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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후보가 후보가 되자마자 한나라당의 집중 공격을 받고 있다.

 

17대 국회의 마지막 국정감사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범여권의 공세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한나라당은 '친인척 주가조작'과 '조폭자금 수수' 등 정 후보를 둘러싼 의혹들을 터뜨렸다.

 

박세환 한나라당 의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 후보가 2002년 처남 민모씨 등을 동원해 각종 비자금으로 코스닥 기업들의 주가를 조작해 거액을 챙긴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나라당 권력형비리조사특별위원회(위원장 홍준표 의원) 산하에 있는 '정동영 조사팀'에 참여하고 있다.

 

2003년 1월 전주지법은 홍모(부동산중개업자)씨에 대해 2001년 주가 조작으로 수십 억원의 시세차익을 올린 혐의로 징역 1년 6월과 10억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는데, 홍씨가 관리하고 있던 계좌에는 정 후보 처남 부부의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고 한다.

 

홍준표 "금감위, 주가조작 관련자 8명중 1명만 검찰 고발"

 

박 의원은 "홍씨는 자금주들로부터 10% 정도의 보수만을 받았을 뿐인데, 금감위가 홍씨만 검찰에 수사의뢰하고 사건이 종결된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며 사건을 맡았던 전주지검에 수사기록 열람 및 문서 감정을 요구했다.

 

같은 당 홍준표 의원도 기자들을 만나 "코스닥위원회가 주가조작 관련자 8명을 금융감독위원회에 넘겼는데, 금감위가 8명중 홍씨만 검찰에 고발한 것이 사건의 핵심"이라며 "자금을 맡긴 사람들이 함께 '장난'을 치지 않으면 주가 조작은 애당초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금감위 조사와 검찰 수사가 진행될 당시 정 후보는 여당의 재선의원이었는데, 여당 '실세'였던 정 후보가 곤경에 빠진 처남을 구하려고 금감원에 압력을 행사한 게 아니냐는 게 한나라당 의원들의 문제의식이다.

 

한나라당은 정 후보의 조폭자금 수수설도 제기했다. 당 대선준비팀장을 맡고 있는 정두언 의원은 행정자치위 국감에서 "조직폭력배 '전주월드컵파'가 벤처기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정치인들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했는데, (정치자금 수수자 명단에) 정 후보의 이름도 등장한다"며 정 후보를 국감 증인으로 출석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정 후보의 도덕성과 정치적 입지도 함께 건드렸다.

 

한나라당 일류국가비전위원장을 맡은 김형오 의원은 "정 후보는 본인의 자녀를 미국에 일찍부터 조기유학 시킨 것으로 안다. 정 후보의 공약이야말로 가난한 사람을 더욱 가난하게 하는 교육공약이 아니냐"고 비난했다. 범여권이 이 후보의 교육정책을 비난하며 후보 자녀들의 사립학교 위장전입을 집중 공격할 것에 대비해서 정 후보 자녀들의 '조기유학' 카드를 꺼내든 셈이다.

 

최유성 부대변인은 "정 후보가 라디오 인터뷰에서 '친노와 반노의 구분법이 사라졌고, 노 대통령에게도 인간적으로 미안하다'고 말했다"며 "정 후보가 상왕(上王) 노 대통령에게 용서를 구걸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한나라당이 본격적으로 정 후보에 대한 견제에 나선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각 당의 대선후보 경선을 마친 범여권이 '후보 단일화'로 다시 세를 불리기에 앞서 '이명박 때리기'에 집중하자 한나라당도 "상대를 공격하는 것이 최선의 방어"라는 결론에 이른 셈이다.

 

정 후보의 지지율이 아직 이 후보를 위협할 정도는 아니지만, 후보가 된 뒤 미약하게나마 상승세를 보이는 것도 한나라당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나라당으로서는 이번 대선에서 전통적인 취약지였던 호남에서 의미 있는 전과(戰果)를 올리기를 기대하지만, 전북 출신의 정 후보가 신당 후보로 나섬에 따라 대선이 또 다시 영호남 지역대결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정 후보측 역제안 "이명박-정동영 모두 국감에 출석하자"

 

그러나 한나라당이 정 후보에 대해 제기하는 의혹들은 아직 '카더라' 수준에 머물고 있다. 정 후보의 처남 부부가 연루된 주가조작 사건의 경우 정 후보가 주가 조작 및 사건 무마에 개입했음을 뒷받침하는 증거들이 전무하다.

 

대선후보는 "한나라당은 싸움을 걸어오더라도 응할 필요 없다"고 말하면서 소속 의원들이 면책특권을 이용해서 무책임한 정치공세에 나서는 등 이중플레이를 한다는 비난도 나온다.

 

정 후보 측은 한나라당의 공세에 대해 "이명박과 정동영에 대한 모든 의혹을 국감에 올려놓고 함께 규명하자"고 역제안을 내놓았다.

 

정동영 경선캠프의 대변인을 맡았던 김현미 의원은 "이 후보가 국감 증인으로 출석한다면 정 후보도 증인으로 나설 준비가 돼있다. 정 후보는 언제라도 국민의 조사와 검증을 받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정 후보의 처남 민씨가 그 사건으로 인해 검찰 조사를 한 번 받은 적은 있지만, 그는 단순투자자에 불과했음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민씨가 홍씨의 주가 조작을 전혀 모르고 돈을 맡겼을 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지만, 김 의원은 "궁금하고 미심쩍은 게 있으면 국감에서 이명박 의혹을 포함해 전부 밝히면 될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김 의원은 정두언 의원이 제기한 '조폭자금 수수설'에 대해서도 "정 의원과 그의 형은 '상암동 DMC 사기 분양' 사건의 핵심인물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남의 얘기를 할 때가 아니라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 의원은 "어르신들이 자주 쓰는 말 중에 '방안퉁수'(많은 사람들 앞에서는 한 마디도 못하고 집안에서만 큰소리 치는 것)라는 말이 있는데, 이 후보의 지금 모습은 한나라당 의원들 뒤에서 숨어서 큰 소리나 치는 '당안퉁수'일지 모른다"고 비꼬았다.


태그:#정동영, #박세환, #김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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