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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출동! 산불출동! 대형 한대 산불출동. 장소는 정선군 임계면 골지리. 준비되는 대로 이륙 하세요.”


24일, 스피커를 타고 나오는 방송 소리가 우리를 놀라게 했다.

 

“아니 벌써부터 산불이야?”

 

재난에 대비해 항상 편성된 헬기 운항계획에 의거, 올가을 처음으로 발생한 영동권 산불진화에 출동하게 되었다. 부리나케 항법낭을 챙기고 시간절약을 위해 비행계획 제출을 동료직원에게 부탁하면서 항공계로 달려갔다.


산림항공관리본부를 포함 전국 8곳에 위치하고 있는 산림항공관리소는 산불현장을 30분 안에 도착할 수 있도록 비행권역을 설정하고 항공과나 계에서 최초 임무를 접수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정확한 정보는 그곳이 빠르다.

 

출동의 목적지는 정선군 임계면 골지리. 담수장소는 광동저수지가 적당해 보이며 10여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계류장엔 갓 임무에서 돌아온 헬기가 연료보급을 마치자마자 다시금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아직도 다 식지 않은 엔진을 쓰다듬으며 시동을 걸고 기수를 산불지역으로 향했다.


뿌연 해무가 석양으로 향하는 태양의 역광과 함께 더욱더 시야를 어렵게 만드는 오후 3시 40분경 산불현장에 도착했다. 울창한 소나무 숲이라서 정확한 불길은 보이지 않았고 뭉게구름 같은 연기들만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바람이 약해보였다.


쉽게 생각했던 불길이 시간의 흐름에도 진화속도가 더디어서 헬기 한 대를 추가로 더 요청했다. 그 덕분에 올가을 처음으로 발생한 영동권의 산불을 무사히 진화했다.

 

산불현장 인근에는 몇 해 전에 발생한 산불 탓에 아직도 풀 한 포기 자라지 못한 피해지역이 을씨년스런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산불의 상처를 치유하고 복원하기에는 자그마치 40 ~100여년이 걸린다는 말이 거짓이 아닌 듯하다.

 

봄철과는 달리 가을철 산불은 여름 장마로 인해 습해져 있는 두터운 낙엽층과 울창한 숲 그리고 울긋불긋한 단풍 속에 화마가 가려져 있어 연기는 많이 나지만 정확한 불길을 식별하기 어려운 것이 특징이다.


이번에는 다행스럽게도 산불신고가 빨리 접수되고 신속하게 출동했기 때문에 올 가을 영동권 첫 산불을 성공적으로 진화할 수 있었다.

 


백두대간이 남북으로 길게 드러누워 있고 가을 단풍이 요염함을 뽐내고 있는 요즈음, 전국에서 산행의 인파들은 주말과 평일이 따로 없이 놀라울 정도로 늘고 있다.


산불 발생은 실화(失火)가 대부분인 만큼 등산객들의 주의와 관심만으로도 예방할 수 있다. 또한, 집불이나 들불이 산불로 이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는 만큼 관계기관과의 정보교류와 함께 모든 불을 감시 대상으로 삼아 초동에 진화해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산불발생시 신속한 신고가 선행되어야 한다. 산림항공관리본부에서는 재해재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전국 어디서나 산불을 신고할 수 있는 전화번호(1688-3119)를 운영하고 있다. 이 전화번호를 통해 산불신고는 물론 긴급 산악인명구조도 할 수 있으니 가을 산행을 계획하는 분들은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김창만 기자는 강릉산림항공관리소에서 조종사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태그:#산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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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화사회에서 생활하면서 우리의 임무수행상 많은 일들을 접하기도 하고 행하기도 하지만 홍보하고싶은 부분도 있고 널리 알림으로써 공공의 이익과 정보의 공유등에 기여하고 싶었습니다. 또한 전국을 무대로 임무를 수행하다 보면 긴박했던 상황이나 순간의 포착 등 귀중한 순간들을 접할 기회가 오게 되는데 그런 부분들을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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