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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8월 한국의 대우인터내셔널와 버마의 미얀마석유가스공사는 버마 서부 아라칸주 근해의 해저 천연가스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한국가스공사·인도석유공사·인도가스공사와 컨소시엄을 이루어 가스를 발굴했다. 그 결과, 2004년 1월 슈에 가스전에서 최초로 가스를 발견했으며, 2005년 3월 슈에퓨 가스전에서, 2006년 1월 미야 가스전에서 각각 가스를 발견하였다.

 

지금까지 이 일대에서 확인된 가스 매장량은 4.5조~8.5조 입방피트라고 한다. 이것은 우리나라 연간 LNG 소비량의 4~8배나 되는 엄청난 양이며, 금액으로는 최대 90조원에 달하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기업이 외국에서 발견한 가스전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것이다. 이 때문에 대우인터내셔널의 버마 슈에 가스 개발은 해외 에너지 자원 개발의 성공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해외 에너지 개발의 성공사례... 그러나 뒷면의 그림자

 

그러나, 지구상에서 가장 악질적인 군사독재 정권이 버티고 있는 버마에서 이러한 대규모 개발 사업이 초래할 환경과 인권문제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크다.

 

아직 슈에 가스전에서 생산된 가스가 어디로 어떤 방식으로 팔려나갈지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슈에 가스 개발에 관해 활동하고 있는 여러 단체들이 연대하여 결성한 슈에가스운동이 지난해 7월에 펴낸 보고서 <지배와 공급>를 보면 이미 여러 인권 유린 사례가 보고되어 있다.

 

 

버마 내의 대규모 개발사업 및 관련 기반시설에 대한 투자가 있으려면 이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군대가 가장 먼저 들어온다.

 

아라칸 주에서는 군대 주둔이 늘어나면서 인권침해 사례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데, 슈에 가스전에서 생산된 가스를 판매하기 위해 수송관 건설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더 많은 군대가 들어와 더 큰 인권 문제를 야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1988년 이래로 아라칸주와 친주의 팔레토군을 포함하는 서부사령부 예하 보병대대 숫자가 3개에서 43개 대대로 증가했다. 뿐만 아니라, 10개의 기술 및 통신 담당 부대와 3개의 전략사령본부, 그리고 3개의 해군기지 역시 새로 들어왔다.

 

군대는 각종 사업의 면허 및 운영 절차에 간여하는 등 돈이 될 만한 여러 사업들을 장악하고 있다.

 

강제 노동, 토지 몰수, 약탈과 폭력... 

 

버마의 다른 지역에서처럼 군부대가 늘어남에 따라 강제노동이 증가하고, 새로운 군사시설과 기지 및 진입로를 만들기 위한 토지 몰수가 자행해지고 있다. 지역주민에 대한 약탈과 폭력 또한 증가했다.

 

2001년부터 2005년에 이르기까지 슈에 가스 개발사업 예정지역인 아라칸주의 음라욱우와 촉토 마을은 물론 친주의 팔레트와 마을에서 군대에 의한 강제노동에 끌려갔다는 보고가 있다.

 

마을 주민들은 도로 보수와 군대 막사 및 주둔지를 보수하는 일에 강제로 동원되었다. 주민들은 채석장에서 돌을 캐내 도로까지 운반하여 도로와 교량을 건설하거나 보수했으며, 군부대 농장에서 밭을 갈고 농작물을 수확하는 데 동원되었음을 증언하고 있다. 

 

하지만 주민들은 아무도 노동에 대한 보상을 받지 못했으며, 심지어는 일하는 동안 음식이나 물까지 제공되지 않은 경우가 허다했다. 이에 대한 주민들의 증언은 다음과 같다.

 

 

"우리 지역에 있는 모든 마을에서 강제노동이 있었다. 2003년에 나는 3일 동안 군부대의 농장에서 밭을 갈아야 했고, 촉섹(Kyaukseik)마을 근처에서 17명의 주민과 함께 6일 동안 채석장에서 일했다. 2005년에는 5일 동안 채석장에서 다리 공사장까지 돌을 날라야 했다."

 

"나는 4일 동안 나무를 심어야 했다. 나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일에 동원되었는데, 여성과 노인뿐만 아니라 9~10살짜리 아이들까지 있었다."

 

"주민들은 정기적으로 촉토-시트웨 구간 도로를 정비하는 데 동원되고 있다. 집집마다 한 사람씩 나가야 하는데, 나는 지난 2005년 4월에 이 일에 동원되었다."

 

"우리집은 매우 가난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있으면 매우 힘들어진다. 이틀 동안 다른 일을 하지 못하면, 그 동안은 가족이 먹을 양식조차 없게 된다."

 

"2004년 9월에 20~24세 가량의 젊은이 여섯 명이 일하는 것을 거부했다. 그러자 군인들이 이들의 머리를 때리고, 발로 등을 걷어찼다…. 결국 젊은이들은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9살 짜리 아이들도 나무심기에 동원"

 

군대가 들어오면서 부대 주변의 토지를 몰수하고, 식량과 목재를 약탈하는 것도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특히 군대의 증강 배치에 따라 토지 약탈이 점차 심각해지고 있는데, 지역주민들이 소유하고 있던 칼라단강 유역의 토지가 군부대에서 운영하는 농지로 편입되거나 도로에 가깝다는 이유로 몰수되었다.

 

2004년 7월에 약 400㏊에 달하는 논이 군부대의 티크나무 재배지 조성을 위해 몰수되면서 땅주인들에게는 어떠한 보상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2001년에는 시트웨에서 버스 정류장을 만들기 위해 마을 주민들의 토지가 몰수되었다. 관계당국은 보상해 줄 것이라고 이야기했지만, 오늘날까지 누구도 보상 받은 적이 없다.

 

제20보병연대와 제550경보병연대는 포나기완(Ponnagywan)지역의 3개 마을에서 논과 밭을 강제로 차지하였다. 군대에 식량을 공급하기 위해 트랙터가 밭을 갈아엎고 논으로 만들어버렸다. 포나기완 마을에서는 약 9천만 챠트의 자산 가치를 지닌 개인회사가 소유권을 강탈당했고, 근처 마을에서는 군대가 지나가면서 쌀과 새우젓·건어물·고추 등을 약탈했다.

 

 

"군대가 새로운 주둔지를 만드는 칼라단강 동쪽에서 대부분의 토지 몰수가 일어난다. 군인들이 먹고살기 위해 부대 주변의 땅을 몰수한다. 군대가 떠난 후에도 땅에 대한 소유권을 가지고 있으며 주민들은 한때 자신들의 땅에서 농사를 짓기 위해 소작료를 내야 한다."

 

"당국이 2002년에 우리 논(약 2.5㏊)을 몰수했다. 당시 어머니는 너무나 속이 상해 이틀 동안 아무 것도 먹을 수 없었다. 이제 우리는 우리 논에서 경작하기 위해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60바구니의 쌀까지 바쳐야 한다. 그렇게 많은 쌀을 주고나면 우리 가족이 먹을 쌀조차 부족하기 때문에, 이제는 쌀농사를 짓지 않는다. 대신 돈을 벌기 위해 형과 나는 말린 생선과 소금에 절인 생선·젓갈을 판다. 칼라단강 동쪽에 있는 우리 마을에는 150가구가 살고 있다. 주민들은 농사와 장사를 하며 살고 있는데, 2001~2002년에 내려진 군사작전명령 제9호에 의해 많은 주민의 땅이 넘어갔다. 이런 이야기를 국제단체에 전해준다면 우리 마을 주민뿐만 아니라 아라칸주 촉토의 다른 많은 마을을 위해서도 좋을 것이다."

 

"집집마다 군대의 벽돌 공장에 특정한 양의 나무나 300~500챠트의 돈을 주었다. 군대 하사관이 집집마다 다니며 돈을 걷었다."

 

"주민들은 매일 마실 물과 씻을 물·술·코코넛·망고·빈랑나무열매 등을 마을에 있는 군대를 위해 갖다 주었다. 이에 대해 군인들이 돈을 주는 것도 아니지만, 우리는 계속 갖다 바쳐야 한다."

 

지난 2주 동안 국제사회가 관심 있게 지켜보았던 버마의 민주화 시위는 총칼을 앞세운 군사독재정권이 얼마나 지독하게 국민들을 탄압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인권이 철저히 유린되고 있는 버마에서 대우인터내셔널과 같은 우리나라 기업의 활동이 버마 사회와 국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 것인지 잘 살펴봐야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환경운동연합 홈페이지에도 함께 게재합니다.


태그:#버마, #대우, #슈에 가스, #아라칸, #한국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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