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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이웃이 이사를 갔다. 빌라에서 전세 아파트로 이사했다. 이사 전 그 이웃은 401호, 우리 집은 201호였다. 똑같이 26개월된 아기가 있다. 그집 아기의 이름은 한서연이다. 앞으로 그 이웃을 서연네로 칭하겠다.

 

나는 서연네 아빠를 형님이라고 불렀고 서연엄마는 우리 아내한테 언니라고 불렀다. 나이 차이에 따라 당연히 그렇게 불렀다. 다른 말로 우리는 형님, 언니 하는 사이로 절친하게 지냈던 것이다.

 

우리는 네집 내집 구분없이 지냈다. 아이를 서로에게 맡기고 볼 일이 있으면 밖에 나가곤 했다. 시골에서 가져온 곡식 등이 있으면 나눠 먹었다. 집에서 자장면이나 부침개 등을 하면 서연네 몫까지 따로 만들었다. 서연네도 마찬가지로 음식 만들일이 있으면 꼭 우리집 몫까지 만들어 내려왔다. 종종 외식도 같이 했다.

 

서연네 아빠 즉 형님과 내가 출근하고 나면 아내와 서연네 엄마는 항상 만났다. 누구네 집이라 할 것 없이 먼저 내려오던지, 먼저 올라가던지 해서 만났다. 주말만 빼고 일주일 내내 만나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 그렇게 생활한지 어언 1년 5개월째.

 

15평 빌라에서 세 살배기 아기와 함께하는 아이 엄마의 하루는 어떨까? 녀석이 부산피면 뒤치다꺼리 하느라 정신없고 조용히 가만히 있으면 낫긴한데 심심해진다. 녀석과 함께 하는 한 시간을 내어 뭔가 다른 일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조용하면 조용한대로, 부산피면 부산피는대로 아내는 하루종일 아이를 봐야한다. 서연네집도 마찬가지 상황일 게다.

 

그토록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아내와 서연네 엄마는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을까? 두말할 것도 없다. 시시콜콜한 이야기 다 나누었겠지. 아이 키우면서 받는 스트레스, 15평 세간 많아 답답하기 그지없는 빌라에서 느끼는 갑갑함을 서연네 엄마와의 수다(좋은 말로 대화)로써 풀어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런데 그런 서연네가 이사 갔다. 그래서 지금 사는 빌라에는 또래 엄마가 없다. 아내가 심히 걱정이 된다. 혼자 남게 됐으니 말이다. 나야 밖에 나와 일하면 그만이지만 아내는 집에서 하루종일 아이와 함께 있어야 한다. 유일하게 말동무이자 벗이던, 마음 터 놓고 이야기하던 서연네 엄마 없이 혼자 쓸쓸히 지내야 할 아내를 생각하면 내 마음이 아파온다.

 

그만큼 서연네 엄마의 빈자리가 크다. 아들 녀석도 마찬가지이다. 이제 겨우 세살이지만(만 26개월) 걷기 시작할때부터 서연과 워낙 많은 시간을 함께 해 왔기에 서연과는 제일의 친구사이였다. 우리 아이가 서연엄마를 잘 따르고 우리 아내를 '이모이모' 하고 부르며 보고 싶다고 울고 보채는 아이가 바로 서연이다.

 

서연네가 이사가던날 나는 출근했고 서연네 네 식구는 차 안에 잠깐 있어야했다. 이사짐이 내려올 동안 말이다. 그때 아내는 이사 때문에 아침도 못먹은 서연네 식구들을 불러 라면을 끓여줬다고 한다.  

 

드디어 이사짐차가 떠나던 순간 서연 엄마는 아내에게 이 말을 했다고 한다.

 

“언니, 나 눈물 날것 같아.”

 

나는 서연네 가족에게 이 말을 하고 싶다.

 

“그동안 좋은 이웃이 돼 고마웠습니다” 라고.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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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소통과 대화를 좋아하는 새롬이아빠 윤태(문)입니다. 현재 4차원 놀이터 관리소장 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다양성을 존중하며 착한노예를 만드는 도덕교육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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