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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날의 간이역은 쓸쓸하다.
▲ 여천역 플랫폼 가을날의 간이역은 쓸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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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간이역

가을날의 간이역은 쓸쓸하다. 낙엽이 한잎 두잎 지는 가을날 오후, 간이역에서 떠나는 이들의 뒷모습은 가을빛을 닮았다. 가을이 되면 사람들은 어디론가 자꾸만 떠난다. 가을날 전남 여수의 여천역에서 열차를 타고 오가는 이들의 모습을 지켜봤다.

29일 오후 3시 38분 여천간이역 대합실. 햄버거로 늦은 점심끼니를 때우는 사내, 중절모를 푹 눌러 쓴 할아버지, 손자의 손을 잡고 서 있는 할머니,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두리번거리는 아주머니 등 10여명이 자리한 대합실은 비교적 한산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료함을 달래려 TV를 보며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여천역에서 덕양역 방향 기찻길
▲ 기찻길 여천역에서 덕양역 방향 기찻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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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손을 잡고 서울 가는 동규는 마냥 꿈에 부풀어있다.
▲ 동규와 엄마 엄마 손을 잡고 서울 가는 동규는 마냥 꿈에 부풀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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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 56분, ‘여수 - 용산‘행 상행선 열차
▲ 상행선 열차 오후 3시 56분, ‘여수 - 용산‘행 상행선 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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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여수'간 무궁화호 열차가 플랫폼으로 들어왔다. 하행선 열차에서 쏟아진 8~9명의 승객들이 사라지자 하나 둘 상행선 기차를 타려는 손님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강동규(4·봉계동) 어린이는 서울에 사는 할아버지 댁에 간다며 신이 났다. 엄마 손을 잡고 서울 가는 동규는 마냥 꿈에 부풀어있다.

기찻길 옆 붉은 칸나와 노란 국화는 가을 햇살을 받아 유난히 빛을 발한다.

"지금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선로 가까이 서 계신 손님들은 한걸음 물러서 주시기 바랍니다."

오후 3시 56분, '여수-용산'간 상행선 열차가 들어온다.

"동규 따라 서울 갈까, 그냥 말까. 아니야, 무작정 한번 떠나볼까."

갈까 말까 망설이는 동안 마음의 충돌이 일어났다. 몸은 자꾸 떠나려 하고 마음은 기찻길을 걷고자 한다. 빠아앙~ 기적을 울리며 기차가 떠나간다.

중절모를 푹 눌러 쓴 할아버지
▲ 할아버지 중절모를 푹 눌러 쓴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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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은 꽃이 지고 씨앗이 까맣게 익어간다.
▲ 메밀 메밀은 꽃이 지고 씨앗이 까맣게 익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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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비둘기 한 마리 전깃줄에 앉아 슬피 울다 푸드덕 날아간다.
▲ 멧비둘기 멧비둘기 한 마리 전깃줄에 앉아 슬피 울다 푸드덕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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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단풍잎 하나 철길위에 놓여있다.
▲ 단풍잎 붉은 단풍잎 하나 철길위에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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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솔길을 앳된 여학생이 지나간다.
▲ 기찻길 옆 오솔길 오솔길을 앳된 여학생이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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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찻길 옆 오솔길

여천역에서 덕양역 방향, 기찻길 옆 오솔길이다. 기찻길 옆 산밭에는 보라색과 하얀색 도라지꽃이 활짝 피었다. 메밀은 꽃이 지고 씨앗이 까맣게 익어간다. 건너 산밭에는 어르신이 밭을 일군다. 멧비둘기 한 마리 전깃줄에 앉아 슬피 울다 푸드덕 날아간다.

산자락에는 들국화와 이름 모를 하얀 꽃 노란 꽃의 가을꽃이 피어나고 있다. 갈바람이 스치고 지날 때마다 마른 잎에서 가을의 소리가 들려온다. 붉은 단풍잎 하나 철길 위에 놓여있다. 오솔길을 앳된 여학생과 할아버지 한 분이 지나간다.

기찻길 협곡을 빠져나오자 큰길이다. 신작로는 자동차의 소음으로 가득하다. 찾는 이 아무도 없는 길가 벤치에는 낙엽만 수북이 쌓여간다. 노랗게 채색된 느티나무는 가을빛이 완연하다. 가을 풀벌레소리 가득한 수풀과 철둑에는 허옇게 센 억새가 흩날린다.

철길 둑에는 들국화가 만발했다. 억새와 어우러진 들국화는 운치 있고 아름답다.
▲ 들국화 철길 둑에는 들국화가 만발했다. 억새와 어우러진 들국화는 운치 있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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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풀벌레소리 가득한 수풀과 철둑에는 허옇게 센 억새가 흩날린다.
▲ 억새꽃 가을 풀벌레소리 가득한 수풀과 철둑에는 허옇게 센 억새가 흩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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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가 기적을 울리며 달려온다. 기차의 긴 기적 소리는 언제 들어도 가슴이 뭉클하다.
▲ 기차 기차가 기적을 울리며 달려온다. 기차의 긴 기적 소리는 언제 들어도 가슴이 뭉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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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길 둑에는 들국화가 만발했다. 억새와 어우러진 들국화는 운치 있고 아름답다. 기찻길 옆 오솔길에는 어린 시절의 꿈과 낭만이 서려 있다. 아련한 그리움이 있다. 온갖 설렘과 상념들이 풋풋하게 피어오른다.

산비탈의 오막살이집은 무너져 내리고, 집 앞 건물은 폐자재를 이용해 특이한 형태로 지었다. 큰길을 건너 철길로 접어들면 딴 세상이다. 몇 발짝만 뛰어넘어도 이렇듯 세상은 달라진다. 고즈넉한 시골의 정서와 놀놀한 가을이 한꺼번에 달려든다.

기차가 기적을 울리며 달려온다. 기차의 긴 기적 소리는 언제 들어도 가슴이 뭉클하다. 달리는 기차를 보면 어디론가 미지의 세상으로 떠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기차를 타고 훌쩍 떠나보자. 이 가을에 세상 어느 곳이든 떠나보자. 기차에 몸을 실고 떠나는 여행은 색다른 매력이 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뉴스큐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가을여행, #간이역, #여천역 , #기차여행, #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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