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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이냐 돈이냐
 하나님이냐 돈이냐
ⓒ 대장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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쟈크 엘룰(1921∼1992)은 우리에게는 조금 생소한 프랑스 신학자, 철학자, 사화학자, 정치인이다. 1936∼1939년 사이에 프랑스 정계에 투신하여 활동했다. 1940∼1944년에는 레지스탕스 운동에 열렬히 가담하였으며, 1953년부터 프랑스 개혁교회 총회 임원으로 활동했다.

보르도 대학에서 교수로 있었고, <신앙과 삶>의 편집주간으로 있으면서 많은 책을 썼다. 우리나라에 번역된 책을 소개하면 <기도와 현대인>(두레시대,1993), <도시의 의미>(한국로고스연구원,1992), <뒤틀려진 기독교>(대장간,1990), <세상 속의 그리스도인>(대장간,1992), <하나님의 정치 사람의 정치>(두란노,1987), <하나님이냐 돈이냐>(대장간, 1991) 등이다.

그는 일관되게 변증법적으로 사회 모든 문제에 접근한다. 돈·폭력·도시·기술 등 존재론적으로는 하나님의 뜻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비판하면서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한다.

오늘 소개하고 싶은 책은 <하나님이냐 돈이냐>다. 나온 지 15년이 지났기 때문에 늦은 감이 있지만 돈에 노예가 되어버린 한국교회를 향한, 그리고 비기독교인들에게도 자본주의, 특히 세계화와 신자유주의가 지배하는 이 시대에 '돈'에 대한 생각을 갖게 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한국교회 성도들에게 '하나님'과 '돈' 중에 무엇이 중요한지 묻는다면 어떻게 답할까? 당연히 '하나님'이다. 하지만 당신의 삶에서 정말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지 묻는다면 '하나님'이라 답할 이가 거의 없다. 나 자신도 마찬가지다. 돈은 돈인 동시에 이미 하나님이 되었다. 돈만 있으면 안 되게 없는 세상이다. 누가 돈을 이길 수 있을 것인가? 교회도 돈으로 평가받는다. 기독교는 믿음으로 구원을 얻는다. 하지만 교회는 이미 돈으로 구원을 얻는다.

"일상생활에서는 돈이라는 용어가 경제학적인 용어로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보편적인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돈을 소유한다'는 말은 '지출능력을 갖고 있다'는 뜻이 더 강하다. 돈을 벌고 쓰는 일은 개인적인 일이기는 하지만 경제작용이라고 하는 복잡한 구조를 떠나서는 이루어질 수 없다는 사실 또한 잘 알려져 있다." (본문 15쪽)

돈이 경제 용어가 아니라 보편 용어라는 말에 충격을 받았다. 돈이 이미 상품을 사고 파는 데 교환 수단이 아니라 인간의 전 삶의 영역에 깊숙이 자라잡고 있으며 돈 자체가 주체적인 역할까지 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과 결별할 수 없는 기독교가 돈으로 구원을 받는다는 문화로까지 나아가게 한다.

돈은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매우 현실적이며 구체적이다. 그리고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 복잡한 구조다. 복잡한 사회 구조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에 불의 불평등, 무질서하다. 한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사람은 돈에 관하여 매우 열정적이며, 대단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자본주의가 인간을 돈의 노예로 삼아버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대를 직시해보라. 돈이 주인인지, 사람이 주인인지 구별할 수 없다. 돈이 많은 사람일수록 집은 커진다. 담은 높아지고, 경비는 더욱 첨단화된다. 돈이 사람을 노예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그래도 사람은 돈을 추구한다. 돈의 노예가 되어버린 구조와 문화에 대응방법은 무엇일까, 사회주의일까? 쟈크 엘룰은 부정한다.

"오늘날 사회주의가 자본주의의 모든 경제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확신, 또는 자유주의로 돌아가 국가 권력을 제한하기만 하면 경제가 활성화되라는 신념은 맹목적이고 모순된 믿음이다." (27쪽)

쟈크 엘룰은 인간이 만든 사회체제와 경제체제가 문제 해결방법은 아니라고 본다. 이런 믿음은 인간의 위대함과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진 이들에게는 비판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인간이 만든 사회와 경제, 정치체제가 이 문제 해결의 근본 원인은 아니다. 공산주의 체제가 몰락한 이유가 어디에 있었는지 살핀다면 엘룰의 말이 허언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말하면 특히 그는 돈을 축복의 근거로 삼는 교회를 향한 강한 경고를 보내고 있다.

"기독교에서 돈에 대한 교리를 세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성경에서 계시가 우리에게 주어지는 것이나 그리스도께서 태어나 죽으시고 부활하신 것은 돈 문제와는 무관하기 때문이다. 성경에서는 돈 버는 방법이나 조직의 방법을 제시하지 않는다." (34쪽)

쟈크 엘룰은 돈이 하나님과 인간 사이를 갈라놓은 악이라 한다. 윤리적인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인 악의 뿌리인 것이다. 쟈크 엘룰은 돈과 하나님 사이에서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말한다. 돈은 축복이 아니라 악이며, 하나님은 돈 버는 방법을 성경에 제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돈을 포기하라. 더 좋은 말로 하면 증여하라는 것이다. 온갖 선한 일을 위하여 넘치도록 일하기 위해서 돈을 모으는 길에 다른 방법은 없다.

"사람들 사이에서 증여가 미치는 힘은 말할 수 없다. 증여는 돈의 권세를 쳐부술 뿐만 아니라, 불의한 청지기의 비유에서처럼 그 증여를 받는 사람으로 하여금 은혜의 세계에 들어가게 한다." (143쪽)

증여를 통하여 돈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조금 이해하기 힘들었다. 증여가 과연 맘몬에 빠져 버린 교회와 신자유주의가 지배하는 이 시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하지만 증여가 모든 문제는 해결할 수 없지만 돈의 노예로 전락한 사람들을 어느 정도 구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가 이렇게 말한 이유는 무엇인가? 돈을 축복으로 생각하는, 부자를 축복으로 생각하는 교회, 특히 한국기독교에 매우 강한 경고이며 사랑을 표현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구약성경을 인용했다.

"네가 다니엘보다 지혜로와서 은밀한 것을 깨닫지 못할 것이 없다 하고 네 지혜와 총명으로 재물을 얻었으며 금은을 곳간에 저축하였으며 네 큰 지혜와 장사함으로 재물을 더하고 그 재물로 인하여 네 마음이 교만하였도다. 그러므로 나 여호와가 말하노라. 네 마음이 하나님의 마음같은 체하였도다." (에스겔 28장 3∼6절)

일을 현명하게 처리하여 부자가 되었지만 그 결과는 마찬가지다. 돈은 항상 죄와 연결된다. 처음부터 죄를 저지른 것이 아니라 엄청난 무역이 죄를 불렀다.  그러므로 돈을 축척하려는 의지와 노력이 극단적으로 죄로 발전했을 때 필연적으로 죄가 잉태된다.

죄가 돈을 잉태하게 됨으로써 단순히 개인적 죄만을 회개하면 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돈이 매우 사회적이며, 보편적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하고 돈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구원의 한 방법이라는 사실을 말한다. 그리고 이 돈에 대한 교육을 어릴 때부터 철저히 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아이들에게 단계적으로 돈의 필요성과 거기에 수반되는 악을 동시에 가르쳐 주어야 한다. 그러면 아이들은 돈의 필요성과 돈을 벌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해야 하며, 돈 없이는 살 수 없다는 사실 등을 쉽게 이해할 것이며 빨리 거기에 익숙해질 것이다. 반면에, 돈에 대한 교육을 단계적으로 받은 아이는 돈이 수반하는 악을 많이 줄일 수 있다." (154쪽)

돈의 노예가 되어 배부른 돼지가 되어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삶의 의미를 상실한 우리에게 <하나님이냐 돈이냐>는 도전이다. 한국교회는 이미 생명을 잃어버렸다. 이유는 간단한다. 돈이 하나님이 되어버렸다.

성경에서 말하는 하나님은 교회 안에서 찾아볼 수 없다. 입으로는, 설교는 하나님을 말하지만 돈이 하나님이 되어버렸다. 화려한 네온과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교회, 교회 안에 수억·수천만원씩 하는 인테리어와 각종 비품, 중산층 이상, 교양인들만 모인 교회가 그것을 반증하고 있다.

<하나님이냐 돈이냐>는 한국교회가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하지만 누가 이런 책을 읽겠는가? 이것이 한국 교회의 비극이다.

덧붙이는 글 | <하나님이냐 돈이냐> 쟈크 엘룰 저, 양명수 역, 대장간. 제 블로그(http://blog.yes24.com/kdssae)에 쓴 글에 몇 가지를 덧붙였습니다.



하나님이냐 돈이냐 - 그리스도인의 선택 - 두 주인

자끄 엘륄 지음, 양명수 옮김, 대장간(2008)


태그:#돈, #한국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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