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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동네는 텃밭 가꾸기가 유행이랍니다. 앞집 뒷집, 옆집, 그 옆집도 모두 모두 손바닥만한 텃밭을 가지고 있답니다. 빈터는 물론 크고 작은 화단마다 씨를 뿌려서 늦은 가을 배추 파종으로 모두 모두 바쁘답니다.
 
 우리 동네 유치원도 아이들 말처럼 양계장이 있고, 아이들이 키우는 텃밭이 있어요. 유치원 마당 안에 손수건만한 텃밭에 봄부터 씨를 뿌린 강낭콩과 깻잎 그리고 고추 텃밭이 있답니다. 아이들은 날마다 어린 닭들과 이야기하는 재미로 집에 가기도 싫은 모양, 다들 집에 돌아가는데, 혼자남아 어린 닭들과 이야기하지요. 아기 병아리는 나도 나도 먹이 달라고 날개를 푸득거린답니다.
 
혹시 날카로운 섶(대나무 끝)에 여린 고추잎이 다칠까봐 섶마다, 모자를 씌어준 화단 고추밭의 고추들은 아직 탱탱 여물지 못했지만, 곧 가을 볕에 빨간 고추를 매달거랍니다. 이렇게 정성껏 돌보는 마음을 아는 햇님들이 영양분을 듬뿍듬뿍 뿌려주는 오후 햇살들로 유난히 고추잎들은 연두빛이랍니다. 이 고추잎을 따서 살짝 데쳐서 된장 넣고 무친 나물 맛은 그만이랍니다.
 
 
할머니들도 열심히 텃밭 가꾸는데, 놀면 뭐하겠어요. 잡풀 우거진 화단을 채마밭으로 가꾸어서 씨를 뿌리고 비료도 사서 주고 이제 가을 파종 시작하려 해요. 이 정도면 겨우내내 배추 구경 잘 할 수 있지 않겠어요? 부산은 12월이 되어도 땅이 안 얼어서 괜찮아요. 정말 신기해요. 이렇게 밭을 갖는 일이 재미난 줄 몰랐어요. 잔 손이 많이 가지만 그만큼 보람이 있어요.
 
두 그루 나무가 있는 화단 가득 고추밭이랍니다. 추석만 지나면 빨갛게 익을 거랍니다. 땅이 있으면 모두 씨를 뿌려 가꾼 우리 동네 화단들이 모두 채마밭으로 변했답니다. 온동네 할머니, 아주머니, 아이들, 아저씨까지 모두 모두 서로의 텃밭에 채소가 얼마나 자라는지 들여다보며, 옆집의 풍성한 고추 밭에 더욱 알뜰살뜰 손바닥만한 채마밭을 가꾸는 재미, 이게 정말 사람 사는 재미처럼 자랑하고 싶어지는, 가을이네요.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다음 블로그 뉴스에도 송고했습니다.


태그:#파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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