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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대한민국 만화대상을 받은 <버디>
 2007 대한민국 만화대상을 받은 <버디>
ⓒ 중앙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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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엔가 한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안성기씨가 ‘고목에 꽃 핀 기분’이라 했던 소감이 생각나네요. 제 소감도 비슷해요. 작품상이란 주로 작품을 활발히 할 때 타는 거라 우리 같은 사람은 상을 받기가 훨씬 어렵죠. 아직 조금 더 그림을 그리라는 뜻일까요.”

올해 대한민국 만화대상의 영예를 차지한 <버디>는 이른바 ‘기획만화’다. <천국의 신화> 이후 이현세 브랜드를 내건 첫 장편. 그러나 이슈는 그뿐이 아니었다. 뚜렷한 성공작을 찾아볼 수 없었던 ‘골프만화’여서일 수도, ‘이현세가 그린 골프만화’여서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그가 본격적으로 간접광고(PPL)를 도입했기 때문일 것이다.

10년 넘게 골프를 쳐본 그는 누구보다 골프에 대한 매력을 잘 알고 있었고, 골프에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만한 매력이 있다고 확신했다. 그는 책 앞부분에 세기적 골퍼들의 이야기를 담고 뒤에는 ‘골프레슨’을 실었다. 한 스포츠업체와 손을 잡고 해당사의 2개 브랜드를 두 라이벌 ‘해령’과 ‘미수’에게 입혔다.

만화계를 대표하는 ‘어른’으로서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고심도 많았지만 오히려 경쾌하게 생각했다. 스스로 “예술가로서라기보다는 다양한 이야기꾼으로서의 길을 걸어왔기에” 더욱 그랬다. 만화계가 처한 위기상황을 이겨내기 위한 새로운 방법이 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고 기꺼이 실천했다. 누군가는 시작해야 할 일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이현세 화백
 이현세 화백
ⓒ 홍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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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디>는 곧 드라마화할 예정으로, 현재 관련사들과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드라마·영화·게임 등 관련 콘텐츠로의 ‘확장’. 그가 처음부터 염두에 둔 일이었다. 모든 과정은 작가가 직접 나서지 않고 에이전시를 통해 빈틈없이 진행했다. 보다 효율적으로 <버디>를 퍼뜨리기 위해서다.

분명 기획만화였다. 그러나 이번 수상으로 이른바 ‘순수창작물’에 따라붙는다 생각되는 작품성까지 인정받게 됐다. 이 만화가 단순히 기획만화에만 그치지 않는 것은 그의 말마따나 “엔터테인먼트로서, 보다 정직하게 나아가고 있는 점”도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 삶에 대한 성찰과 깊은 혜안을 드러내 보이기 때문일 게다. 이번 수상은 그가 잡은 ‘두 마리 토끼’에 대한 증거다.

드넓은 필드를 마주하며 홀로 싸워내는 시간. 해저드, 벙커 등 장애물은 많은 반면 심판이 없어 유혹도 많다. 우리네 인생사 그리고 지금의 만화계가 처한 현실을 꼭 닮은 골프만화 <버디>. 우리 만화계의 새로운 대안은 아닐는지.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CT News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이현세, #2007 대한민국 만화대상, #버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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