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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의 주인공은 후보와 유권자다. 하지만 대선 100일을 앞둔 9월, 지역신문이 주목한 것은 오직 후보뿐이다. 그것도 선거 캠프에서 벌이는 ‘이벤트’를 중계하고 있을 뿐 해당 후보와 관련 논란이 되고 있는 뉴스는 아예 지면에서 찾을 수도 없다.

 

8월 20일 일찌감치 후보를 결정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대선 100일이 되는 9월 10일부터 본격 선거운동을 시작해 14일 대구를 방문했다. 14일 대구지역의 <매일신문><영남일보>가 주목한 것은 ‘이 후보, 환경미화원 체험’, ‘텃밭 민심’ 다독이기‘ 등 너무나 평이한 스케치 기사 뿐이다.

 

반면 <부산일보>는 부산, 경남, 울산지역 전문가 집단 여론조사를 통해 부산경남권 민심을 분석했고, 유권자를 선거의 중심에 세우려고 노력했다.

 

<매일><영남>D-100일, 후보만 ‘쫄쫄쫄’
새벽골목길 시끌벅적, 서민들의 아침 단잠을 깨우지 않았을까?

 

대선 D-100일이던 지난 9월 10일, 11일, 지역신문이 주목했던 것은 ‘이명박 후보 새벽 환경미화원 체험’이었다.

 

 

<매일신문>은 3면에 '이명박 후보 새벽 1km, 골목길 누비며 .. 100일 대장정 돌입‘ 기사를, <영남일보>는 11일 <뉴스와 이슈> D-100일 '환경미화 체험‘을 을 주요하게 보도했다. 아니, 선거캠프에서 기획한 프로그램을, 그대로 중계했다. 지면만 보면 당일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다.

 

현장에 있었던 MBN '팝콘영상‘에서 너무 이벤트에 치우친 당일 아침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취재진과 한나라당 당직자 수십명에 둘러싸인 이 후보. 쓰레기 수레 하나에 50여명 인파가 밀고 당기고(그게 그렇게 무거운 것인지?) 쓰레기 봉투가 나타날 때마다 기자들은 포즈를 원하고 이 후보는 거기에 맞춰주고.

 

아침 청소는 제대로 했을까? 새벽 골목길 시끌벅적한 이들의 이벤트가 서민들의 아침 단잠에 방해나 되지 않았을지? 대부분의 언론은 이 점을 외면했다.

 

이 후보 대구방문, <매일><영남> ‘앵무새’ 역할 뿐

 

지난 14일(금) 한나라당 경선이후 이 후보는 대구를 처음으로 방문했다. 표면상으로 드러난 목적은 ‘TK민심 껴안기’지만, 본질적 목적은 ‘당원 추스르기’에 가까운 이날 대구 방문.

 

<매일신문>과 <영남일보>는 역시 후보 일정과 후보의 발언만 챙겼다. 지역사회 민심이 어떤지, 후보의 주요 정책에 대한 반응은 어떤지 등 최근 논란이 된 사건에 대한 여론의 향배를 전달하는데 실패했다. 모든 기사의 주어는 ‘이 후보는 00 했다’는 것.

 

<매일신문>

9월 14일 (금)  1면 : “다음 정부선 대구경제 살아날 것”
                    6면 : 이명박 ‘텃밭 민심’ 다독이기

<영남일보>

9월 14일 1면 - 이명박 ‘tk"껴안기 본격 행보
9월 15일 3면 - 李 마음 통했나? - 박 측 의원 상당수 참석 등

 

이 후보와 연관된 논란, <매일><영남>에서 찾을 수 없어

 

한편, 지역신문은 후보의 일정만 스케치 했을 뿐 후보와 관련된 논란은 지면에서 배제했다. 9월 이명박 후보와 관련된 주요 논란은 ‘이 후보의 여성관’이었다. 오마이뉴스를 통해 불거진 ‘마사지 걸’파문과 지난 8월 경선 때 불거졌던 ‘관기’발언 등을 지역 언론은 비껴갔다.

 

참여정부에서 무슨 일만 터지면 바로 다음날 여론조사로 발빠르게 민심을 청취했던 것에 비해 이 후보에 대해서만 유독 무던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 같다.

 

<부산일보>, 17대 대선이슈 - 전문가 집단 여론조사

 

비슷한 시기 <부산일보>의 보도가 눈에 띈다.

 

대선 D-100일이었던 9월 10일 <부산일보>는 ‘부산, 경남, 울산지역 전문가 여론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경향’을 묻는 평면적 조사가 아니라 전문가 집단을 중심으로 복잡 다양한 질문을 제시했고, 그 결과를 꼼꼼하게 해석했다.

 

물론 <부산일보>창간 61주년에 맞춘 조사라고는 하지만, 대선 D-100일, 유권자의 목소리를 전달하려고 했던 <부산일보>의 시각이 참신했다.

 

만일 기자가 이 후보 캠프에 있었다면, <부산일보>기사를 주요하게 스크랩 했을 것이다. 이후 정책 입안 및 반영에 주요한 정보들이 많기 때문에. 단순하게 행사만 스케치한 기사를 굳이 스크랩하고 싶을까?

 

2007대선과 관련, 대구경북 유력 일간지 <매일신문><영남일보>는 후보만 따라다닌데 반해, <부산일보>는 유권자의 관심을 유도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분석하고 있었다. 선거의 또 다른 주인공, 유권자를 선거의 주체로 내세우기 위한 시도였을 것이다.

 

누가 옳은가?

덧붙이는 글 | * 이글을 쓴 허미옥씨는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사무국장입니다.
참언론대구시민연대는 2003년 3월 대구에서 창립한  언론개혁운동단체입니다.
www.chammal.org 


태그:#2007 대선, #참언론대구시민연대, #매일신문, #영남일보, #부산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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