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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에 있는 TV에서 추석연휴 귀성길 정체가 점차 풀리고 있다는 뉴스가 들려온다. 매년 그래왔듯이 올해도 고속도로에서 거북이걸음을 하며 배기가스를 내뿜는 자동차들의 모습이 비친다. 그리고 꼼짝없이 성냥갑 같은 네모난 자동차에 갇혀 피곤한 고향 길에 나선 사람들의 모습도 보인다. 고향에 계신 부모님과 가족들을 만나러 가는 마음은 즐겁겠지만.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자동차를 이용한 설날이나 추석 명절 귀성이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를 순간적으로 한반도 대기권으로 내보내고 있는 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서울과 수도권에서 맴돌다 빠져나간 자동차들이 산하를 파괴해 건설한 전국적으로 연결된 고속도로를 내달리면서 온실가스의 대표적인 기체인 이산화탄소를 통째로 뿌리고 다니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고 말이다.

추석 연휴 서울도심의 도로는 한산한 편이다. 그렇다고 온실가스 배출 총량은 줄어들었을까?
 추석 연휴 서울도심의 도로는 한산한 편이다. 그렇다고 온실가스 배출 총량은 줄어들었을까?
ⓒ ROADi, 네이버 교통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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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간선도로망계획에 따라 고속도로로 국토가 쪼개지고 산림이 파괴되고 있는 것도 보인다. 어떤 이들은 고속도로를 만들어야 명절 귀성길에 정체도 없고, 놀러 다니기 좋다, 전국 2시간 생활권이 된다 등 떠들어댄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시라, 이 엄청난 수의 고속도로가 정말 필요한 건지 말이다.

천박한 건설자본과 상업 관광자본이 만들어낸 황량한 죽음의 길이 아니고 무엇일까란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또 이런 말 하면 그 고속도로 이용하지 않느냐고 되물어오는 분들 꼭 있다. 그래서 아예 여행이나 관광이란 것을 빌미로 나돌아 다니지 않는다. 만약 어디를 가게 되면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말이다.

온 국토를 조각내고 있는 고속도로
 온 국토를 조각내고 있는 고속도로
ⓒ ROADi, 네이버 교통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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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튼 다들 아시겠지만 산업화에 의한 화석연료의 이용과 인간의 무분별한 소비행위(휴대폰을 만들기 위해 열대우림이 파괴되고 있는 등)로 인해 지난 10년 간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양이 급격히 증가해 해수면이 상승하고, 북극의 빙하가 녹고 있고 그로 인해 엘리뇨 현상과 기후변화(폭염, 대형 허리케인, 홍수, 대화재, 토네이도, 사막화 등)가 일어나고 있음을 말이다.

그래서 지구온난화로 인해 인류를 구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는 시간은 고작 10년 밖에 남지 않았다고 한다. 10년 뒤 명절을 맞아 화창한 가을날 고향으로 귀성길에 오르는 모습은 이제 사라질지 모른다는 이야기다.

이를 막기 위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억제하자고들 하지만, 역시 말뿐이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자동차를 계속 생산하고 있고 그 자동차를 이용해 살기 위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살기 위한 삶의 선택이 아니라, 인류가 스스로 파멸로 돌진하는 운전이다. 자동차에 인류라는 가족을 모두 태우고 낭떠러지로 고속페달을 밟고 있는 것이다. 너무 끔찍한 표현인가? 아니다. 그게 현실이다. 지구는 지금 불타고 있다!

끔찍하다! 빙하를 아이스바로 만들어버린 인간문명
 끔찍하다! 빙하를 아이스바로 만들어버린 인간문명
ⓒ WW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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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추석연휴는 그 기간이 길어 황금연휴라고들 한다. 그래서 해외여행을 가는 이들도 많다고 한다. 그런데 알고 계신지 모르겠지만,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3%가 항공기 운항 때문이다. 그래서 항공 운항 감축이 필요하다고들 하는데, 역시 한국 사람이나 항공사들은 대단하다. 그냥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막나가고 있다.

그동안 아무도 매년 명절에 반복되는 자동차를 이용한 귀성에 대해 문제 삼지 않았다. 기분 좋은 명절인데 불편하고 거북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자신에게 돌팔매질 하라는 것과 다름없다는 것을 모두 잘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좋게 그냥 넘어가고 있는 것이리라.

하지만 생각해보라. 그 돌팔매가 무서워 온실가스를 마구 내뿜는 자동차를 이용한 귀성길을 막지 못한다면, 고향을 찾는 일도 아예 없어질지 모른다. 고작 10년 아니 더 빨리 그 날이 올지 모른다.

누군가 불편한 진실을 말해야 한다!
 누군가 불편한 진실을 말해야 한다!
ⓒ 영화 '불편한 진실'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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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블로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p.s. 고향인 인천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살고 있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자동차를 굴리는 가족들이 있어 문제지만...아무튼 멀리 고향으로 귀성길에 오른 분들께 불편하고 거북한 이야기를 꺼내 죄송할 따름입니다. 즐거운 명절 되시길.

아참! 빼먹은 이야기...우리의 귀성은 어디서 온 것일까? 급격한 산업화, 도시화로 인해 고향을 떠나보낸 이들이 다시 고향을 찾는 귀성본능에서 오는 것일까? 산업자본에 노예가 되어 살다가, 귀성과 명절이란 이름으로 잠시 그속에서 벗어나는 기회를 얻는 것은 아닐까? 고향으로 돌아가 살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사람들의 가슴아픈 여정일까? 고민스럽다.



태그:#추석, #지구온난화, #온실가스, #해외여행, #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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