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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산고등학교를 목표로 공부했으면 좋겠다.”
“자신이 없어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공부하면 해낼 수 있을 거야.”
“용꼬리보다는 뱀 머리가 되고 싶어요.”

 

늦둥이의 말에 고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공부하는 아이의 생각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마음이 무거웠다. 부모의 마음이 아무리 간절하고 절실하다 하여도 그것은 별 영향을 줄 수가 없다. 아이 스스로의 생각과 실천이 결정적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아이의 생각이 그러하니,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솔이는 이제 중학교 2학년이다. 고등학교 시험을 준비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전주는 연합고사를 실시하는 지역이다. 연합고사를 통해 고등학교를 배정받기만 하여도 고마운 일이기는 하다. 그렇지만 부모의 욕심이 어디 그러한가? 상산고는 자립형 사립 고등학교다. 등록금과 수업료가 부담된다는 것도 알고 있다.

 

 

부모로서 교육비는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다. 가정 살림에 영향을 받더라도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극복해낼 수 있다. 문제는 당사자인 아이다. 열심히 공부하여 고등학교에 합격만 해준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성적표를 받아올 때마다 칭찬해줄 수 있는 상태여서 내심 안심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이의 생각을 알고 나니, 당혹스러웠다.

 

사람은 누구나 안전 욕구가 있다. 위험 요소가 있을 때는 행동을 망설이게 되고 사전에 그런 요소들을 제거하고 싶어 한다. 이런 행동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순리다. 예상하였던 위험 요소가 현실로 나타나게 되면 이미 때가 늦었다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면 그것이 최상책이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짧아진 시점에서는 이런 안전 욕구가 더 강렬해진다. 열정이 줄어들고 활기가 이완된 상태이기에, 위험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현저하게 저하되어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을 쉽게 포기하게 되고, 기존의 확보된 안정된 상태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는 것이다.

 

안전지대에서 안주하게 되면 당장의 어려움을 당하지 않을 수는 있다. 그렇지만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많은 것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새로운 세상에는 아예 접근조차 할 수가 없게 되고 무기력하고 지루한 상태로 생활할 수밖에 없다. 삶의 리듬이 고정되어버려 활기를 찾을 수 없고 매너리즘에 빠질 수밖에 없다.

 

늦둥이의 생각에도 일리는 있다. 그렇지만 너무 안이하다. 안주 욕구에 충실한 나머지 도전 정신이 결여된 상태다. 실패할 위험은 상대적으로 줄어들지만, 새로운 것을 추구하지 않으므로 많은 것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중학교 2학년인 학생은 당당하고 자신감이 넘쳐야 마땅하다. 무슨 일이든지 해낼 수 있고 또 나설 수 있어야 한다.

 

떨어질 것이 두려워 아예 미리 자립형 사립 고등학교에 도전조차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분명 문제다. 목표가 하위 수준에 머물러 있게 되면 성취할 수 있는 것은 더 낮을 수밖에 없다. 목표를 설정하는 까닭은 방향을 분명하게 하기 위함이다. 열심히 노력을 하지만, 100% 목표 달성은 어려운 일임으로 항상 최상의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도전은 성취하는 삶을 만들어주는 핵심이다. 성취하지 못하는 삶은 진부할 수밖에 없다. 성취는 새로운 도전에 의해 가능해지는 것이다. 미리부터 포기하게 되면 성취감을 느낄 수 없게 된다. 활기 넘치는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도전이 생활화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날마다 새로운 삶을 만들어갈 수 있다.

 

“솔이야. 용기를 낼 수는 없겠니?”
“자신 없어요.”
“아빠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서 도전을 해보았으면 좋겠는데….”
“생각해 볼게요.”

 

늦둥이의 마음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감지하게 되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자식이 왜 행복인지 실감할 수 있었다. 아빠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늦둥이의 태도가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었다. 이제 중학교 2학년이니, 심사숙고할 시간적 여유가 있다. 아이가 도전 정신을 가질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가을 단풍처럼 아이의 마음이 곱게 느껴졌다.


태그:#도전,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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