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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 불판 위에서 바글바글 끓고 있는 추어탕
▲ 추어탕 가스 불판 위에서 바글바글 끓고 있는 추어탕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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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 떡 벌어지게 나온다. 다른 날보다 덜 나왔다는 추어탕 상차림 밑반찬이 이 정도라니, 그저 놀랄 수밖에.
▲ 추어탕 상차림 한상 떡 벌어지게 나온다. 다른 날보다 덜 나왔다는 추어탕 상차림 밑반찬이 이 정도라니, 그저 놀랄 수밖에.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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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오면 생각나는 음식이 있다. 추어탕이다. 유난히 무더웠던 올여름 무더위에 시달려 허약해진 몸을 추어탕으로 추슬러 보면 어떨까. 그런데 어디로 갈까? 옳다, 추어탕 하면 그 집이 있었지. 전남 장성 톨게이트 부근에 있는 소박하고 인심이 넉넉한 집 제성이 엄마 손맛을 보러가자.

이곳은 지난해 딸아이의 담임선생이 추천해준 맛집이다. 우리 가족 모두가 음식 맛에 대해 의견일치가 되었던 집. 아이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듯했는데도 맛있다며 엄지를 치켜 올리던 제법 전통 있는 집이다.

추어탕은 얼큰하다. 입에 착 감긴다.
▲ 얼큰한 추어탕 추어탕은 얼큰하다. 입에 착 감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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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어탕 한 그릇에 귀한 낙지젓과 가리비젓갈까지

"이렇게 많이 주는 거요?"
'무슨 젓갈인지도 모르겠다."
"……."
"이건 멸치젓, 오징어젓, 꼴뚜기젓..."
"밥 한 공기 더 시켜 먹을까."
"이게 얼마야?"


밥상을 받아 든 손님들의 반응이다. 무슨 추어탕(6천원) 한 그릇 시켰는데 온갖 젓갈과 밑반찬이 백반정식을 시킨 듯 푸짐하다. 젓갈이 12가지나 된다. 그런데 또 있단다. 밑반찬이 10여 가지가 더 나온다. 찬은 매일 몇 가지씩 새롭게 바뀐다.

"오늘은 요것 내면, 내일은 저것 내고…."

한두 번 맛보고 눈인사해가지고는 도대체 이름마저 알 수가 없다. 갈치창젓, 대구아가미, 민물토하젓, 조기젓, 한치젓, 오징어젓, 전어밤젓, 황석어젓, 꼴뚜기젓, 창란젓… 금방 설명을 듣고도 구분하기가 힘들다.

추어탕의 기본 찬이다. 이거~ 내가 뭘 시켰지? 젓갈정식 아니면 추어탕, 밥상을 받아들면 누구나 한번쯤 의아해한다.
▲ 기본 찬 추어탕의 기본 찬이다. 이거~ 내가 뭘 시켰지? 젓갈정식 아니면 추어탕, 밥상을 받아들면 누구나 한번쯤 의아해한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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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비 조갯살이 쫀득하고 오도독하며 아삭아삭해서 먹을수록 당긴다.
▲ 가리비젓 가리비 조갯살이 쫀득하고 오도독하며 아삭아삭해서 먹을수록 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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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인기 있는 낙지젓은 낙지다리가 오돌오돌 씹힌다. 갈치창젓은 깊은 맛이 스며있다.
▲ 낙지젓과 갈치창젓 제일 인기 있는 낙지젓은 낙지다리가 오돌오돌 씹힌다. 갈치창젓은 깊은 맛이 스며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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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어탕의 기본 찬이다. 이거~ 내가 뭘 시켰지? 젓갈정식 아니면 추어탕, 밥상을 받아들면 누구나 한번쯤 의아해한다. 새롭다. 갈 때마다 다른 맛이다. 운 좋으면 귀한 낙지젓과 가리비젓갈의 행운도 찾아온다.

제일 인기 있는 낙지젓은 낙지다리가 오돌오돌 씹힌다. 대구아가미젓은 톡 쏘는 맛과 향이 독특하다. 갈치창젓은 깊은 맛이 스며 있다. 가리비젓은 가리비 조갯살이 쫀득하고 오도독하며 아삭아삭해서 먹을수록 당긴다. 6개월을 삭혔다는 민물토하젓도 있다.

요즘 제철인 소금에 절여 1년 숙성한 전어밤젓(돔배젓)은 쌉쓰름하니 입맛을 돋운다. 찹쌀가루와 엿기름에 매실액기를 넣어 삭혀 맛이 변하지 않는다.

추어탕은 밥을 몇 술 넣어 말아먹어야 제맛이다.
▲ 밥 말아놓은 추어탕 추어탕은 밥을 몇 술 넣어 말아먹어야 제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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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 착 감기는 얼큰한 맛!

추어탕은 얼큰하다. 입에 착 감긴다.

"집어 잡싸, 싸묵어봐."
"목포낙지가 맛있어. 삼삼하니 맛있어."

주인아주머니는 손님들에게 자주오라며 낙지젓갈을 권한다. 한 손님은 밥도 없이 그냥 낙지젓갈을 자꾸만 집어 먹는다.

"와따~! 집어서 꿀떡 먹어봐. 안 짜당께 안 짜…."
"진짜 맛있네요."
"한 번에 너무 많이 내놓으니까 뭘 먹을지 정신이 없네요."

광주에서 일부러 여기까지 찾아왔다는 김정자(53)씨는 추어탕이 다른 데 비해 유별나고 젓갈 맛 또한 으뜸이라며 치켜세운다.

미꾸라지에 소금을 넣고 덮어놨다 호박잎이나 짚으로 바락바락 문질러 씻은 다음 삶아서 손으로 일일이 뼈를 발라낸다. 거기에다 미리 준비한 갖은 양념과 된장을 적당히 풀어 얼큰하게 끓여낸다.

재료는 아무리 비싸도 제대로 쓴다. 시래기로 사용하는 주재료인 배추 하나만 봐도 그녀가 얼마나 추어탕에 정성을 쏟는지 여실히 들어난다. 포기배추는 단맛이 나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는다. 연하고 부드러운 얼가리 배추의 시래기만 고집한다. 그래야 추어탕의 본 맛을 제대로 살릴 수가 있다고 한다.

젓갈을 먹은 뒤여서 그런지 그 맛이 상쾌하고 좋다.
▲ 미역냉채 젓갈을 먹은 뒤여서 그런지 그 맛이 상쾌하고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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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맛 돋우는 고들빼기김치
▲ 고들빼기 입맛 돋우는 고들빼기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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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어탕 끓이기 30년, 그 고집스런 맛이 뚝배기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 뚝배기 추어탕 추어탕 끓이기 30년, 그 고집스런 맛이 뚝배기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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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깨도 갈아 넣고, 물고추도 갈아서 넣어. 그래야 맛있제, 안 그라면 맛없어. 거기에다 생강, 마늘 넣고 참기름 한 방울 넣어서 끓여. 짐 한번 올라오면 물 좀 더 붓고 삶아서 뼈를 빼제. 실가리와 쌩들깨를 갈아서 넣으면 뒷맛이 깨끗하제. 사르라니 비린내 나쟎아, 그렇게 하면 그런 거 없어."

한상 떡 벌어지게 나온다. 다른 날보다 덜 나왔다는 추어탕 상차림 밑반찬이 이 정도라니, 그저 놀랄 수밖에. 공기밥을 먹어야 할지, 추어탕을 먹어야 할지….

"별것 있간디, 추어탕은 간을 잘 맞춰야 맛있어. 그리고 쫌 있어야 더 맛있어."

추어탕은 가을이 깊어갈수록 맛이 더해진다.

재성이 엄마 김명자(53)씨는 스무 살에 시집와서부터 시작한 추어탕 끓이기를 여태껏, 30년이 넘도록 이어가고 있다. 그 고집스런 맛이 뚝배기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뉴스큐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 재성이 엄마 손맛 로타리식당
전남 장성 톨게이트에서 장성읍 방향으로 100m 지점 오른쪽
061-392-5838



태그:#로타리식당, #추어탕, #시래기, #낙지젓, #돔배젓(전어밤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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