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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국회 건설교통위원회의 건설교통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한반도 대운하 공약에 대한 검증 공방을 한나라당 의원들이 제지하자 주승용 홍재형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이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하고 있다.
 17일 국회 건설교통위원회의 건설교통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한반도 대운하 공약에 대한 검증 공방을 한나라당 의원들이 제지하자 주승용 홍재형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이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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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의 검증은 국회에 맡겨진 기본적인 사명이자 책무다."

국정감사 첫 날인 17일 김효석 대통합민주신당(이하 통합신당) 원내대표의 말이다. 김효석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상임고문단-최고위원 연석회의에서 "(대선후보의) 정책에 대한 검증은 메니페스토원칙에 따라 할 것"이라며 "건설교통위 국감을 주목해달라"고 강조했다. 

특히 김 원내대표는 "제2의 IMF 같은 국정파탄을 초래할 수 있는 경부운하를 검증하기 위해 자료집을 만들었다"며 "이명박 후보가 연락만 주시면 언제나 무료로 드리겠다. 참조하기 바란다"고 꼬집었다.

실제 이날 건설교통위·환경노동위·정무위 등 상당수 상임위 국정감사에서 통합신당 의원들은 이명박 후보의 핵심 대선공약인 '경부운하'에 대해 날카로운 검증의 칼을 들이대며 즉각 철회를 요구하는 등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건교위] "경부운하는 대국민사기극" vs "건교부가 '이명박 죽이기' 배후"

건교위 소속 통합신당 의원들은 '경부운하는 국가파산, 식수재앙, 국민고통 사업이다'라는 제목의 공동 정책자료집을 발간, 경부 운하의 현실성, 경제성, 홍수피해, 식수오염 위험 등 11가지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들은 자료집에서 "총 공사비 가운데 누락 또는 축소된 비용을 추가 정산하면 최소 31조2066억원, 최대 53조5675억원의 비용이 나와 이 후보측이 제시한 16억원을 크게 상회해 수십조원의 혈세 낭비가 예상된다"고 비판했다. 이른바 경부운하는 '대국민 사기극', '국가재앙 프로젝트'라는 것이다.

문학진 의원은 "시설투자를 통해 운송능력이 높아진 철도를 놔두고 동일 구간에 경부운하를 건설한다는 것은 타당성 없는 중복투자로 국가재앙의 길"이라고 규정했다. 문 의원은 또 "운하가 철도에 비해 이산화탄소 2.5배, 질소산화물과 비메탄화수소는 19∼22배 많이 배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는 독일 하이델베르크 에너지환경연구소의 조사결과를 제시하기도 했다.

문 의원은 "경부운하는 약 540㎞에 달하는 전 구간을 폭 200∼300m, 깊이 6∼9m로 파헤쳐야 가능하며, 이는 생태계 파괴는 물론 수질오염, 하천구조물 파괴, 지하수위의 급격한 변화로 인한 주변도시 기반시설물 붕괴위험 등 국가적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며 "국운융성의 길은 경부운하가 아니라 한반도 종단철도와 대륙철도 연결을 통해 경제의 대동맥을 잇는 데 있다"고 주장했다.

홍재형 의원은 "이 후보측이 제시한 경부운하 예상 물동량을 기준으로 산출해 보면 경부운하에 다니는 배는 하루에 11.87척 밖에 안된다"며 "12척의 배가 오가는 사업에 수십조원을 재원을 퍼붓는 것으로 국민소득 4만 달러의 길을 열 수 있다는 것은 명백한 허구"라고 지적했다.

홍 의원 또 "경부운하에 19개의 갑문과 16개의 수중보가 설치될 경우 낙동강은 수중보와 수중보 사이에 막혀 있는 거대한 수조가 돼 심각한 부영양화를 야기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며 "경부운하 건설은 경제적으로도 환경적으로도 효과가 없으며 오히려 국토 전체의 골칫거리, 재앙으로 등장할 가능성만 짙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주승용 의원은 "이 후보측의 주장대로 경부운하를 민간제안사업으로 추진한다면 정부는 민간기업이 사업을 제안할 때까지 기다리면 될텐데 도대체 뭣 때문에 심한 반대를 무릅쓰고 사업을 강행하겠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도 가세했다. 이영순 의원은 "대운하 사업은 건설과정의 구체성을 결여한 장밋빛 뜬구름이자 속빈 강정으로, 영남표를 의식한 대선공약에 불과하다"며 "이 후보의 서울시장 시절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가 작성한 보고서도 강변여과수 등의 간접취수는 타당성이 없다고 결론 내리지 않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한나라당은 정부 태스크포스(TFT)팀이 경부운하 구상 타당성 보고서를 작성했던 점을 들어 '이명박 죽이기'라고 반발하는 한편, 경부운하의 타당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애썼다.

이명박 후보측 한반도대운하특위위원장인 박승환 의원은 "지난 6월 공개된 건교부 경부운하 태스크포스(TF)팀의 보고서는 물동량과 골재수급량을 과소 산정하고, 수송시간을 과다하게 산정한 엉터리 보고"라며 "이렇듯 악의적인 보고서 왜곡의 배후에 건교부와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사실에 개탄을 금할 수 없으며, 이는 청와대와 정부가 나선 '이명박 죽이기'의 전모"라고 주장했다.

통합신당과 한나라당은 각각 경부운하 찬반론자들을 참고인으로 채택해 대리전을 전개하기도 했다. 김재경 한나라당 의원은 토목·환경 분야 전문가인 미국 위스콘신대 박재광 교수를 참고인으로 불러 경부운하의 타당성을 입증하는 답변을 이끌어냈다.

박 교수는 "내륙수로는 연안해운과 달리 기후변화에 대한 안정성, 내륙도시 접근성 등의 측면에서 유리하고, 정수처리만 거치면 얼마든지 상수원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유량 증가에 의한 수질개선 효과도 기대된다"고 답변했다.

17일 오전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대회의실에 마련된 정무위 국정감사장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박병석 위원장의 회의 진행을 거부하며 위원장석을 점거한 뒤 구호를 외치고 있다.
 17일 오전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대회의실에 마련된 정무위 국정감사장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박병석 위원장의 회의 진행을 거부하며 위원장석을 점거한 뒤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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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무위] "12개가 한강교량 재설치에 5조7400억원 소요"

정무위 국정감사는 증인 채택 문제로 회의가 열리지 못하는 등 파행을 거듭하고 있지만 통합신당 소속 의원들은 보도자료를 통해 경부운하에 대한 공격을 이어갔다.

박상돈·김태년 의원은 "경부운하는 김영삼 정부 시절 이미 정부차원에서 경제가치가 없는 것으로 결정된 사안"이라며 "제2의 새만금처럼 부처 갈등과 국론분열의 암초가 돼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영주 의원은 "대운하를 건설할 경우 한강다리 23개중 교각간 거리가 짧은 12개는 철거하고 다시 설치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최소 1조9000억원이 들고 교통혼잡비용으로 3조8000억 원 등 총 5조7400억원의 사회적 비용이 소요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경부운하 찬성론자들은 경부운하가 건설될 한강과 낙동강 등에 설치된 교량이 115개이고, 이 중 14개의 교량만 재설치하면 된다고 주장해왔다. 이명박 후보의 대선준비단 전략자문위원인 추부길 교수도 "다리 높이가 낮기 때문에 철거하거나 재가설해야 하는 다리는 총 11개이고, 한강수계에는 이포대교와 달천철교 단 두 곳 뿐"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김영주 의원은 "해양수산부의 '항만 및 어항설계기준'에 따르면 경부운하 건설시 항로폭이 최소 67m 이상 되어야 한다"며 "그러나 서울시내 총 23개의 한강교량 중 12개의 교량은 최소 항로폭보다 작기 때문에 교각과 선박의 충돌 위험성이 높다"고 반박했다. 실제 잠수교의 교각사이 거리는 30m이고, 반포대교, 잠실대교, 한강대교 등이 모두 67m를 넘지 못한다.

김 의원은 "이 후보가 치밀한 사전 조사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경부운하를 밀어붙이고 있다"며 "경부운하 계획은 수많은 국민을 교통대란과 제2의 성수대교 붕괴의 위험 속에 빠뜨리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환노위] 경부운하는 국감대상이 아니다?

환경노동위에서는 경부운하로 인한 환경 문제가 집중 거론됐다. 통합신당 의원과 한나라당 의원들은 경부운하와 관련한 증인·참고인 채택 여부를 놓고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신명 통합신당 의원은 "수은 크롬 납 카드뮴 비소 등 7종의 유해중금속 물질이 포함된 시멘트를 이용한 콘크리트로 둘러싼 대규모의 운하가 백두대간을 통과할때 한반도의 생태계 미래는 완전히 붕괴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 의원은 이어 "다뉴브강의 경우 인위적으로 수로와 내륙 항만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강의 자연적인 흐름이 왜곡되고 주변의 가치가 높은 습지와 숲 등이 80% 이상 파괴된 예도 있다"며 "환경부는 환경을 지키는 주요 부서로서 이에 대한 대책을 강구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당의 우원식 의원은 이날 김좌관 부산가톨릭대 환경공학과 교수, 박진섭 생태지평연구소 부소장,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처장, 안병옥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등 모두 4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모두 대운하 정책을 비판해 온 인사들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소속 홍준표 환노위원장은 난색을 표했다. 홍 위원장은 "대운하 문제가 환노위 업무이기는 하지만 국감 대상에 포함시키기에는 부적절하다"며 "여야 간사에게 '국감이 끝난 뒤 환노위 공청회를 열어 운하의 타당성과 환경 파괴 여부에 대해 집중 논의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으니, 간사들은 오늘 중으로 협의해 달라"고 주문했다.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경부운하는 환경 대재앙"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던 홍준표 위원장이지만, 이 후보가 대선후보로 확정된 이상 자신이 위원장으로 있는 상임위에서 경부운하를 다룬다는 것이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한 셈이다.

이에 우원식 의원은 "(경부운하 문제가) 왜 국감 주제로 부적절한 지 모르겠다. 유력 후보의 첫 번째 중요 공약으로 이미 국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물 속에서 공사할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는 '대운하 수혜주'의 주가가 648%나 올라, 막대한 시세 차익이 발생했다"고 반발했다.

"대통령 후보가 국정 운영 주최는 아니지만 사회적 영향력 등을 고려했을 때 국감 대상이 맞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의원들은 "경부운하는 국감 대상이 아니다"라고 버텼다. 배일도 의원은 "국정 문제가 아닌데 국감에서 증인 신청을 하는 것이 타당한지 명확한 정의가 있어야 한다"며 "이명박 후보에 대한 검증 작업의 일환이라면 적절치 않다"고 반대했다. 같은 당 정진섭 의원도 "환노위가 선거 문제까지 나설 필요가 있느냐"고 가세했다.


태그:#경부운하, #이명박, #국정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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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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