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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아시아 아프리카 문학 페스티벌(AALF) 문학관을 찾았다. ‘아시아-아프리카 작가와의 대화’를 듣기 위해서다. 이 대화는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작가들이 모여 전쟁과 분쟁, 고통과 슬픔으로 얼룩진 역사와 문학에 대해 이야기하고 미래의 평화를 이야기하는 시간이다. 그러나 이 행사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취소가 됐다고 한다.


총 여섯 번에 걸쳐 계획된 두 지역 작가들의 대화와 만남의 장은 대부분 취소될 것 같다는 행사관계자의 이야기다. 그런데 어디에도 행사 취소소식을 알리는 안내문은 없다. 사실 이번 행사는 대규모의 행사에 비해 준비기간이 짧았고 예산확보 문제에도 많은 애로점이 있었다. 이로 인해 전북지역 작가들과 행사관계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기저기에서 삐거덕거리는 소리가 낫다.

 


그런 이야기는 다음에 하기로 하고 AALF 문학관에 들어가 보자. 문을 열고 들어서면 한국문학의 역사와 작가들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한국관’이 보인다. 이곳엔 일반인들은 쉽게 볼 수 없는 1950년대 문예지가 진열되어 있다.


가장 눈에 띈 문예지가 1945년 12월에 창간된 ‘백민’과 1946년 1월에 서울신문사에서 창간된 ‘신천지’이다. 그런데 ‘백민’의 창간사에 나오는 내용이 이채롭다. 백의민족의 주체성을 찾자는 의미에서 잡지 이름을 ‘백민’이라 지었다고 적혀있다. 한국민족의 자율적 자주적 문화를 창조하는데 기여하기 위해 창간했으나 해방 이후 좌우 격동의 현실을 거치다 1950년 5월 22호를 발행하고 23호를 발행하기 준비하던 중에 전쟁이 터져 중단되고 말았다.

 

또 하나 이곳에서 볼 수 있는 특별한 것이 있다. 희귀문학서적들이다. 누군가의 장롱이나 책장 속에 꼭꼭 숨어있던 것들이 세상나들이를 한 것이다. 이 작품들 중엔 ‘조벽암 시선집’ 박목월의 ‘청록집’, 김용제의 ‘방랑시인’ 그리고 장만영이 펴낸 ‘중국시집(1954년 6월 20일 발행) 등이 진열되어 있어 문학애호가들의 관심을 끌게 한다.

 


한국관을 나와 오른쪽으로 한발자국 옮기면 붉은 빛의 ‘아시아관’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엔 중국, 일본, 이라크,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생활모습 사진과 레밍쿠에(베트남), 모옌(중국), 다카하시 토시오, 다테마츠 와헤이(일본), 알리바드르(이라크),엔하. 디니(인도네시아) 등의 작가들의 사진과 프로필을 볼 수 있다.


다시 오른쪽으로 발을 돌리면 검은 아프리카를 상징하는 병풍과 그들의 삶을 알려주는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다. 특히 이곳엔 아프리카의 모습을 상상하는 조각품들도 전시되어 있어 문학관을 찾는 사람들에게 아프리카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사랑과 감사와 반성이 들어있는 손으로 꼭꼭 눌러 쓴 편지들

 

전시관 중앙에 가면 만국기마냥 편지들이 주렁주렁 걸려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편지 내용도 다양하다. 작가에게 쓴 편지, 작품의 주인공인 ‘어린왕자’에게 쓴 편지, 동생에게 쓴 편지, 사랑하는 엄마, 아빠에게, 자신의 지난날을 돌아보며 쓴 ‘나에게 쓴 편지’, 사랑하는 남편과 아내에게 쓴 편지들이 훈훈하게 방긋거리며 걸려있어 읽는 이로 하여금 절로 훈훈한 웃음을 짓게 한다.

 


‘빨강우체통’이란 이름하에 공모한 ‘손 편지 쓰기’ 행사는 이번 문학행사에 일반인의 참여와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지만 아쉬움도 남는다. 공표된 날짜보다 일찍 접수 마감을 해버렸기 때문이다.


전국에서 온 수백 통의 편지 중에서 장원은 이해인 수녀에게 편지를 쓴 서울시 은평구 불광동의 이성숙씨가 받았고, 최우수상은 아버지에 대한 간절한 사랑의 마음을 담은 서울 영등포의 장현선씨가 받았다. 또 전주시 효자동의 나길주씨도 사랑하는 남편에 대한 마음을 담은 편지를 보내 최우수상을 받았다. 이밖에도 우수상, 특별상 등을 많은 사람이 받게 되어 토요일(10)에 시상을 하였다.


짚으로 만든 이색 장소에선 구연동화가…


빨강우체통 옆엔 이색 공연장이 설치되어 있다. 놀이터 같기도 한 이곳은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구연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관객석이 짚다발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문학관에서 동화구연을 책임지고 준비하는 김종필 동화작가는 짚으로 만든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아이들의 자유로운 놀이 공간 개념으로 만들었지요. 도시의 아이들에게 농촌의 짚의 느낌도 호흡하게 싶었지요. 동화가 끝나면 아이들이 뛰어놀더라도 다치지 않잖아요.”


아이들의 상상력을 뛰놀게 하는 구연동화에 짚은 어쩌면 제격인지 모른다. 딱딱한 나무의자가 아니라 짚을 사용함으로써 아이들의 마음은 물론 구연 작가들도 더 편안한 상태에서 재미있게 한다고 한다. 김 작가는 행사가 끝나면 짚들은 농촌의 논에 뿌려질 거라며 맑게 웃는다.


또 다른 곳엔 우리 시대의 이야기꾼들의 소장품들이 전시 판매되고 추억의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다. 2층에 올라가면 창비, 문학동네, 민중서관, 비룡소, 사계절 등 국내의 30여 개의 문학, 아동출판사들이 부스를 설치하여 도서 전시 및 할인(10% ~ 30%, 50% 할인도 있음) 판매와 작가 사인회를 하고 있다.

 


판매 목적이 아닌 전시 홍보가 목적인데도 의외로 책이 많이 팔린다 한다. 외국작가들의 책보단 국내 작가들의 책이 많이 나가는데 작가 사인회가 있으면 대부분의 책이 팔린다고도 말한다.


문학관을 나서기 전 아이가 좋아하는 책 한 권을 샀다. 동화책인 ‘깡딱지’라는 책이다. 문학관에도 사람들이 하나 둘 들어오더니 제법 분빈다. 오마이뉴스 열성 애독자라던 김종필 동화작가가 인사를 하며 “어린이들이 많아 와야 신나는데 아직은 조금 적네요” 한다.

 


태그:#ALLF 문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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