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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느낌의 '카리스마'에도 부드러움이 가미될 수 있을까. 텔런트 이서진을 보면 그것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2003년 <다모>의  '황보 종사관' 이서진이 이번엔 '정조 이산'역을 통해 오랜만에 사극으로 돌아온다는 소식에 그에 대한 관심이 모아진 지 오래다. 실제로 지난 2003년 <다모>에서 이서진은 하지원(다모 역)을 치료하면서 "아프냐? 나도 아프다"라는 말 한마디로 당시 '유행어계'를 평정하기도 했다.

 

얼핏 들어보면 이 말은 특별한 감동도 없고 재미도 없는 그저 그런 대사에 불과할도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대사는 잔잔하고 부드러운 이서진의 목소리와 어우러지면서 위력을 발휘하더니 결국 <다모>의 명 대사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MBC 창사 46주년 특별기획드라마 <이산>의 예고편부터 예사롭지 않아 보였다. 극의 일부를 간략하게 편집해 소개했던 <이산> 예고편을 통해 이서진(정조 이산 역)은 "나는 네가 죽여야 하는 이산이다"라며 강렬한 카리스마를 뿜어내 눈길을 끌었다.

 

예고편이 나가자 마자 일부 시청자들은 MBC <이산> 게시판을 통해 '<다모> 때의 기억이 난다'며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벌써부터 그동안 숨죽이며 지내오던 '폐인'들이 움직임을 시작하기라도 한 것일까.

 

어쨌든 <대장금> 이병훈 PD의 연출과 이서진의 출연작으로 알려지며 제작단계부터 관심을 모았던 MBC 드라마 <이산>은 지난 17일 첫 전파를 탔다. 첫 방송은 박지빈(이산 역)과 권오민(박대수 역) 등 아역 연기자들의 열연에 힘입어 시청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특히 이날 이산의 아역을 맡은 박지빈군의 눈물 연기는 압권이었다. '어린 이산' 박지빈은 뒤주에 갖힌 아버지 사도세자를 위해 떡을 훔쳐 들고 찾아가, 열연을 펼치면서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기도 한 것이다. 또, 여기에 박대수 아역을 맡은 권오민군의 코믹 연기가 곁들여 지면서 드라마에 대한 기대를 한층 더 높이는 효과를 거뒀다. 이처럼 두 아역배우가 시청자들을 울리고 웃기며 '병주고 약 주는 사이' <이산>은 첫방부터 시청률 14%에 달하며 좋은 출발을 보였다.

 

실제로 방송직후 <이산>의 시청자 게시판에는 '아역인 권오민 능청연기 때문에 박장대소했어요'(추송자님), '박지빈 권오민 아역연기 너무 잘해요'(황은주님) 등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처럼 첫 방송에서부터 박지빈과 권오민 등의 아역 배우들이 열연을 통해 드라마 <이산>의 기본을 탄탄하게 다져 놓으면서 오히려 이서진에겐 부담이 될 수도 있어 보인다. 아역들이 연기를 너무 잘하면 후발로 나선 성인 연기자들이 연기의 맥을 이어가기가 힘든 구석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서진에게도 비장의 카드는 있다. 바로 <다모> 시절 그를 지탱해준 연기력과 지금도 '황보 종사관'을 잊지 못하는 폐인층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서진은 지난 2006년 방송된 SBS 수목드라마 <연인>처럼 현대극을 통해서도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부드러우면서도 동시에 강한 느낌을 주는 연기는 <다모>와 같은 사극에서 더 큰 힘을 발휘하는 듯한 인상이다. 따라서 이서진의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이산>에서도 발휘된다면 비록 <다모> 수준은 아니더라도 '폐인층'을 또다시 브라운관 앞으로 불러모으며 인기를 끌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때마침 이서진은 <이산>을 통해 파격적인 신분상승도 이뤘다. <다모>의 종사관에서 <이산>의 정조(왕)로 급격한 보직이동(?)을 이룬 것이다. 그가 2003년 <다모>의 영광을 재현하며 또다시 폐인층을 불러 모을 수 있을 것인지도 드라마 <이산>을 보는 색다른 재미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태그:#이서진, #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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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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