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우리 무시하지 마세요. 우리도 똑같은 한국사람이에요.”

 

  이구동성이다. 한국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뭐냐는 질문에 결혼이민자 여성들의 하나같은 대답이다. 사실 그녀들은 외모는 외국인이지만, 엄연히 한국 국적을 지닌 한국인이 맞다. 하고 싶은 말이 많겠지만, 무시하지 말라는 말에 다 들어있다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 집에 갔다 오고 싶어요. 정말이에요.”

 

가족들에게 바라고 싶은 것도 많으련만, 제일 먼저 친정집에 다녀오고 싶다고 한다. 그렇다. 토종 한국인들이야 추석이라 고향도 가고 성묘도 하고 친척도 만난다지만, 그런 광경을 볼수록 이들에게 상대적 소외감이 더 들 것은 분명할 터.

 

 

“김치 잘 만들어요.”
“깍두기 잘 해요.”
“송편 만들어 먹을 거예요.”
“한국 음식 다 잘해요.”

 

 한국 음식 중 잘하는 게 뭐냐, 이번 추석에 뭐 만들어 먹을 거냐는 질문에 여기저기서 난리다. 역시 주부들이다. 조금 전 그녀들이 받던 한글수업시간을 볼라치면 이렇다.

 

“경복궁”
“겸보꿈”

 

 한글교사의 발음을 따라하는 게 쉽지 않나보다. 큰 눈 부릅떠서 한글 교사의 입술을 쳐다보고 귀담아 들어도 마음 같지 않게 발음은 그 정도다. 그러다 행여 같이 온 아기가 울라치면 조용히도 시켜야 한다. 눈치도 보이지만, 그렇다고 귀중한 수업시간을 빼먹을 수도 없다.

 

그렇게 한국말을 하나 둘 알아가는 것은 그녀들에겐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사실 그녀들이 가정에서 힘든 일 중 하나가 의사소통 문제다. 

 

 그래도 오전 수업 끝나고 교실 문을 나서자 이민자 여성들은 꼭 아이들 같다. 교실에서 해방되어 점심을 먹으러 간다는 즐거움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들이 여기 오는 이유 중 하나가 친구를 만날 수 있다는 것. 그것도 안성종합사회복지관(이하 안성복지관)에 온다는 이유로 남편에게 공식 외출을 허락받은 날이기에 하루가 가는 것이 그저 아쉬울 뿐이다. 그래서 그녀들은 틈만 나면 수다를 떤다.

 

 

 이런 그녀들에게 소중한 마당을 열어주고 있는 안성복지관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는 작년 6월부터 결혼이민자 여성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실시해오다 올 1월에 정부의 위탁을 받아 본격적으로 업무를 하고 있다. 현재 99명의 이민자 여성이 등록되어 있고, 꾸준히 출석하는 여성은 40~50명 정도다. 베트남, 필리핀, 중국, 캄보디아 등 다양한 나라 출신의 여성들이다.

 

 “이민자 여성들에게만 한국을 이해하고 배울 것을 강조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봅니다. 우리도 이들을 이해하고 배워야 합니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일자리입니다. 이들도 자립해 일하기를 원하죠. 이들이 이 사회의 소중한 인력으로 역할을 다 하게 하는 것이 사회로도 유익일 겁니다. 또 이들은 우리나라의 차세대 꿈나무들을  집에서 양육하고 있는 인력 양성자들이기도 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겁니다.” 

 

참으로 재기발랄하면서도 당찬 이야기를 들려주는 여성, 그녀가 바로 안성복지관에서 이민자 여성을 위한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는 이태경 복지사다. 그녀의 거침없는 이야기는 계속 이어진다.

 

“우리 센터는 단순히 한글 교육이나 요리 교육만을 해주는 곳이 아닙니다. 이름 그대로 이민자 여성의 가정을 총체적으로 지원해주는 곳이죠. 그러니까 이민자 여성의 남편, 가족 등과 상담도 하고, 의사소통이 안 돼 힘들다면 출장을 나가 통역까지도 해주죠. 또 이민자 여성들의 고충을 같이 고민하고 해결합니다.”

 

안성만 해도 결혼 이민자 여성을 400여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복지사의 말대로라면 10% 정도의 이민자 여성이 실제 혜택을 누리고 있다. 올해는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40개의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를 위탁운영하고 내년에는 이를 80개로 늘린다니 그나마 다행이긴 하다. 

 

이렇듯 우리 사회는 다문화 사회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아직 우리에게 내재해 있는 이민자와 여타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편견은 여전하다. 이제 이런 편견을 버릴 때다.

 

 



 

덧붙이는 글 | * 이 인터뷰는 지난 20일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사무실과 센터 휴게실에서 이루어졌습니다.

* 안성복지관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에서는 교욱지원사업(한글,요리 등), 상담지원사업(이민자와 가족 상담), 이민자가족지원사업(가족간담회 등), 문화지원사업(체험활동), 정보제공사업, 지역사회네트워크 구축사업 등을 통해 결혼이민자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해 지원하려고 그림을 만들어 가고 있다. 결혼이민자를 위한 상담전화는 1577-5432(전국 공통)이며 안성복지관엔 031-671-0631로 하면 된다.


태그:#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 #결혼이민자, #이태경복지사, #안성종합사회복지관, #안성복지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