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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1월 10일 오후 2시, 인천 동구 송현 근린 공원에서 '동구 주민 행동의 날' 집회를 열었습니다. 지금 인천시장과 종합건설본부에서는, 인천 중구 신흥동 삼익아파트부터 해서 '경남아너스빌아파트-인천보건환경연구원-율목동사무소-인천정보산업고등학교' 바로 옆으로 지나면서, 경인전철을 지나가고(고가도로나 지하도로로), '창영초등학교-영화초등학교-영화여자정보고등학교-송림초등학교' 바로 옆을 지나서, '솔빛마을 송현주공아파트와 옛 송현주공아파트, 라이프송현아파트’'옆으로 해서 '동국제강'으로 들어가는 고가도로를 놓는 길이 2.51m, 너비 50m 왕복 16차선짜리 산업도로를 뚫으려는 정책을 주민한테 속임질을 하며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이 산업도로 공사는 지난 십 년 앞서부터 계획을 했는데, 처음에는 '간선도로 하나 놓는다'고 말하면서 길을 놓이는 자리 집에 보상을 하고 집터를 허물었습니다. 길이 놓이는 집터가 다 헐린 뒤 비로소 '간선도로가 아닌 산업도로'이며, 동네에 조그맣게 지나는 찻길이 아닌, 너비 50m짜리 큰길이라 사람이 건너 오갈 수 없도록 동네를 쪼갠다는 사실이 알려져서, 지난해부터 금곡동 주민 한 사람이 문제를 느껴서 항의를 했고, 이 한 사람이 둘이 되고 셋이 되고, 이제는 금곡동과 창영동과 송현동과 송림동 주민들도 차츰 문제 본바탕과 정책 눈속임을 깨달으면서 함께 반대를 했습니다.

 

이리하여, 거침없이 밀어붙이던 공사를, 지난 9월 14일, 종합건설본부와 주민이 합의를 해서 ‘공사 중단’을 이루어냈습니다. 그리고, 이 합의를 이룬 날, 종합건설본부장은 인천시장 안상수 씨한테, ‘이 산업도로를 주민들이 반대한다. 주민들은 이런 산업도로가 아닌 숨쉴 터전인 숲(녹지)을 바란다. 산업도로 무효화를 바란다’는 주장을 공식으로 전달하기로 약속을 했으나, 11월 8일까지도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서 시장한테 보고를 안 했음(일부 구간에서만 반발이 있어 잠정 중단을 했다고만 보고)을, ‘산업도로 반대 주민대책위원장’ 문성진 씨가 종합건설본부장한테 확인을 합니다.

 

 

이에 따라 중동구 시의회 의원들한테 질의를 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으나, 시의회 의원들도 이 문제를 놓고 마땅한 대안이나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주민의사를 듣지 않았고, 인천시 담당 공무원과 종합건설본부 쪽에서도 주민들 목소리가 잦아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리하여, 동구 주민들은 11월 10일, ‘(1) 동구 주민 살림터를 짓밟지 마라, (2)  동구에는 숲이 있어야 한다(녹지 공원 조성), (3) 중동구 교육시설(초중고등학교) 교육환경을 어지럽히지 말라, (4) 지금껏 제철소 제강소 화학공장 유리공장 들 때문에 창문도 못 열고 빨래도 못 너는 채 숨죽이고 지내 왔는데, 산업도로까지 놓아 아예 숨막혀 죽이려는 짓 그만두라, (5) 개교 100년이 넘는 근대문화유산인 창영초등학교와 영화초등학교와 여선교사 기숙사 건물이 코앞(산업도로 예정지 옆으로 20미터 거리)에 있는데 이를 어찌하라는 소리이느냐, (6) 무엇보다도 이곳 배다리는 인천 서민들이 일제 강점기 때부터 짐꾼 뱃꾼 들로 힘겨이 일하면서 조용히 지켜 온 땀과 눈물이 서린 동네인데, 서민 삶을 옥죄는 짓은 멈추라’는 여러 가지 목소리를 담아낼 '동구 주민 행동의 날' 집회를 엽니다.

 

 

동네 주민들 목소리는 한결같습니다. 어떤 이는 이 산업도로 때문에, 집값이 떨어진다는 걱정을 하지만, 집값이 떨어지는 까닭은, 이 동네가 사람이 살 수 없도록 망가지기 때문일 테지요. 집값이 떨어지는 일은 재산권 침해이기도 할 테지만, 무엇보다도 동네 주민이, 한여름에 마음놓고 창문을 열고 바람을 쐬거나 빨래와 이불을 널어 놓고 말릴 수 없도록 하는 끔찍한 일입니다. 지금만 해도, 송현동 주공아파트 앞과 옆으로 주욱 펼쳐져 있는 동국제강이며 인천제철(아이엔아이스틸)이며 화학공장이며 유리공장이며(월미도로 이어지는) 내뿜는 매연과 쇳가루 때문에 나쁜 공기를 마시며 생존권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서, 진작에 있는 산업도로(신흥동 삼익아파트 옆으로 해서 인천우체국 옆쪽으로 하여 바닷길 부두 앞으로 이어지는)가 있고, 이 산업도로가 길막힘이 한 번도 없을 뿐 아니라, 여느 시내버스와 자가용이 다니는 데에도 교통량 걱정이 없는데, 지역자치 예산이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도 주민복지와 문화향상에는 마음을 기울이지 않고, 1200억원이 넘는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서, 주민 생존권과 교육권과 문화권을 망가뜨리는 산업도로를 놓으려는 현실입니다.

 

 

그래서 동구 주민들은 “행동의 날” 집회로 목소리를 알리는 한편, 여러 가지 대안을 내놓습니다.

 

첫째, 터닦기를 한다며 허무는 바람에 보기 나쁘게 빈터가 되어 버린 길쭉한 자리에는, 동구 주민들 바람대로, 푸나무를 가꾸면 좋습니다. 둘째, 터닦기를 한 옆으로 초중고등학교가 많이 있으니, ‘도시 농사 체험 학교’를 이 자리에 마련해도 좋습니다. 셋째, 어르신뿐 아니라 젊은이들은 중ㆍ동구에서 가붓하게 쉬면서 마실을 할 공원이 없습니다. 마침 뜻하지 않게 2.45km에 이르는 곳이 빈터로 바뀌었고, 너비도 50미터나 되는 만큼, 이 자리에는 한강시민공원처럼, 동네 주민이 자전거를 타면서 쉬는 한편, 탁 트인 놀이마당으로 꾸며서 공놀이도 하고, 동네잔치도 벌일 수 있습니다. 씽씽 달리는 차에 치일 걱정이 없이 아이들이 뛰놀고 어르신들이 해바라기를 하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는 일이야말로 동네 문화를 가꾸고, 지역 예산도 아끼며, 이 동네가 참으로 살맛나고 사람 사는 살가움을 푸근히 나누도록 할 수 있다고들 믿고 있습니다.

 


오후 2시부터 이루어진 집회에는 400명 안팎이 모여서 한목소리를 냅니다. 50분 남짓 집회를 하며 '성명서 읽기'를 마친 다음, ‘송현 근린 공원’부터 ‘솔빛마을 송현주공아파트’를 가로지르고, ‘송현시장’을 지난 다음, ‘동국제강 앞 고가도로 신축 예정지’를 거쳐서 ‘옛 송현주공아파트와 라이프주공아파트’ 앞길을 걷고, ‘동부시장’ 앞길로 해서, ‘수도국산 달동네 박물관’ 앞까지 한 시간 십 분에 걸쳐 길거리 행진을 펼쳤습니다.

 

길거리 행진을 하는 동안, 인천시와 종합건설본부가 수천 억을 들여 헛되이 써 버리려는 길 공사 예산 낭비와, 동네 삶터를 무너뜨리며 서민들 삶을 어지러이 휘젓고 있는 문제를 저잣거리 분들과 동네 분들한테 말씀을 드렸습니다.

 

[공사 개요] 인천 중ㆍ동구 꿰뚫는 ‘산업도로’

- 사업 목적

 : 인천광역시 교통망 계획의 남북 축에 속하는 장래 남북고속도로로서, 인천항을 이용하는 수출입 물동량의 원활한 남북수송 체계를 구축하고, 구 도심지 도로망 확충에 따른 교통 분산으로 혼잡한 교통난을 해소하고, 효율적인 가로망 체계 확보로 균형적인 지역발전과 인근지역 주민의 생활여건을 개선.

 

- 사업 위치

 : 신흥동 삼익아파트 ~ 금창동 ~ 송림1동 ~ 수도국산 ~ 동국제강

 

- 기간

 : 1998년 7월 ~ 2011년 12월

 

- 총 규모

 : 길이 2510미터, 너비 50~70미터

 

- 사업비

  : 1254억 5천만 원

 

- 추진현황

 1999년 9월 3일, 실시계획인가 고시

 1999년 10월 13일, 공사 시행을 위한 주민설명회 개최

 1999년 3월 26일, 민원 검토의견 주민설명회

 2002년 12월 24일, 숭인지하차도 수탁공사 협약체결(철도청)

 2003년 7월 21일, 송림2동 송현터널~송림로 구간 공사 착공

 2004년 7월 26일, 송현터널~송림로 구간 공사 준공

 2006년 6월, 유동삼거리~송림로 구간 착공

 2006년 10월, 종합건설본부 주관 주민설명회 개최

 2007년 2월 15일, 종합건설본부 주관 주민설명회 개최 (지하차도 불가 설명회)

 2007년 4월 1일, 기반공사 재개 (송림건설)

 2007년 9월 14일, 산업도로 전 구간 공사 중단

 

 

<성명서〉 우리의 입장

 

 1. 인천시 도로과의 허위·축소 보고를 규탄한다!

 산업도로 문제점이 드러나고 주민들 투쟁이 거세지면서 인천시 도로과와 종합건설본부는 동구의 ‘전 구간 공사’를 중단했다. 하지만 인천시 도로과는 인천시 의회와 안상수 시장에게 3구간의 일부 구간에 대해서만 주민들이 도로무효화를 주장하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우리들은 이런 인천시의 허위·축소를 강력히 규탄한다. 이는 산업도로 전반의 문제점을 일부 구간만의 문제로 축소하고 주민들의 정당한 요구를 왜곡하는 주민 기만이며 거짓말 행정이다.


 2. 안상수 시장은 산업도로 무효화를 즉각 선언하라!

 인천시는 도로 건설의 타당성을 여전히 내놓지 못하고 있다. 또한 도로 건설시 발생하게 될 주거 및 교육 환경 파괴, 이동권과 건강권 침해, 지역 교통 정체와 문화 역사 마을 절단에 대한 대책도 없다.
 안상수 시장은 주민들에게 피해만 미치고 인천의 역사를 파괴하면서도 인천 경제를 살리는 데는 별 도움이 안되는 도로 건설을 즉각 무효화하라! 또한 도로 예정 부지와 그 주변을 주민들의 삶과 교육의 질을 높이며 인천을 위한 문화 역사 공간으로 거듭나게 재창조하라!


 3. 동구는 인천의 역사이다.

 연안부두 차량들이 오가게 하고 근처 큰 공장들이 돌아가게 하면서 인천을 발전시킨 인천의 어머니이다. 우리들은 보다 나은 인천을 위해 먼지와 소음, 매연을 먹으며 오늘날까지 참아 왔다. 인천시는 이제 이런 우리 동구 주민들에게 산업도로 건설을 통해 아예 죽든지 여기를 떠나든지 하라고 강요하고 있다.
 우리 동구 주민들은 인천을 키운 부모의 자격으로 떳떳하게 요구한다. 우리를 못살게 구는 인천시에 분노를 담아 요구한다. 동구를 살려라! 산업도로를 무효화하라! 인천의 역사를 지켜라!

 

 우리들은 이런 요구가 받아들여 질 때까지 강력히 싸워 나갈 것이다.

 

 2007년 11월 10일
 ― 산업도로 무효화를 위한 동구 주민 행동의 날 참석자 일동

 

 

덧붙이는 글 | 인천 중구와 동구 꿰뚫는 산업도로를 반대하는 주민들 목소리와 이야기를 더 살펴보고 싶으신 분들은, <배다리 지키는 시민모임 http://cafe.naver.com/vaedari>이나 <주민대책위원회 http://cafe.daum.net/vaedari>를 찾아오시면 됩니다.


태그:#산업도로, #안상수, #인천, #배다리, #막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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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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