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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저녁 대동강 능라도 5.1 경기장에서 노무현 대통령 등 방북단이 지켜보는 가운데 아리랑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3일 저녁 대동강 능라도 5.1 경기장에서 노무현 대통령 등 방북단이 지켜보는 가운데 아리랑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평양=공동취재단) 노무현 대통령은 3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함께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에서 열린 '아리랑 공연'을 관람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저녁 8시쯤 김 위원장과 남북측 관계자들과 함께 경기장에 입장, 한복을 차려입은 여성으로부터 꽃다발을 전달받았다. 노 대통령이 입장하자 관중들은 ‘와~’ 하는 함성과 함께 기립 박수로 환영했으며, 노 대통령은 꽃다발을 높이 치켜들며 답례했다.

공연이 시작되자 김 위원장은 공연 팸플릿을 보여주며 간간이 노 대통령에게 공연 내용을 설명했으며 노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이를 경청했다.

차분히 공연을 관람하던 노 대통령은 저녁 8시44분쯤 김영남 위원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치자 잠시 뒤 일어나 함께 박수를 쳤다. 파란색, 분홍색 무용복 차림의 아동들이 줄넘기 등 놀이를 형상화한 아리랑 공연 2장 ‘선군아리랑’의 ‘활짝 웃어라’ 편이 끝나갈 무렵이었다. 김 위원장은 출연한 아동들이 공연을 마치면서 "아버지 장군님 고맙습니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노 대통령이 앉아있는 주석단(귀빈석) 쪽으로 달려나오자 기립해 박수를 친 것.

이 때 관람석에선 카드 섹션을 통해 ‘아버지 장군님 고맙습니다‘는 구호가 만들어졌다. 권양숙 여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노 대통령은 아리랑 공연이 끝나는 대목에서 한 번 더 일어났다. 공연이 끝나갈 즈음 관중들이 함성을 지르며 노 대통령을 향해 환호하자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치며 출연자들과 관중석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이 때는 권양숙 여사를 비롯, 함께 관람한 남측의 공식수행원, 특별수행원 전원이 모두 일어났다. 특별수행원 가운데 일부 정,재계 인사들은 시차를 두고 나중에 기립했다.

공교롭게도 이때 고 김일성 주석을 찬양하는 노래가 흘러나왔고 카드섹션에서는 ‘21세기 태양은 누리를 밝힌다. 아, 김일성 장군‘이라는 구호가 나타났다. 이어 노 대통령이 박수를 치는 도중 ‘무궁번영하라 김일성 조선이여‘라는 구호로 바뀌었다. 출연자들과 관중들은 함성을 지르며 환호했다.

 "박수 격려는 손님으로서 당연한 예의"

노 대통령은 관중석을 향해 손을 흔들며 9시30분쯤 김영남 위원장과 함께 퇴장했다.

노 대통령은 공연이 끝난 후 공연 관람 도중 박수로 격려한 데 대해 "손님으로서 당연한 예의"라고 말했다고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관람석은 10만여명의 평양시민과 군인, 공무원들로 가득찼으며, 남측 특별수행원과 일반수행원들은 노 대통령과 같은 열에서 공연을 관람했다.

북측 관계자는 “인민군과 공무원들을 아리랑 공연에 동원, 각각 노 대통령 좌측과 우측 관람석에 앉힌 것은 아리랑 공연을 관람하러 온 노 대통령을 예우하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관중들은 ‘어버이 사랑으로 강군을 키우신 대원수’ ‘수령님의 유훈은 조국통일’ 등 고 김일성 주석 관련 문구가 카드섹션으로 나타날 때마다 환호를 질렀다.

한편 이날 공연은 오후 7시30분 시작될 예정이었으나 오후부터 내린 비 때문에 30여분 지연됐다.

노무현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가 3일 저녁 대동강 능라도 5.1 경기장에서 아리랑공연을 관람하기전 꽃다발을 받고 인사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 아리랑 공연 관람 온 노무현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가 3일 저녁 대동강 능라도 5.1 경기장에서 아리랑공연을 관람하기전 꽃다발을 받고 인사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인민군 총검술 장면은 빼고..체제선전 뼈대는 유지

한편 북측은 이날 공연 내용 가운데 이념성을 강조한 부분을 상당수 수정하고, 평양을 방문한 노 대통령에 대한 나름의 예우를 표하는 내용을 추가했다.

북측은 애초 서장과 본장 1, 2, 3, 4장, 종장으로 구성된 아리랑 공연 가운데 고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칭송하는 내용 때문에 남쪽에서 논란이 제기됐던 서장을 없앴다. 대신 공연 시작에 앞서 출연진들이 노 대통령을 향해 모란과 진달래 등을 형상화한 종이꽃을 흔들며 환호하는 내용을 삽입했고, 일제 강점기 한민족의 수난사로 시작되는 ‘1장 아리랑 민족’ 공연으로 곧바로 들어갔다. 

이에 따라 지난 4월과 북측이 수해를 당하기 전인 8월에 펼쳐진  아리랑 공연 서장에서 카드 섹션을 통해 구현됐던 ‘민족의 어버이신 수령님께 최대의 경의를 드립니다’,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동지께 최대의 영광을 드립니다’ ‘절세의 애국자 김정일 장군 만세’ 등의 구호는 등장하지 않았다.

북측은 종장에서도 ‘영원이 번영하라 조선로동당’, ‘영광스런 조선로동당’, ‘위대한 우리 당에 영광을’ 등 노동당의 정통성을 강조하는 카드섹션 내용을 대부분 제외했다.

또 '제2장 선군아리랑'의 ‘6경 아리랑 민족의 기상’ 가운데 북한 인민군의 위력을 과시하는 총검술 장면을 빼고, ‘태권도 민족의 슬기’라는 카드섹션을 배경으로 출연진이 태권도 시범을 보이는 장면을 새로 집어넣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직접적으로 형상화한 카드섹션은 등장시키지 않는 등 일부 공연 내용도 순화시켰다. 

그러나 이런 순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제1장의 ‘4경 우리의 총대’에서 전투 장면과 ‘한세대 두 제국주의를 타승하신 강철의 명장, 어버이 사랑으로 강군을 키우신 대원수’라는 카드섹션을 배경으로 인민군 복장의 군악대가 행진하는 장면을 그대로 유지하는 등 북측 주민들의 결속을 다지기 위해 기획된 아리랑 공연 본래의 기본 뼈대는 그대로 유지했다.

공연 막바지에 출연진·관객 전원 기립해 노 대통령에게 열렬히 환호

특히 공연의 막바지에 출연진들과 관객들이 모두 일어나 노 대통령을 향해 열렬히 환호하는 예의를 갖추면서도 ‘무궁 번영하라 김일성 조선이여’라는 카드섹션 구호는 바꾸지 않았다.

아리랑 공연은  지난 2002년 고 김일성 주석의 90회 생일을 기념해 처음 선보인 북한의 집단체조 및 예술 공연으로 2002년 4월29일부터 8월15일까지 공연되었다. 2005년 두번째로 실시된 아리랑 공연은 노동당 창건 60주년(10월 10일)과 6.15 공동선언 5주년 등을 기념하기 위해 기획된 것으로 8월부터 10월까지 공연된다. 

아리랑 공연에는 음악, 전통무용, 기계체조는 물론 고난도의 서커스적 요소까지 가미된 공연으로, 1회 공연때마다 10만명이 출연한다. 특히 화려하고 웅장한 대집단체조(매스게임)와 2만명이 동시에 진행하는 카드섹션이 공연의 백미로 꼽힌다. 북한은 2002년 아리랑 공연 때, 미국 중국 러시아 및 유럽 관광객의 입국을 허용한 바 있으며, 이후에도 공연을 외국인 관광객 유치 상품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한편, 지난 8월15일 우서옹 기네스 대표가 아리랑 공연을 직접 관람하고 북한 인민문화성 부상에게 세계 최대의 규모의 집단체조와 예술공연임을 인정하는 기네스 증서를 수여했다.


태그:#남북정상회담, #아리랑 공연,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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