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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일전쟁 이후 일본군의 강제에 의해 반복적·조직적으로 성폭행을 당한 여성.

 

오늘날 한국에서는 이러한 여성들이 여러 가지 표현으로 불리고 있다. 종군위안부·위안부·정신대·여자근로정신대·성노예 등의 용어들이 바로 그것이다. 

 

현재까지는 이와 관련하여 표준 용어가 뚜렷이 확립되지 않았다. 하지만, 사용하지 말아야 할 잘못된 용어만큼은 분명히 있다고 한다. 물론 일부러 알면서 그런 용어를 쓰는 것은 아니겠지만, 사회적 공감대에 기초하여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올바른 용어를 사용하려는 노력부터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각각의 용어 속에 어떤 문제점들이 있는지와 관련하여, 역사비평사가 2006년에 펴낸 <역사용어 바로쓰기>에 실린 일제강점하강제동원피해진상규명위원회 소속 강정숙씨의 글 ‘위안부, 정신대, 공창, 성노예’를 살펴보기로 한다.

 

이 글에 따르면, 일본군에 의해 반복적·조직적으로 성폭행을 당한 여성들은 전쟁 당시에는 군위안부·위안부·작부·창기 등으로 불렸다. 그리고 1940년경에는 정신대라는 용어가 조선에서 처음 등장하여 1943년부터 일반적으로 사용되었다. 해방 직후의 신문 기사에서도 이런 여성들을 정신대로 불렀다고 한다.

 

한편, 종군위안부라는 용어는 1970년대에 일본에서 처음 등장했다. 이 시기에 일본에서 과거의 전쟁 시대를 회고하는 경향이 나타나면서, <종군위안부>라는 책이 출판되고 이를 계기로 이 용어가 고정화되어 갔다. 당시 일본인들은 종군간호부·종군기자를 연상하면서 종군위안부라는 표현을 사용했다고 한다.

 

‘전쟁 성노예’나 ‘성노예’라는 표현은 한·일 간의 심포지엄 등을 통해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용어다. 국제기구인 현대형노예제실무회의와 인권소위원회에서는 ‘군대 성노예’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강정숙씨는 각각의 표현들이 모두 다 일정 정도의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중에서 오늘날 한국 언론에서 자주 쓰이는 종군위안부·정신대·위안부·성노예의 문제점만 소개하기로 한다.

 

첫째, 종군위안부. 이 용어의 가장 뚜렷한 문제점은 앞부분의 ‘종군’이라는 표현에 있다. 종군이란 표현 때문에 여성 동원의 강제성이 은폐될 수 있는 것이다. 위에서 소개한 바와 같이, 종군이란 표현은 1970년대에 들어 일본인들이 과거의 전쟁을 ‘회고’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필자의 말을 덧붙이면, 일본인들이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는 과정에서 나온 표현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둘째, 정신대. 정신대(挺身隊)는 본래 ‘천황을 위해 몸을 바치는 부대’라는 뜻의 용어다. ‘몸을 바치는 부대’라는 표현이 오해를 일으킬 수도 있으나, 실제로 여자 정신대 대원들은 주로 군수공장으로 동원되었다. 그러므로 위안부와 정신대를 동일시하는 것은 올바른 용법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셋째, 위안부. 이 용어는 당시 일본군이 붙인 이름이긴 하지만, 남성 중심적인 사고를 저변에 깔고 있다는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피해 여성들의 관점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표현이라 하겠다. 하지만, 이 단어가 전쟁 당시의 분위기를 반영해줄 뿐만 아니라 이미 많은 사람들에 의해 습관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넷째, 성노예. 이 표현과 관련하여서는 생존 피해자들이 ‘군대 성노예’라는 표현을 섬뜩하게 여길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가 아직까지는 이에 관한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다는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다.

 

필자의 말을 덧붙이면, 성노예라는 용어는 전시체제 하에서 여성들에게 가해진 성폭력의 참상을 직접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생존 피해자들의 감정을 해칠 수 있다는 점에서 조심스럽게 사용하지 않으면 안 되는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이와 같이 각각의 한계가 있기는 하지만 오늘날 한국의 관련 연구자나 활동가들 사이에서는 위안부와 성노예라는 두 용어가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면서 강정숙 씨는 위의 글을 끝맺었다.

 

위의 글을 볼 때에, 종군위안부와 정신대라는 표현만큼은 사용하지 말아야 할 용어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종군위안부는 종군이란 표현 때문에 동원의 강제성을 은폐하는 표현이고, 여자정신대는 정신대와 위안부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 때문에 문제의 본질을 왜곡할 수 있는 표현이다.

 

이 같은 문제점들에도 불구하고 현재 많은 한국 언론에서 종군위안부나 정신대 같은 표현들을 ‘무심코’ 사용하고 있다. 구글 검색 결과에 국한된 판단이긴 하지만, 종군위안부라는 표현이 정신대보다도 훨씬 더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무심코 벌어지는 일일 것이다. 필자의 경우에도 이전의 기사에서 아무 생각 없이 종군위안부란 표현을 사용한 일이 있다.

 

하지만, 국민적 공감대에 기초하여 일본군 위안부(성노예) 문제를 해결하려면, 가급적 적절하고 올바른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여론을 형성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어떤 표현이 가장 적합한가에 대한 해답이 아직 나오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종군위안부나 정신대 같은 잘못된 표현만큼은 사용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태그:#일본군 위안부, #일본군 성노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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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일제청산연구소 연구위원,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패권쟁탈의 한국사,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조선노비들,왕의여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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