도가 나온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

 

이방호 선거대책본부장 겸 사무총장은 기자회견에서 "최근 특정방송이 검찰 수사의 진행상황에 대해 '카더라' 식의 보도 태도를 취하고 있다. 개인의 피의사실을 공표하는 것은 굉장한 범법행위"라고 주장했다.

 

박형준 대변인도 "정체불명의 검찰발 기사가 선거판을 어지럽히고 있다. 검찰에 확인해보니 전혀 사실무근이라는데, 어떻게 사실무근인 기사를 이렇게 그럴 듯하게 포장을 해서 버젓이 보도할 수 있단 말이냐?"고 언론보도에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박 대변인은 "차라리 정치부 기자들이 기사를 쓰면 (사건의) 전후 맥락을 알기 때문에 균형 있는 기사가 나오지만 검찰발 기사들은 '소설'이 많다"며 검찰 출입기자들을 폄하하는 듯한 말도 했다.

 

그러나 <중앙일보>가 30일 "BBK 30억은 흥농종묘 전 회장 돈"이라는 제목의 1면 톱기사를 내보내자 한나라당 분위기는 180도 바뀌었다.

 

<중앙>은 "BBK 이사였던 홍종국씨가 검찰 조사에서 '1999년 9월 BBK에 30억원을 투자해 지분 99%를 갖게 됐고, 한두 달 뒤 절반의 지분을 김경준씨에게 판 뒤 2000년 2월 28일 이후 나머지 지분도 김씨에게 넘겼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2000년 2월 한글계약서를 작성할 당시 홍씨가 BBK의 지분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 후보가 자신에게 BBK 지분 100%를 넘겼다"는 김씨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는 게 <중앙>의 보도 내용이다.

 

홍씨는 "1999년 초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후보가 김백준씨를 통해 BBK를 창업하자고 먼저 제의했다"는 김씨의 주장에 대해서도 "김씨가 오영석·이보라와 함께 독립적인 차익거래펀드 사업을 구상했고, 함께 창업하자고 제의했다"고 상반된 진술을 했다.

 

<중앙>은 또한 "검찰이 문제의 계약서에 찍힌 이 후보의 도장이 '계약서 작성 시점보다 두 달 뒤(2000년 4월)께 만들어졌다'는 관련자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이 도장을 제작한 업자를 찾아내 정확한 제작 시점을 확인 중"이라고 전했다.

 

사실관계를 좀 더 확인해봐야겠지만, 결과적으로 이 후보에게 유리한 뉴스라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그 때문인지 한나라당은 김경준 측의 주장을 전한 언론보도들을 비난하면서도 <중앙>에 대해서는 "우리가 시종일관 주장했던 것"이라며 아낌없이 추켜세웠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30일 오전 주요당직자 선거대책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선진국에서는 피의자들의 진술은 인터뷰에서 절대 그대로 기사에 싣지 않는다. 검증해서 이것은 실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했을 때, 그것도 재판이나 수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없도록 절대로 크게 1면 톱으로 다루지 않는다. 검증을 거친 것 외에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 언론은 너무 선정적으로 피의자들의 진술을 과장되게 보도함으로서 결국 여론을 오도하고 있다."

 

그러나 안 원내대표는 <중앙> 보도에 대해서는 "참고인들의 일방적인 진술이 아니다. 검찰에서 조사한 내용을 기자가 취재한 것이기 때문에 검찰에서의 검증 절차를 거친 보도"라고 타 언론보도와의 차이를 강조했다.

 

박형준 대변인은 "오늘 <중앙> 보도는 가짜계약서 논쟁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언론인들도 범죄인의 입을 따라다니는 보도가 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달라"고 말했고, 홍준표 클린정치위원장도 "이 정도 기사를 1면 톱으로 쓰려면 검찰의 확인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거들었다.

 

그러나 "확인되지 않은 언론보도가 대선에 영향을 주면 안된다"고 강조했던 한나라당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참고인 진술을 전한 신문기사가 나오자 '환호작약'하는 것이 모순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 신문사의 법조팀 기자는 "검찰이 아직 결론내린 것도 없는데, 한나라당이나 신당이나 이쪽에서 나오는 기사에 대해 너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것같다"고 꼬집었다.

 

정성호 대통합민주신당(이하 신당) 의원은 홍씨의 주장에 대해 "그 사람이 이명박과 한나라당의 관계는 잘 모르겠지만 일정 정도 관련있다는 추측은 있어왔다"며 "수사 마지막 단계에 와서 '(BBK는) 내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검찰 발표를 지연시키려는 술책이 아닌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한편, 전날 대통합민주신당 의원들의 검찰 방문을 비난했던 한나라당은 이날 '검찰의 독립성·중립성 확보'라는 명분으로 역시 검찰을 방문하기로 했다.

 

그러나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의 BBK 사건에 대한 대응을 놓고 당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

 

서울지역의 한 의원은 기자에게 "지금으로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대세다. 그러나 당과 후보가 너무 단정적으로 BBK 사건과의 무관함을 강조해온 것이 나중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설마하니 검찰이 이 후보의 허물을 완전히 벗겨주겠나? 이 후보가 당선된 후에도 '거짓말' 논쟁에 시달리게 되면 BBK 사건의 파장이 내년 총선에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태그:#BBK, #이명박, #안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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