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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여성의전화, 한국성폭력상담소,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13개 시민단체들은 20일 오전 10시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 대강의실에서 '<문화일보> 신정아 언론보도사건 규탄 및 대안마련을 위한 긴급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 참여한 이들은 "<문화일보>만이 아니라 다른 언론의 선정적인 신정아 사건 보도행태도 심각한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신정아가 남성이었다면...

 

이윤상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문화일보>의 신정아 누드사진 게재는 가장 극단적인 형태일 뿐 나머지 관련 보도들과 그리 간극이 넓지 않다"며 "신씨가 '수려한 미모'의 성공한 비혼 여성이었기 때문에 그랬던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또 "신씨가 만약 여성이 아니라 남성이었다면 학력위조 의혹이 성로비, 핑크빛 이메일 같은 기사로 이어지기가 힘들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6일 '중앙SUNDAY'에 게재된 '지인들이 말하는 변양균'에서 드러난 변 전 실장은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품을 가진 이', '자신의 소신을 정확하게 밝히는 이', '사생활에서는 서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이'다. 반면 우리가 신정아씨에 대해서 알 수 있는 것은 뭔가? 온통 사치스럽고 규모없는 경제생활, 부적절하고 문란한 사생활을 암시하는 추측성 기사들 밖에 없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모니터부장도 언론이 익명의 취재원을 동원해 신씨의 몸로비 의혹에 대한 '카더라' 기사를 생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13일 <경향신문>에 실린 '다채로운 남성편력 ... "잠 못드는 유력인사 많을 것"'이라는 기사를 보면 한 중견 문화인이 '2년 전에 (신씨와) 데이트를 하며 손을 잡았더니 스킨십을 나눈 두번째 남자라면서 첫번째 남자는 아버지라고 하더라'며 '배신감이 아니라 허탈감을 느낀다'고 밝힌다. 그렇다면 그는 신씨가 처녀가 아니라는 사실에 실망했다는 것인가. 그리고 이런 저급한 남성의 발언을 중앙종합일간지가 그대로 기사화한 것을 어떻게 봐야 하나."

 

이어 김 모니터부장은 "언론들이 사설에서는 권력형 게이트 수사가 부족하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정작 섹스 스캔들 부각은 언론 스스로 하고 있다"며 "<문화일보>가 신씨의 누드사진을 게재하며 보였던 비윤리적 보도 행태에 대해 모든 언론단체, 여성단체 및 인권단체들이 함께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일보> 민·형사상 책임 피하기 어려워"

 

한명옥 변호사는 "<문화일보>가 누드사진을 게재하고 신씨의 몸로비 의혹을 제기하는 기사까지 쓴 것은 분명 신씨의 인격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문화일보>가 형 · 민사상 책임을 피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변호사는 "현행법상 직접적인 피해자가 아닌 제3자도 타인의 범죄행위에 대해서도 형사고발 할 수 있고 민사상으로도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지만 직접적인 당사자가 아닌 경우에는 현실적으로 소송을 통해 배상받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부소장은 "그래도 여성단체가 <문화일보>에 법적인 대응을 한다는 것은 의미가 있는 행위라고 생각하지만 그것만으로 근본적인 사회의 변화를 기대하기는 힘들다"며 "사회적 공감대를 만들어내는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여성단체의 <문화일보> 규탄 시위 뒤에 항의전화가 많이 왔다. 전화한 분들은 '<문화일보>가 잘못한 것은 분명하지만 여성단체가 신씨가 여자라고 나서서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나 여성단체가 나서는 것은 <문화일보>가 누드사진을 공개해서만이 아니라 신정아씨 관련 보도에 나타나는 남성 권력의 작동 방식 때문이다."

 

대책위 건설, 인권위 제소 등 인격권 침해 보도 적극 대응해야 

 

김 모니터부장은 "거의 모든 언론사의 기자들이 인권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다"며 "기자들의 인권교육이 선행되고 이와 같은 사례의 인격권 침해 보도에 대해 고소·고발 등 강력하게 대응해야만 이 같은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청중들도 ▲<문화일보> 사태 대책위원회 건설 ▲국가인권위원회 제소 ▲<문화일보> 절독 운동 ▲<문화일보> 취재 및 기고 거부 등 여러가지 대책들을 제안하며 활발한 토의를 나누었다. 

 

권미혁 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는 "이날 <문화일보>의 누드사진 게재만이 문제가 아니라는 주장에 공감한다"며 "이날 나온 대안들을 더 논의해 지금까지 제기된 사안들을 사회적 의제화시키는 방안을 고민해보자"고 말했다.


태그:#신정아, #성차별,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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