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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어 가는 가을 풍경과 운동하는 사람들이 어울려 아름답다.
▲ 골프장 모습 저물어 가는 가을 풍경과 운동하는 사람들이 어울려 아름답다.
ⓒ 양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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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봄 한동안 세간의 화두는 골프였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해찬 전 총리가 골프로 그 좋은 자리에서 자의도 아닌 타의에 의해 물러나야 했고, 그 여파로 국가청렴위에서 공무원 골프 금지령이 내려진 지 사흘 만에 청와대의 모 행정관이 기업인들과 골프를 쳤다가 비서관직에서 물러나야 하는 웃지 못할 사건이 연이어 일어났기 때문이다.

600여년의 역사를 지닌 골프. 영국에서 시작된 골프가 한국에 첫선을 뵌 건 1880년 원산항이 개항되어 영국인들이 들어오면서부터였다 한다. 그 후 100여년간 우리나라에서 골프는 오로지 특권층을 위한 놀이였다.

강준만(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언젠가 모 신문에 기고한 “골프공화국의 거지와 접대부”란 칼럼을 통해 골프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비판했었다.

한국 골프 광풍의 두 가지 주된 이미지는 ‘거지’와 ‘접대부’(接待婦가 아니라 接待夫)다. ‘거지’를 대표하는 건 ‘공짜 골프’에 약한 고위 공직자들과 기자들이고, ‘접대부’를 대표하는 건 ‘접대 골프’를 상납하는 기업 사주와 간부들이다. 기업들의 먹이사슬 관계에 따라 ‘거지’와 ‘접대부’ 노릇을 동시에 하는 이들도 있다.

또한, 골프는 여전히 특권층 또는 특권층에 편입되길 열망하는 사람들의 놀이이고, 골프는 수많은 놀이 중 거의 유일하게 로비용 대화를 오랫동안 비밀리에 자연스럽게 나눌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하기 때문이라는 논리.

나는 그 글을 읽으며 수긍이 가는 대목도 많다고 느꼈다. 그러나 골프의 여러 가지 기능을 긍정적인 면보다는 역기능적인 면을 부각시킨 것 같아 안쓰러운 마음이고, 더구나 이 글을 보고 우매한 사람들이 건전하게 골프를 즐기는 사람들까지 싸잡아 도매금으로 취급하게 되지 않나 하는 마음에 더 안쓰럽다.

골프는 1970년 5월호 ‘사상계’에 발표한 담시 ‘오적(五賊)(김지하 지음)’에도 등장했다. 김지하 시인은 국회의원들을 겨냥해 "때는 양춘가절(陽春佳節)이라 날씨는 화창, 바람은 건 듯, 구름은 둥실 지마다 골프채 하나씩 비껴들고 꼰아잡고 행여 질세라 다투어 내달아 비전(泌傳)의 신기(神技)를 자랑해쌌는다" (중략) “혁명 공약 모자 쓰고, 혁명 공약 배지 차고, 가래를 퉤퉤 골프채 번쩍, 우매한 국민 저리 멀찍 비켜서랏, 골프 좀 쳐야것다”라고 했다.

그 당시만 해도 골프는 서민들에게 감히 접근할 수 없는 놀이이고, 골프를 친다는 건 곧 권력과 재벌(군부독재와 정경유착하고 있는 재벌)을 뜻하는 등식이 성립했으니, 다수의 일반서민 정서로 볼 때 골프를 친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많은 이질감과 거부감을 느끼게 되었을까 짐작이 간다.

그러나 부인할 수 없는 건 1980년대 말부터 ‘골프 대중화’를 정치권에서 외친 후로 많은 골프장이 건설되고, 골프 바람이 일반대중에까지 불어 현재는 일반인들의 스포츠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운동의 효과가 있고 없고를 떠나 나이, 체력, 기술의 차이에 관계없이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는 평생 스포츠가 GOLF 다.

"G"는 green(잔디), "O"는 oxygen(산소), "L"은 light(햇볕), "F"는 foot(발, 걸음)을 의미한다. 잔디 위에서 햇볕을 받아가며 좋은 공기를 마시는 가운데 걷는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좋은 일이다.

나는 골프를 역기능이나 부정적인 면은 덮어두고 건전하게 받아들이고 싶다. 그저, 좋은 사람들 만나 마음 편히 운동도 하며 즐기고 싶은 것이다.

그렇다 보니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매일 새벽 5시 30분이면 기상하여 골프연습장을 찾게 되고, 같은 시간대 운동하는 몇몇 사람들과는 나이에 관계없이 서로 친해져 토요일 아침이면 정례화된 식사를 같이하기에 이르렀고, 벌써 몇 년 동안이나 맴버체인지 없이 계속 이어져 왔다.

골프가 아니었던들 이 좋은 분들을 어디서 만날 수 있었을까 생각해 보며, 정부는 좀 더 그린피가 싼 골프장을 많이 만들어 누구나 골프를 쉽게 접할 수 있게 하고, 부킹하기 힘들어 국외로 골프여행 다니느라 시간과 외화 낭비하는 현실이 하루빨리 개선되었으면 하는 마음 또한 간절하다. 


태그:#골프, #아침형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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