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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동안 난코스의 산을 올랐기에 오늘은 좀 쉽게 오를 수 있는 산을 택했다. 일광산은 부산광역시 기장군 일광면에 있는 378m 높이의 산이다. 한번도 가본 적이 없는 개척 산행이다. 기장군내에 들어섰지만 여행지도만 보고 찾아가는 길이라 몇 번을 헤매야 했다.

 

기장 교리초등학교 앞 문화그린 아파트를 지나 전통음식점 흙시루 왼편으로 들어섰다. 일광사 진입로에 들어서니 박넝쿨에 조롱박이 주렁주렁 열려있고, 숯가마, 담을 넘어선 능소화, 모과 등 이 가을 햇살아래 싱그러웠다. 백두사 표시판 옆을 따라 일광산 등산로에 오르기 시작했다. 오전 11시였다.

 

등산이라기보다는 산책로였다.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와 닿았던지 산길은 경사가 완만하고, 햇살이 잘 들어 황토 흙이 고왔다. 부자가 함께 강아지를 데리고 내려오며 얘기를 나누는 모습도 보였고, 데이트 족, 부부들, 혹은 혼자서 산을 오르거나 내려오고 있는 모습들을 보는 즐거움도 있었다.

 

등산로에는 키 작은 도토리나무들이 도열하고 있어 바람이 불 때마다 나뭇잎들이 서로 부대끼는 소리를 냈다. 산책로에서 또 하나의 즐거움은 키 작은 야생화들을 보는 것이다. 엉겅퀴꽃, 오랑캐꽃 등이 낮게 피어 있었다. 달음산 정상까지 올라갈 때 느꼈던 긴장감이나 힘든 것이 별로 없어 조금은 시시하게 느껴졌다. 아이들이나 노약자들, 가족과 함께 가볍게 소풍 오는 정도면 좋을 듯했다. 나도 이제 산행체질이 되어가나 보다.

 

처음 산행할 땐 꽤 힘들었던 것 같은데 이젠 체력도 많이 좋아진 것 같다. 누가 뭐래도. 개인적으로 등산하면서 폐활량이 좋아지는 것 같고 산에 오르며 흘리는 땀으로 몸 속 깊은 곳에 숨어 있던 노폐물까지 다 빠져 나가는 듯해서 좋다.

 

등산은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으로 도심 속에서 오염된 우리 몸속의 노폐물을 흘리는 땀으로 제거해 주고 나무가 선물하는 피톤치드로 인해 건강에 아주 좋다고 하지 않는가. 심폐기능을 좋게 하고 다리와 허리 근육을 강화시켜 주고 맑은 공기 속에서, 또 호연지기를 배울 수 있어 여러 가지로 좋다.

 

 

한솥밥 먹고 사는 사람이 산을 좋아해 함께 산행할 기회가 많다. 등산길이든 인생길이든, 잠시 지나가는 순례의 길에 길동무가 있어 그 길을 함께 갈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길동무란 한 사람이 둘이서 함께, 혹은 둘이서 혼자 가는 것이다. 잠시 사는 세상 속에서 길동무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함께 한 목적을 위해, 같은 길을 갈 수 있는 은혜….

 

이미 백여 개의 산을 오른 전력이 있는 사람과 이제 산 오르는 재미를 알아가는 나랑은 비교도 안 되겠지만 둘이서 ‘갈멜 산악회’라 이름 짓고 난 뒤 그래도 일곱 개의 산에 올랐다. 적어도 한 달에 한번은 산행을 하는 셈이다. 이번에는 사흘 동안 세 개의 산에 올랐으니 강행군인 셈이다.

 

갈림길을 만났다. 길은 또 다른 길을 내고 길이 길에 잇대어 또 다른 길로 이어지는 것이다. 어디로 갈까. 왼쪽으로 보이는 낮은 길을 버리고 좀 가팔라 보이는 길을 택했다. 거기서부터 정상까지는 급경사로 이어져 있어 땀을 흠씬 흘리며 올라갔다. 오늘은 바람이 거세게 불어 나뭇잎들이 기분 좋은 소리를 내고 있었다.

 

정상에 도착한 시간은 12시20분! 바람이 미친 듯이 불어대는 일광산자락 아래로 탁 트인 일광 바다가 보였다. 그 뒤로는 바람재, 그 너머로 봉우리들이 아홉산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북쪽으로는 멀리 달음산이 보였다. 정상 근처에는 고맙게도 도시락을 편안하게 먹을 수 있는 널따란 나무 평상과 긴 나무의자가 놓여 있어 그만이었다. 일광바다가 가까이 있었다.

 

오후1시5분에 하산, 왔던 길을 버리고 ‘바람재’ 쪽으로(일광산까지 18분 소요) 내려와 일광산 등산로를 따라 처음 출발점으로 돌아왔다. 2시5분이었다. 내려오는 길에 쉬어가며 천천히 와서인지 약 1시간 5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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