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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요계의 트렌드가 리메이크인 것과 비슷하게 오락프로에서도 일종의 따라하기가 무차별적으로 시도되고 있다.


유재석, 박명수 등 6명의 고정 MC가 진행하는 MBC <무한도전>이 2007년 버라이어티 쇼의 대세로 자리매김했고 대세를 따르려는 타 방송사들의 무분별한 추종은 오락프로의 획일화를 부추겼다.


약 2년 전, 목욕탕 물빼기, 굴착기와 대결 등 '무모한 도전'으로 시작했던 <무한도전>은 지난해 독립 프로그램으로 급성장하면서 올해 오락프로의 새 트렌드를 몰고 왔다. <무한도전>은 지나치게 식상한 입담 대결 대신 상식을 뛰어넘는 과제의 도전 과정을 그리면서 시청자들의 눈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특히 소수의 MC와 다수의 게스트들로 진행되었던 과거의 오락프로형식에서 벗어나 6명의 고정 MC들과 스태프들을 가미시킨 <무한도전>의 파격적인 변신은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주었다.


그러나 문제는 <무한도전>의 새로운 시도가 우후죽순으로 등장하는 '제2의 무한 도전'들 때문에 그 의미를 퇴색당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KBS 강호동의 <1박2일>은 제2의 <무한도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한도전> 못지않게 초호화 멤버들로 구성된 강호동의 <1박2>일은 대자연과 함께한다는 취지는 좋았지만 사실상 <무한도전>의 연장선상이라는 평가다.


특히 노홍철은 <무한도전>과 <1박2일> 모두 중복 출연하면서 두 오락프로의 이미지를 비슷하게 하는데 일조했다. 그리고 <1박2일>은 지난달 방송되었던 강원도 정선편에서 기존에 <무한도전>이 시도했었던 스태프를 출연시킴으로써 시청자로부터 <무한도전> 따라하기라는 비난을 받았다.


또 그들은 강원도 정선행 기차 탑승 후 제천역에서 '2분 만에 가락국수 먹기'라는 무모한 도전으로 김종민을 낙오시킨 것처럼 예상치 못한 도전과제를 설정, 그 과정을 프로 전면의 흥밋거리로 내세우고 있다.


<1박2일>이 제2의 <무한 도전>이라는 오명을 떨쳐내기 위해서는 단지 자연에서의 개그가 아닌, 좀 더 자연을 통한 개그로 시청자들에게 어필해야 할 것이다.


한편 고정 멤버로 유재석, 박명수가, 게스트로 정형돈 혹은 하하의 여자친구 안혜경이 등장했던 KBS2 <해피투게더> 도전 암기송 역시 <무한도전>과 비슷한 느낌을 준다. 특히 녹화 도중 안혜경을 통해 계속 하하를 거론하는 모습이나 노래하는 정형돈을 온갖 수단으로 방해하려는 유재석, 박명수를 보면 이 프로가 마치 <무한도전>이라는 착각마저 들게 한다.


여성 <무한도전>이라 불리는 MBC 드라마넷의 <무한 걸스>나 KBS2 <하이파이브>도 진행자들의 성별만 다를 뿐 기본적인 설정은 <무한도전>과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결국 이처럼 방송사를 불문하고 무분별한 따라하기 방송이 범람할 경우 피해자는 역시 시청자일 수밖에 없다.


시청자는 기본적인 채널 선택권을 보장받아야 하는데 일주일 내내 비슷한 프로그램이 계속 방영되고 있는 것이다. 역사를 배울 수 있는 사극 드라마들의 최근 지나친 편성도 문제가 되고 있는데 하물며 시청자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주어야 할 오락프로에서 식상함만 주고 있는 것이다.


먹고 살기 위한 연예인들의 오락프로 중복 출연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각 프로만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시청자들에게 좀 더 다양한 즐거움을 주는 시대가 열려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데일리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무한 도전, #획일화, #강호동의 1박2일, #무한 걸스, #해피투게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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