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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터졌다. 이른바 '삼성비자금' 폭탄이다. 그동안 말만 무성했다. 이번엔 다르다. 물증이 나왔다. 살아있는 경제권력 '삼성'의 검은 돈이다.

 

주인공은 김용철(49) 전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현 전략기획실) 법무팀장. 변호사이기도 한 그는 7년동안 삼성에서 일했다. 그룹내 최고 의사결정기구에 참석했던 고위급 인사다.

 

그런 그가 지난 29일 50억원대의 검은돈이 들고 나갔던 자신의 금융계좌를 공개했다. 은행과 계좌번호, 돈 액수 등 내용도 구체적이다. 또 삼성그룹의 분식회계를 비롯해 정부와 검찰 등 정관계 로비 등에 대해서도 추가로 폭로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속될 각오도 돼 있다고 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을 비롯해 시민사회단체는 일제히 검찰의 즉각적인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정치권 일부에선 특별검사 도입까지 나오고 있다.

 

'미온적'이던 검찰도 서서히 움직이고 있다. 31일 정상명 검찰총장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관련 자료의 신빙성 유무를 철저히 검토한 뒤, (수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경제권력의 검은 돈을 둘러싼 진실게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는 셈이다.

 

분식회계와 정관계 로비 등 추가폭로 메가톤급 파장

 

삼성 비자금 의혹 폭로 후, 김 변호사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구조적 문제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다른 의혹들을 추가로 공개할 수 밖에 없다"고 밝히고 있다. 추가로 폭로할 내용은 삼성그룹의 분식회계 의혹과 검찰·재경부·국세청 등 관계기관에 대한 로비 의혹 등이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특히 삼성 이건희 회장과 장남인 이재용 전무로 이어지는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그룹차원의 전략과 법조계·정부 로비에 대해 폭로할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김 변호사는 지난 97년 삼성 구조조정본부에 들어간 후, 재무팀을 거쳐 2002년 1월 법무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법률 검토와 자문은 물론, 내부감찰과 대 정부 로비 등 그룹의 '은밀'한 일을 담당했다.

 

특히 법무팀장 때 그는 삼성 최고위 핵심인사 9명만이 참석하는 구조조정위원회(현 전략기획위원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따라서 그가 추가 폭로를 준비 중인 의혹들은 메가톤급 파장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해,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소속 신부들이 31일 밤 추가폭로할 내용과 시기 등에 대해 회의를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풀리지 않는 의혹들... 발칵 뒤집힌 삼성 '전전긍긍'

 

삼성은 발칵 뒤집혔다. 삼성 최고권력자라 불리는 이학수 그룹전략기획실장과 김인주 사장이 김 변호사 집 앞까지 찾아갈 정도였다. 그룹 일부에선 배신감에 허탈하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물론 김 변호사의 비자금 조성 주장에 대해선 전면 부인했다. 삼성내 다른 임원과 김 변호사와의 개인적인 거래일 뿐 회사와 무관하다는 것. 1000여개의 계좌에 수조원의 비자금 조성에 대해서도 "터무니없는 논리의 비약"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의혹은 더 커진다. 삼성 말대로라면, 재무담당 임원이 제3자 제테크를 위해 동료 임원 이름을 빌려서 불법으로 차명 계좌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관리의 삼성'으로 불릴 만큼 내부통제와 관리가 엄격하다는 삼성에서 과연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다.

 

A그룹의 한 임원은 "아무리 삼성 재무팀이 돈을 잘 불린다고 해서 개인한테 수십억을 맡기는 것이나, 불법을 감수해가며 이를 동료임원 이름으로 관리하는 것 자체가 가능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더구나 삼성에서…"라며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었다.

 

계좌가 만들어지는 과정도 마찬가지다. 계좌 개설 동의 여부를 두고 삼성과 김 변호사의 의견은 엇갈린다.

 

문제는 이른바 '보안계좌'라는 부분. 그는 자신의 계좌를 같은 은행 다른 지점에서 계좌번호나 거래내역조차 조회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은행의 적극적인 협조 없이는 설명이 어렵다. 우리은행 쪽은 "조사 중"이라는 답변만 하고 있다.

 

검찰수사 불가피... 일부에선 특검 도입도

 

현재 삼성 쪽은 이같은 의혹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않고 있다. 현행 법(금융실명제)상 자세하게 말하기 곤란하다는 입장도 여전하다. 은행과 관련된 부분은 은행쪽으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삼성 전략기획실 관계자는 "해당 임원에 대한 신상이나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도 언급하기가 곤란하다"면서 "은행과 관련된 부분은 해당 은행에서 알아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김 변호사의 향후 움직임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추가 폭로에 대비하는 모습도 보인다. 물론 일부에선 김 변호사의 건강상태나 순탄치 못한 가정사 등을 들면서 '개인적인 일'로 치부하는 경향도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 때 함께 일했던 사람이 이렇게까지 변할 수 있을까라는 안타까움도 들기도 한다"면서 "하지만 그의 주장들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법적으로 문제가 될 부분이 있는지를 내부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삼성 비자금을 둘러싼 각종 의혹들은 검찰 수사로 밝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등 시민사회단체는 검찰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노동당 등 정치권 일부에선 특별검사제 도입 요구까지 나오고 있다.

 

김진방(인하대 교수) 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회 위원장은 "삼성 비자금에 대한 각종 증거와 진술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은 지체없이 수사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연 경제권력 삼성 '검은 돈'의 실체가 밝혀질지, 본격적인 진실 게임은 이제부터다.


태그:#삼성 비자금, #김용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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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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