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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넷째 주 금요일(23일) 저녁 6시부터 도봉구민회관 대강당에서 ‘우리 춤, 우리가락’이란 타이틀로 제9회 도봉문화 예술제가 열렸다.

 

오전엔 각 반별로 예행연습이 있었다. 입장과 퇴장 그리고 무대에 올라 연주를 하는 것까지 마치고 해산, 오후 4시 30분에 다시 집합을 하기로 되어 있었다. 먹구름으로 가득하던 하늘이 오늘만 참아줬으면 하는 바람도 저버린 채 겨울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매년 이맘 때면 도봉문화원 전통국악교실에서는 다양한 연령대의 수강생들이 그동안 갈고 닦은 우리가락과 춤 솜씨를 무대에서 선보이는 발표회가 있다. 뭔가를 열심히 배우고 나면 자신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고 싶고 평가받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인가 보다. 무대경험이 없어 한편으론 긴장이 되면서도.

 

 

그간의 배운 것을 총결산하는 오늘,  짧지 않은 연습기간 그리고 철저한 리허설과 작품에 맞는 무대의상도 꼼꼼히 챙기는 등 만반의 준비가 끝났다. 

 

잠시 후 식이 거행되고 내외 귀빈들의 소개에 이어 마침내 무대의 막이 올랐다. 원색의 화려한 의상과 머리엔 오색구슬로 장식한 화관을 쓴 한 춤 초급반의 화관무를 시작으로 순서에 따라 한 팀 한 팀 무대에 올라 마음껏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밝고 경쾌한 경기민요에 비해 억양의 폭이 넓고 깊어 삶의 애환이 녹아든 듯한 구성지면서도 멋스러운 느낌을 주는 남도민요는 듯는 이의 가슴까지 후련하게 해 준다.

 

 

시간이 흐를수록 연륜이 쌓인 연구반 수강생들의 수준 높은 공연이 펼쳐질 때마다 우레와 같은 박수와 휘파람 소리로 장내가 떠들썩했다. '춘풍명월'이란 제목의 춤, 남장을 한 수강생들의 모습이 무척이나 위풍당당하다.

 

 

조명빛에 더욱 눈이 부신 의상과 곱게 빗어 넘긴 쪽머리, 나비가 날 듯 사뿐거리는 춤사위 에 따라 겹겹이 껴입은 치맛단 사이로  살짝살짝 드러나는 외씨 같은 하얀 버선발이 보는 이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어떤 이는 그 모습을 섹시하다고까지 표현했다.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는 환상의 무대,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아름다움의 극치, 마치 천상의 무희들이 내려 와 무대에서 노니는 것 같았다.

 

 

장내의 열기는 한껏 달아오르고 객석에선 “얼쑤” “절쑤” “잘 한다”라며 흥에 겨워 손장단을 치며 따라 부르기도 하고 공연이 끝나 무대에서 내려올 때면 아쉬움에 할 수도 없는 재청을 하기도 한다. 

 

어느새 예정시간을 훌쩍 넘겨 9시가 다 된 시각 마지막으로 소고춤이 소개되고 중간에 길이가 대략 15m나 된다는 12발상모가 등장해 긴 끈을 자유자재로 움직여가며 앉고 눕기도 하면서 객석을 향해 박수를 치라는 시늉의 재치까지 보인다.

 

 

어린이들도 뒤질세라 학교 공부를 하면서 틈틈이 배운 연주실력을 뽐내고 있다. 난타와 비슷한 연주 둥둥거리는 북소리와 어우러진 장구소리, 소나기가 퍼붓듯 온몸으로 열연을 하는 모습에 손바닥에 땀이 고인다. 고막이 터질 것 같더니 어느새 잦아드는 소리가 심장 뛰는 소리와 흡사했다.

 

2시간 남짓한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모처럼 우리 춤과 가락에 흠뻑 젖어 본 즐거운 시간이었다. 한국인이면서도 우리 것을 접할 기회가 흔치 않아 잘 몰랐던 것들, 그 아름다움에 취해 쉴 새없이 감탄사가 터져 나오고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아마도 객석에 외국인이 있었다면 “Wonderful~!   Wonderful~!"하며 극찬을 했을 것이다. 공연을 보면서 나도 뭔가 새로운 우리 것에 도전해 보고픈 강한 충동을 느꼈다. “역시 우리 것이 최고여~ ”


태그:#한국무용, #태평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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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저는 글쓰기를 좋아하는 52세 주부입니다. 아직은 다듬어진 글이 아니라 여러분께 내놓기가 쑥스럽지만 좀 더 갈고 닦아 독자들의 가슴에 스며들 수 있는 혼이 담긴 글을 쓰고 싶습니다. 특히 사는이야기나 인물 여행정보에 대한 글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이곳에서 많을 것을 배울 수 있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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