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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선과 단일화 이야기가 하도 많아서 그럴까요? 대통령 선거가 이번처럼 토너먼트 전이 된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와 최후의 결전을 벌일 '범여권 후보'로는 이제 단 3명만이 살아남았습니다. 물론 그외에도 민주노동당 권영길 대선후보가 기다리고 있기는 합니다. 3자 대결이 될 것입니다.

 

그렇듯 최종구도는 3자 대결이 되겠지만, 이명박 후보가 50%를 넘는 고공비행을 지속하면서 '변형 3자 구도'가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단일화'가 예상되는 범여권에서 누가 단일후보가 되느냐에 달려 있는 거죠.

 

만일, 이 3자 구도가 '변형 3자 구도'가 된다면, 그 핵심에는 문국현 창조한국당(가칭) 후보가 배치될 것입니다. 그는 '범여권'으로 분류되긴 합니다만, 김대중-노무현의 직계라인을 이은 것도 아니고 통합신당 경선에 대해서도 철저히 관찰자 입장이었습니다.

 

통합신당 경선이 갈 데까지 가는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꾸준히 자신의 길을 완주해 출마 당시 0.1%였던 지지율을 5~6%, 최대 8%까지 끌어올렸습니다. 두달도 안돼서 말이죠.

 

대통령 선거까지는 약 두달 정도 남은 상황입니다. 이 두달은 정말 정신없이 돌아갈 것이며, 정국도 그만큼 긴박하게 움직일 것입니다.

 

통합신당은, 정말로 한나라당의 육탄저지를 이겨내고 김경준·에리카 김을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의 증인으로 선정시키며 귀국까지 이끌어낼 수 있을지, 정동영 후보는 경선후유증을 수습할 수 있을지, 이인제 민주당 대선후보는 '출마'와 '지분 요구' 중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 문국현 후보는 과연 어떤 행보를 선보일 것인지, 권영길 후보는 자신의 말대로 "5년 전에 빌려준 표를 돌려받을 수 있을지".

 

앞서 이야기했듯이, 저는 대통령 선거의 '3자 구도'가 '변형 3자 구도'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누가, 어떻게 '변형 3자 구도'를 만들어나간다는 이야기일까요?

 

이르면 주말에 이뤄질 문국현-권영길 회동

 

 

문국현-권영길 양 후보가 이르면 주말 즈음에 만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이야기가 통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문국현 후보가 예전에 양대노총 위원장을 만났을 당시에도 "이야기가 통한다"는 평이 오갔기 때문입니다.

 

권영길 후보는 "문국현의 정체성이 궁금하다. 기회가 되면 만나고 싶다"고 했다죠. 사실, 민주노동당으로서는 '통합신당 경선'이 대단한 호기였음에도, 그 호기를 놓쳐버린 입장이 됐습니다. '이명박 후보에게 표를 주기는 싫은데 통합신당 경선을 보면서 실망한 유권자들'을 폭넓게 끌어안을 수 있는 기회였던 거죠.

 

그런데, 대뜸 문국현 후보가 나타나서 '가로챘다'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는 거죠. 그러니까, '문국현이 아니었으면 10%도 꿈은 아니었다'는 생각을 할만한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문국현 후보가 나타나면서, 민주노동당의 뿌리깊은 정파갈등과 당내 일부 비리 의혹에 실망한 유권자들의 지지까지 문국현 후보에게 몰린 것입니다. 만일, 문국현 후보가 '범여권 단일후보'의 고지까지 점령한다면, 그야말로 '문풍'이 거세게 불어닥치면서 지지기반을 잠식당할 위험이 더 커질 수도 있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민주노동당이나 권영길 후보 입장에서는 '문국현'을 예민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사실 민주노동당은 그동안 정치 편하게 해왔습니다. 한나라당이나 여권이나 동시에 '구태정치인'으로 몰아가면서 '신선한 진보정당'임을 앞세우면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던 거죠.

 

그런데 이 '문국현'이라는 키워드는 '부패'와도 거리가 먼 것은 물론이고, 민주노동당이 그렇게 매달리고 있지만 쉽지만은 않은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도 '경험'과 '슬로건'까지 들고 나타났습니다.

 

게다가 개인적인 약점도 없어 보입니다. 쉽지 않은 상대인 것입니다. 슬쩍 "유한킴벌리 버전 이명박"이라느니 "착한 사장님일 뿐 노동자의 아픔을 진정으로 아는 사람은 아니"라는 식의 반응을 보였지만 별다른 효과는 없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단 만나서 판단해보자"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었을 것입니다. 박용진 선대위 대변인이 "'우리만 옳다'는 태도로 '5%의 진보'에 안주해선 민주노동당이 추구하는 진보적 가치를 실현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건 주목해야 할 이야기입니다. 드디어 틀을 깨고 '현실정치'의 외곽지대를 눈독들이기 시작했다는 의미입니다.

 

문국현-권영길 회동, 눈여겨 볼 가치 있다

 

문국현 후보로서도 '범여권 장외후보'로 분류되면서도 '기존 범여권과는 다른' 어필을 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민주노동당이 약자를 위해 애쓴 공로는 인정한다"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민주노동당에 필요한 지적을 정확하게 남겼죠.

 

"기업에 대한 배려가 너무 없으시고, 세계를 알아야 하는데 너무 세계적인 정세에 뒤떨어져 있다"라고. 민주노동당은 기본적으로 '노동자·서민을 위한 진보정당'임을 표방하지만, 장차 집권을 목표로 할 정당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보다 시각이 넓어져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권영길 후보는 '코리아연방공화국'이라는 통일방안과 함께 '주한미군 단계적 철수'를 주장하고 있는데, 어쩌면 이 부분에서 지적당할 여지가 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평양 방문 당시에 김정일에게 '주한미군 평양 주둔'을 설득했고, 그 설득의 이유가 무엇인지, 동북아에는 남북한과 미국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하는 것입니다.

 

물론, 현재 민주노동당은 자주파가 당내 다수를 점하고 있고, 과거 문성현 대표나 권영길 대선후보도 자주파의 지원을 업고 당선됐기 때문에, 그네들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정권은 당내 다수정파의 지원으로만 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게다가, 그동안 상상도 하지 못했을 비정한 국제정치의 세계도 기다리고 있는 것이기에 민주노동당은 세계를 무대로 활동한 문국현 후보를 만나 이런 이야기를 들어서 나쁠게 없는 입장인 거죠.

 

문국현 후보는 권영길 후보와 만나 의미있는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뭔가 다른 정치인'의 면모를 보여줄 수 있는 호기입니다. '한나라당은 싫은데 통합신당에 만족하지 못하는' 유권자들을 확실하게 움직여 지지율에 변화를 줄 수 있는 호기죠.

 

이런 성향을 견지할 유권자들은 상당히 많습니다. 지금 '주인 없는 표'나 마찬가지인데, 권영길 후보와의 의미있는 만남과 이야기가 오간다면 앞서 이야기했듯이 움직일 수 있는 가능성도 있습니다.

 

게다가, '정동영 확정'으로 인해 지지정치인을 잃은 친노 성향 유권자들도 '뭔가 다른 어필'을 통해 확실하게 끌어올 수도 있습니다. 문국현 후보가 그동안 언론 인터뷰를 통해 꾸준히 자신감을 보였던 '지지율 상승', 이렇듯 갈 곳 잃은 표를 본인이 확실하게 다져놓을 수 있는 여러 갈래의 길이 있음을 알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유권자들의 두드러지는 성향에 따라 후보의 대처방법은 얼마든지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대처방법'이란 과거 정치의 틀에 갇힌 정치인은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지금 시점에서 이 '다양한 대처방법'은 문국현 후보만이 가능합니다.

 

문국현-권영길, '페어플레이 협정'하라

 

 

그래서 일각에서는 '정책 연대'나 '총선 연합 공천', 심지어 '단일화'까지 이야기하는 기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단일화'는 사실상 말도 안되는 이야기죠. 양자가 '말이 통할 수는 있지만' 가는 길이 다를 수도 있는 집단입니다. 문국현 후보로서는 '제3의 길'의 확실한 선명성을 과시해야만 '갈 곳 없는 표'를 흡수하면서 다른 후보들의 표도 노릴 수 있는 입장입니다. 게다가, 권영길 후보도 '민주노동당'이라는 확고한 정체성이 있기 때문에 역시나 말도 안되는 이야기입니다.

 

문국현 캠프 측 고원 공보팀장이 적절하게 잘 이야기했네요. "한국 사회의 문제를 함께 풀 방안을 모색하는 차원이라면 권 후보가 얘기하는 '가치 연정'은 의미있고, '큰 그림'도 그릴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우리는 좌우 균형을 잡는 세력으로서 한쪽을 만나는 것이지, 민주노동당 색깔로 그려진 이미지를 떠안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자, '가치 연정'과 '큰 그림'이라는 말이 의미심장하죠. 비록 '한미 FTA'에 대한 양자의 입장은 다르지만, '신자유주의 반대론'이나 '비정규직 해법'에 대해서는 양자가 충분히 의미있고 공감가는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양자 모두 기존 보수정치권의 대안정치세력으로서 '반부패' 등과 같은 명분을 함께 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면서 손을 맞잡고 "정책 대결과 의미있는 토론으로서 페어플레이를 하자"는 약속이 오간다면, 한나라당과 통합신당의 구태경선에 질려버린 유권자들의 시선을 끌어올 수도 있습니다. 이게 바로, 유권자들이 목말라 했던 '상생의 정치'가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만일, 문국현 후보가 가시밭길을 헤치고 대통령에 당선돼, '노동부 장관' 직을 민주노동당 인사에게 임명하고 직접적인 권한까지 보장할 수 있다면 이것 역시 한국정치사에 의미있는 그림이 될지도 모릅니다.

 

그러면서 민주노동당이 당내의 고름을 짜내고 도약의 계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민주노동당의 꿈인 '집권'도 언젠가는 현실이 될 것입니다. 정책 연대, 그리고  적절한 선에서의 '가치 연정'은 오히려 민주노동당에게도 도움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양자는 사특한 정치공학의 계산에 앞서 진전있는 이야기와 '약자'를 위한 근본적인 정책의 대화 등을 오붓하게 나눠야만 합니다.

 

문국현-권영길, '상생의 정치'를 보여야

 

민주노동당으로서도 이런 의미를 알기에 '유한킴벌리 버전 이명박'이라는 덧없는 공격보다는, '대화'를 선택한 것 같았습니다. 박용진 대변인의 이야기가 반가웠던 이유일지도 모릅니다. 확실히, 민주노동당은 시선을 좀 더 넓혀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장하준 교수와 정승일 교수가 나눴던 '쾌도난담 경제대담'에서도 "민주노동당은 '현실정치'를 좀 더 알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적이 있는데, 제 개인적으로는 정확한 지적이었다고 봅니다.

 

한나라당과 통합신당은 '상생의 정치'를 펼칠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졌다고 봐야 합니다. 박근혜 전 대표는 어디로 어떻게 움직일지 장담할 수 없는 현실이며, 통합신당 내에서도 친노 성향 유권자들의 일부는 '정동영 비토론'을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습니다. 구태경선의 현장을 제대로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문국현-권영길 양자로서는 '상생의 정치'를 보여주기 아주 좋은 무대가 마련됐다는 의미일지도 모릅니다. 진정어린 웃음과 대화, 진정어린 악수가 아름답게 보일 가능성도 큽니다. 그래서 양자의 회동이 기대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문국현,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통합민주신당 경선, #범여권 단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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