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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11일)을 틈타 가을걷이가 끝난 들판을 가로질러 하산(下山)이 임박했다는 가을 지리산을 만나기 위해 '광주시민산악회'(cafe.daum.net/miraesan)를 따라 나섰습니다. 달궁계곡 길을 따라 핀 가을단풍은 설렘으로 다가오고, 성삼재에 오르자 하늘색은 절정에 달해 있었습니다.

 

노고단 고갯길에 오르자 노고단 정상에 핀 서리꽃, 그 상고대가 가을 끝자락을 명증하듯 시선을 멈추게 합니다. 피아골 삼거리를 향한 숲길은 산행인파로 가득하지만 시린 손끝이 그리 싫지가 않아서 발길은 가볍습니다. 그렇게 산행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얼굴엔 가을미소가 살포시 퍼집니다.

 

 

드디어 가파른 피아골에 접어 들었습니다. 이미 가을은 하산한 듯 마른 단풍잎이 '왜 이제야 왔느냐?'고 묻는 듯 기생식물인 겨우살이가 또렷하게 자태를 뽐냅니다. 산죽(山竹)길을 따라 돌길을 거쳐 다다른 피아골산장에는 인산인해가 펼쳐지고, 산은 온통 형형색색 등산복을 입은 사람단풍으로 수놓아져 있습니다. 

 

 

피아골의 단풍은 '직전단풍'이라 하여 지리산 10경 중 하나입니다. 삼홍소에 이르렀습니다. 산홍(山紅), 수홍(水紅), 인홍(人紅)이라 하여 불리우는 삼홍소! 거기에도 가을은 끝자락입니다. 홍(紅)은 떠나고 황(黃)이 남아 있습니다.

 

홍단풍은 벌써 이별을 고하고 황단풍이 우리를 맞이합니다. 그래서 가을이 더 가슴에 와 닿습니다. 떠나버린 님이 그린운 것인지 황단풍은 애처로이 지리산을 지키는 외로운 나그네 같습니다. 떠나는 우리의 발걸음이 더 처연합니다. 그래서 하산했거나 하산이 임박한 피아골의 가을은 오히려 미옥(美玉)같은 빛을 발산합니다.

 

 

한참을 내려오니 통째로 단풍 산자락이 우리를 맞이합니다. 비로소 피아골의 단풍 같습니다. 수많은 밤을 번민에 휩싸이듯 오르락 내리락 반복했을 산사람들의 모습이 병풍처럼 펼쳐진 피아골의 단풍은 아름다우면서도 슬퍼 우리의 눈물샘을 자극합니다.

 

아픈 시절, 숨죽여 지켜보던 아내의 죽음을 간직하고 산허리를 감싸며 7부능선을 타던 파르티잔의 영혼이 저 단풍숲에 서려 있습니다. 총탄자욱 새겨진 계곡의 바위에는 애처로운 사랑의 그림자가 이끼로 피어나서 가을을 버티고 있습니다. 계곡에서 들리는 물소리는 통곡의 소리처럼 다가오지만 우리는 그 시절을 까맣게 잊고 망각처럼 오늘을 삽니다.

 

 

가을 지리산, 피아골 직전단풍은 우리의 망각을 경고하듯 '기억하지 않으면 되풀이 된다'라는 구호가 카드섹션처럼 새겨져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메시지를 남깁니다.

 

 

"너는 웃고 있지만 나는 울고 있다!"

 

그렇게 우리는 시련의 한 계절을 지나고 있는 것일까요? 얼마 후면 대통령 선거가 있습니다. 국가지도력의 절정에 어떤 단풍색이 아로 새겨질지 자못 궁금합니다. 당신은 어떤 색으로 채색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까?


태그:#직전단풍, #피아골의 가을, #가을 지리산, #단풍의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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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답없음도 대답이다. 참여정부 청와대 행정관을 지내다. 더 좋은 민주주의와 사람사는 세상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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