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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현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외국인 노동자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현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외국인 노동자들
ⓒ 심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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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 에미리트 연합국(UAE)에서 근무하는 체류하는 사람들은 크게 2가지로 분류된다. 로컬 현지인과 현지 거주 외국인. 이들의 가장 큰 차이는 일에 대한 의지이며 더욱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돈에 대한 집착이다.

로컬 현지인들은 일반적으로 부유한 삶을 영위하며 일·취업에 대한 관심은 많지만 일에 대한 열정은 다소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반면에 현지 거주 외국인들의 경우에는 일에 대한 열정이 있다. 일에 대한 열정이라고 표현하기 보다는 돈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두바이의 경우, 이들은 'DUBAI DREAM'을 이루기 위해서 고국에서의 생활을 포기하고 건너온 경우가 많다. 특히 DUBAI의 치솟는 물가를 감당하기 어려워 가족을 고국에 두고 혼자 건너온 경우가 많아서 측은함까지도 든다.

이들이 UAE, 그 중에서도 두바이로 건너오는 이유는 단 한가지다. 돈을 벌기 위해서다. 물론 외국인들에게 돌아가는 급여수준은 물가상승률 만큼 오르지 않았는데, 그 가장 큰 이유는 지속적으로 유입되는 저렴한 노동인력으로 인한 노동인력 공급시장의 포화상태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미국이나 일본, 한국과 같은 선진국으로 들어오지 않고 UAE로 유입되는 것일까? 바로 입국 절차의 단순함 때문이다.

미국·일본·한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입국심사를 매우 까다롭게 한다. 외교부의 정책에 따라 외국인들의 노동인력을 심사단계에서 조절하는 것이다.

가령 예를 들어 중국인의 경우, 한국에서 비자 신청을 하여 거절 당할 경우 3년간은 재신청 할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한국으로 들어가고 싶은 의지가 있는 중국인이라면 여권 사진을 바꿔서라도 들어간다고 한다.

반대로 UAE는 그러한 인구 유입에 대한 심사는 그리 까다로운 편은 아니다. 이들은 관광비자, 혹은 단수 방문비자를 취득해 예상외로 간단한 입국절차를 거쳐 UAE로 유입된다. 약 4000미화 달러를 에이전트 비용으로 내면 현지에 입국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입국 후에는 소정의 추가 비용을 내고 1개월, 혹은 2개월 마다 정기적으로 비자 갱신을 해야 한다.

두바이 거주 외국인 비율
 두바이 거주 외국인 비율
ⓒ dubai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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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거주 인구 분포도
 두바이 거주 인구 분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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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정부 차원에서 이러한 부분을 몰라서 통제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고 여겨진다. UAE 외교부에서도 이 정도의 정보는 충분히 갖고 있으리라 믿는다. 그런데도 외국인들이 단수 방문비자를 가지고 입국하여 불법 취업을 하는데도 손을 놓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UAE 정부차원에서도 이들을 묵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국민 중에서 3D업종 (단순 가사, 노동 업종)에 근무할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저렴한 외국 노동자들의 노동력에 의지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렉(Gregg)씨를 처음 만난 것은 본사 출장자들이 두바이로 출장을 왔을 때였다. 그는 50세로 직업은 운전기사다. 말끔한 양복과 넥타이 차림으로 일하는 그는 상당히 친절하며 예의 바르다. 회사 소속으로 근무하며 3년 취업 비자를 받아 일한다고 한다. 운전기사로 일 한지 약 5년이 되었다고 했다. 나이에 비해 그리 오래된 경력은 아니다.

그렉씨는 필리핀 국적자다. 그가 중동지역으로 처음 온 것은 19년 전이라고 한다. 처음에 그가 필리핀에서 현지로 건너올 당시 UAE로 들어오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에이전트가 서류를 잘못 처리해 사우디아라비아로 입국했다고 한다.

그의 경력은 화려하다. 처음에는 해상안전요원으로 일하며 수영강사, 개인운전수, 사무직 등 해보지 않은 일이 없을 정도다. 현재 그는 로컬 현지인이 운영하는 운전회사 기사로 일하고 있으며 CHEVY TAHOE를 끌고 다닌다.

가족과 함께 나왔는지에 대한 질문을 해보니 이혼하여 현재 아이가 없다고 한다. 자신은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이도 없지만 현재 여자친구와 살고 있으며 그 여자친구의 자녀를 함께 키우는 것이 행복하다고 한다.

그렉씨의 하루 예상 수입은 약 500Dhs 정도다. 하지만 직업의 특성상 손님이 있는 경우 더 벌 수 있다고 하며 손님이 없는 경우 조금 덜 벌어서 기복이 심하다고 한다. 만약에 매일 하루에 250Dhs을 번다고 가정하게 되면 그의 한달 수입은 7500Dhs이다. 원화로 환산하였을 경우 2백만원이 채 안 된다.

거기에 차량 회사에 납부하는 소정의 비용을 차감하게 되면 월수입은 약 1백만원이 조금 넘게 된다. 현지의 높은 물가수준을 감안한다면 그의 생활이 얼마나 빠듯한지를 대충 짐작할 수 있다.

Mr. Gregg. 운전수로 일하고 있다
 Mr. Gregg. 운전수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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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시(Arsih)씨는 현지에서 모로코 집안 식모로 일을 하는 젊은 친구다. 인도네시아 출신 무슬림으로 나이 28세 미혼이며 중동 지역에서 근무한지 5년이 되었다고 한다. 그녀의 식모 경력은 8년 정도 되는데 그녀의 에이전트를 통해서 싱가포르, 사우디아라비아 등지로 돌아다녔다고 한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근무할 당시 집주인이었던 현재 모로코 집주인 내외를 만나 에이전트 계약을 끝내고 그들을 따라 두바이로 왔다고 한다.

아르시씨도 모로코 집주인을 통하여 정상적인 3년 취업 비자를 취득하여 일한다고 한다. 식모의 특성상 집주인 집에서 숙식하며 함께 생활한다. 그녀의 일상은 집안청소, 식사준비, 아이들 돌보기 등 가사 전반을 한다고 한다.

이를 통하여 받는 대가는 월 1500Dhs이다. 원화로 환산하게 된다면 약 40만원이다.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보이지만 나름대로는 만족한다고 한다. 식모의 경우 숙식을 제공받고 비자가 없는 경우 비자 갱신 비용까지 모두 지원 받는다. 또한 그녀는 본업 외에도 파트타임으로 주말마다 외부 출장 가사업무를 처리해 주기도 하여 실제 월 수입은 50만원 이상이라고 한다. 필자가 인도네시아에 거주할 10년 전 당시 식모의 월급이 10만원 채 안된 점을 감안하면 4배 차이이며 본인의 절제를 통하여 돈을 쉽게 모을 수 있다고 본다.

Ms. Arsih
 Ms. Arsi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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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들의 UAE 유입은 한동안 지속될 것이고 UAE 정부 차원에서도 이들의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 지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두바이의 경우 현지 로컬 젊은이들의 단순 노동 분야로의 취업을 적극 권장하고 있어 현지의 Union Cooperative Society 카운터에는 로컬 현지인들이 일을 하는 추세다.

외국인들이 현지에서 살아 남기가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다. 치솟는 물가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월급, 화려한 잔치판 속에서 소외되는 이들이 불쌍하게 보이기도 하였다.

인터뷰는 취업비자가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주로 다루지만 실제로 현지에 있는 외국인들 중에서 취업비자가 없는 노동자들의 수가 더 많다. 이들의 생활은 인간 이하의 생활 수준이기도 하여 인권 문제를 다루는 단체들도 하나 둘씩 생겨나고 있는 추세다. 이들을 보면서 우리도 한때 저렴한 외국인 노동자로 떠났을 때가 있지 않았는가를 생각해 본다. 그리고 한 국가의 경쟁력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다시금 느끼게 된다.

하나의 집 지붕에 저렇게 많은 위성이 필요한가? 다가구가 한 집에 사는 것을 의미함.
 하나의 집 지붕에 저렇게 많은 위성이 필요한가? 다가구가 한 집에 사는 것을 의미함.
ⓒ 심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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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두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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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금융시장에서 13년간 활동한 금융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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