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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와 우리 마을에 사는  ‘더아모의집’ 소녀들은 통학하는데 걷는 시간이 80분이나 된다. 요즘 아이들이나 어른들이 이만큼 걷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참 대견하다.
 

 아침에 시골버스 타는 데까지 10분, 버스 기다리고 타고 가는데 20분, 내려서 학교까지 걸어가는데 30분 정도 소요된다. 그러니까 등교하는데 총 소요 시간이 1시간이나 된다. 이 중 걷는데 걸리는 시간이 40분이다. 그러니 하루에 등하교 시간은 2시간이고 걷는 시간은 80분인 셈이다.

 

사실 시골버스를 타고 안성 시내에 나가서 거기서 시내버스를 타고 학교까지 가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딸아이가 싫단다. 딸아이의 말을 들어보자.

 

“아빠. 걷는 게 좋아요. 일단 운동 되죠, 걸으면서 친구들과 수다를 떨 수 있으니까 좋죠, 그리고 차비도 아끼잖아요.”

 

딸아이가 말한 것을 보니 일석삼조가 '딱'이다.

 

“그래도 걷는 거 힘들지 않니?”
“아뇨, 재미있어요. 습관 되니까 좋아요. 히히히히.”

 

내참 할 말이 없다. 재미있다는데 무슨 말을 하겠는가. 내가 가끔씩 같은 버스를 타고 딸아이와 ‘더아모의집’ 소녀들과 동행하면서 보아도 소녀들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어 보인다. 우리 마을에 그 소녀들이 들어서면 온 마을이 들썩들썩한다. 소녀들의 수다와 웃음소리가 온 마을에 진동을 하는 게다.  

 

이번 여름 방학이 다 지나가면서 딸아이가 한 말이 걸어 다니는 것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아빠,  방학 동안에 학교 가지 않으니 걸어 다닐 일이 적어서 그런지 살이 쪘어요. 개학하면 계속 걸어 다닐 수 있을 텐데.”

 

사실 우리 어렸을 적에는 두세 시간 시골길을 걸어서 학교에 가는 일은 그리 보기 드문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요즘 어디 그런가. 요즘 걸어가면서 길을 물으면 흔히 이렇다.

 

“00까지 가려면 어떻게 가지요?”
“예, 이렇게 저렇게 걸어가면 돼요.”

“아, 그래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거기까지 걸어가려면 한참 걸릴 걸요.”

 

눈치를 챘겠지만, 한참 걸어가야 한다고 알려준 그 거리를 실제로 걸어 가보면 10분에서 20분 정도다. 내게 길을 가르쳐준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10분에서 20분 정도 걷는 거리를 한참 많이 걷는 것으로 여긴다. 본인들이 느끼는 체감 거리일 게다.

 

걷는 게 좋다는 거 누구나 알고 있지만, 사람들은 잘 안 걷는다. 바꿔 말하면 우리는 차, 오토바이, 자전거 등의 기계에다가 우리 몸을 맡겨버리는데 익숙하다.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에 살면서 10분에서 20분 걷는 것도 많이 걷는다고 생각한다면 사치가 아닐까.

 

우리도 한 번 걸어보자. 걸을 수 있으면 최대한 걸어보자. ‘승용차를 타지 않으면 이라크 파병하지 않아도 된다’던 고 권정생 선생의 따가운 말을 되새겨보자. 걷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 

 

 

하여튼 오늘도 딸아이는 시골길을 소녀들과 함께 걸어서 집에 도착한 후 씩씩하게 인사를 한다.

 

“아빠, 학교 다녀왔습니다.”

덧붙이는 글 | ‘더아모(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모임)의 집은 경기 안성 금광면 장죽리 시골 마을에 자리 잡고 있다. 홈페이지는 http://cafe.daum.net/duamo 이다. 


태그:#더아모의집, #통학, #걷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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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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