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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D수첩 >이 11일 밤 방송한 '현장르포! 중국 수학여행의 함정'편.
 < PD수첩 >이 11일 밤 방송한 '현장르포! 중국 수학여행의 함정'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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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에게 고기를 잡아주는 것이 아니라 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는 진정한 스승이 되고 싶다." (청쥔이, <신삼국지 경영학> 중에서)

교육의 가장 중요한 가치가 위와 같다는 것을 모르는 선생님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학교 정기수업의 연장으로 학생들의 시선을 넓혀주는 기회라는 수학여행이 도마에 올랐다.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 수학여행단이 중국 산둥으로 떠난 수학여행에서 성매매를 했다는 보도가 나왔기 때문이다.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만 막상 벌어지고 나니 충격적이다. 사실 이미 신체적으로 성숙해지고 호기심과 모험정신에 불타는 고등학생들이 충분히 저지를 수 있는 일지만, 그것을 막지 못한 모든 이의 아마추어리즘이 이제 아이들에게 누출돼 이런 폐해를 가져온 것이다.

과연 해외 수학여행은 나쁜 것이며, 독소만이 존재하기에 버려야 할 것인가. 수학여행 진행의 전반을 점검하면서 대안을 찾아본다.

산둥성 옌타이 봉래각. 의상대사와 선묘가 인연을 맺은 장소인데, 그 역사를 아는 이가 거의 없다.
 산둥성 옌타이 봉래각. 의상대사와 선묘가 인연을 맺은 장소인데, 그 역사를 아는 이가 거의 없다.
ⓒ 조창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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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가 된 해외 수학여행

최근 고등학교에서 해외 수학여행은 대세가 됐다. 그간 가장 각광받은 수학여행지였던 제주도가 여행 인프라 부족 등 때문에 곤란을 겪는 반면에 베이징이나 산둥, 상하이 등은 항공편도 넉넉하고 교육적인 자원도 많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 수학여행지로 선택되는 곳은 30만원대 초반이면 갈 수 있는 산둥과 랴오닝 반도의 도시들이다. 산둥에선 해안 휴양도시인 칭다오, 장보고 유적이 있는 적산법화원, 공자의 고향인 취푸(곡부), '하늘 아래 뫼'라는 타이산(태산) 등을 코스에 넣는다. 랴오닝 반도에는 신의주와 접경한 단둥과 고구려 유적을 보는 코스와 뤼순 감옥과 고구려 산성, 러시아와 일본의 조차지 따리엔(대련)을 보는 코스가 있다. 두 코스 모두 배로 왕복하기에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역사적인 코스도 여럿 포함돼 있다.

또 항공편을 이용할 경우 50만원대에 갔다 올 수 있는 상하이, 항저우, 쑤저우 코스와 베이징 코스가 있다. 과거에는 배를 이용한 수학여행이 주류를 이루다가 최근에는 항공을 이용한 베이징, 상하이 코스가 주목받고 있다. 어떤 학교는 상하이와 베이징을 동시에 다녀오는 수학여행을 진행하기도 했다.

보통 학교에서 해외 수학여행을 결정하면 학부모 운영위원회 회의 등을 통해서 논의되고 이곳을 통과해야 최종 결정된다. 학교에서 코스를 결정하면 공개 입찰을 통해 사업자를 선정한다. 공립학교의 경우 입찰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많으며, 사립학교의 경우 학교 내에서 재량이 있는 간부들에 의해 브로커가 개입되어 업체가 선정되는 경우가 많다.

장보고가 세운 사찰을 복원해서 만든 웨이하이 적산법화원.
 장보고가 세운 사찰을 복원해서 만든 웨이하이 적산법화원.
ⓒ 조창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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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가 입찰제와 브로커 개입의 문제점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최저가 입찰제이기 때문에 무리하게 입찰가를 낮춰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 올 4월 베이징으로 600명이 수학여행을 다녀온 서울의 한 학교는, 공개입찰에서 1위를 받아 선정된 사업자가 국내 수위권의 여행사였음에도 1인당 3만원을 더 주지 않으면 진행할 수 없다고 통보해 다른 여행사를 다시 선정하는 해프닝을 겪기도 했다.

또 사립학교에서 브로커가 개입되는 경우 학생들에게 과도한 부담이 돌아가 수학여행 자체가 위화감을 주는 사례도 있다. 학교에 따라서는 수학여행 비용이 80만원을 넘어가 학생들 가정에 부담을 주는 경우도 종종 봤다.

선정되는 업체들의 자질에도 문제가 있다. 여행사들이 수학여행 입찰에 참가하려면 기존 행사 진행 실적 등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수행 능력 전반을 점검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경우에 따라서는 일본수학여행을 진행하는 여행사에 일본어 구사 능력을 갖춘 인원이 없는 곳도 있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한국 내에서는 외국어 능력이 중요하지 않지만, 현장에서 벌어질 수 있는 다양한 사태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현지어에 능통하고 현장 대처 경험이 많은 전문가가 필수적임에도 이런 능력을 고려하는 학교는 많지 않아 보인다. 입찰 등 여행사를 선정할 때는 비용을 낮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적정한 비용을 책정하고 현지 대처 능력 등 전반적인 점수표를 만들어서 업체를 선정해야 할 것이다.

중국 수학여행의 경우 극히 일부를 제외한 한국 여행사들은 중국 내 일정을 직접 진행할 수 없기 때문에 조선족 동포들이 운영하는 현지 여행사(랜드사)를 이용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한국 여행사는 적은 비용만을 주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는 미수금으로 주어서 영세한 현지 랜드사들을 괴롭히는 경우가 많다.

결국 이는 가이드들의 학생 관리 미숙이나 쇼핑센터 방문, 바가지로 일관된 옵션 등으로 이어져 학생들이 피해를 본다.

기자가 보기에 이번 성매매 사건의 발단도 그런 것이었다.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수학여행의 경우 '노 팁-노 옵션' 뿐만 아니라 '노 쇼핑'을 필수로 해야 함에도 이런 원칙을 지키는 학교는 극히 드문 게 현실이다.

수학여행이 결정되면 대개 교장이나 교감이 낀 사전시찰단이 현지를 먼저 방문해 교통, 식사 등을 점검하는 절차를 밟는다. 이 과정에서 호텔 주변 환경이나 인프라 등 전반을 점검해야 함에도, 관련 대책을 충분히 점검하지 않은 채 형식적으로 다녀오는 경우가 많아 보이는 것도 문제다.

여행자들이 들르는 쇼핑센터. 현지 진행자들이 커미션을 받기 위해 들르는 경우가 많다.
 여행자들이 들르는 쇼핑센터. 현지 진행자들이 커미션을 받기 위해 들르는 경우가 많다.
ⓒ 조창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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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뉴얼 작성과 해외 수학여행 전반에 대한 점검 필요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학교를 책임지는 교육부와 여행업을 책임지는 문화관광부의 담당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매뉴얼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해외 수학여행의 준비, 중간 진행 과정, 재점검과정 등을 총체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또 중국 내 여행을 감독, 관리하는 중국여유국 등과 사전에 협의, 전반적인 문제를 논의해 대비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기존에 수학여행을 진행했던 한국과 중국 여행사들의 장단점을 분석하는 점검표를 작성해 학교마다 회람하고, 진행을 잘못한 여행사는 벌점을 주는 등 제재해야 한다.

아울러 수학여행 프로그램의 질적 개선과 교육적 가치를 제고해야 할 것이다. 우선 학생들이 보는 수학여행 진행 가이드북에는 단순한 관광정보가 아니라 진정한 여행 문화를 담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학생 스스로 여행가는 곳에 대한 자료 점검과 발표를 할 수 있는 준비를 미리 하게 하는 등 방법으로 이동시간을 더 알차게 해야 할 것이다. 또 그곳에 왜 가는지 정확히 이해시켜야 한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나서 비는 시간에 중국 전문가 특강 등 다양한 방식으로 아이들이 중국 등 다른 나라를 배워가게 해야 한다.

현지 학교를 방문해 학교나 학생 간 교류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면 학생들이 중국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교사들도 현지에서 행사를 진행하는 가이드들과 조를 짜서 불침번을 서는 등 체계적인 운영자 매뉴얼 북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기자는 지난해 한 고등학교의 수학여행을 진행했다. 단재 선생과 안중근 의사가 돌아가신 뤼순감옥, 고구려의 옛 성인 비사성 등을 코스에 포함시켰고 무술학교 방문, 서커스 공연 등으로 밤 시간에 지루하지 않도록 작업했다.

당시 한식과 중식, 만두연 등을 조합한 식사의 만족도는 높았다. 서울 외곽에 있어 외국에 나가본 학생이 많지 않았지만, 교장선생님이 과감하게 중국으로 수학여행지를 정한 학교였다. 여행 진행을 마친 후 중국은 물가가 싸서 호텔 숙박, 식사 등 모든 면에서 아주 만족도가 높은 여행을 했다는 평을 들었다. 물론 밤에 나타날 수 있는 사태에 대비해 불침번을 서고, 호텔에는 미리 전화 등을 통제하게 지시해 문제를 피할 수 있었다.

한 번 소를 잃었다고 해서 다시 소를 키우지 않을 수는 없다. 방치된 외양간을 잘 정비하고 다시 송아지를 사서 키워야 한다.

고구려산성. 랴오닝 반도는 고구려 체험으로 각광받는 수학여행지다.
 고구려산성. 랴오닝 반도는 고구려 체험으로 각광받는 수학여행지다.
ⓒ 조창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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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조창완 기자는 <오마이뉴스> 해외통신원이며 중국 현지에서 여행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태그:#해외수학여행, #성매매, #중국, #최저가입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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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이아이테크놀로지 상무. 저서 <삶이 고달프면 헤세를 만나라>, <신중년이 온다>, <노마드 라이프>, <달콤한 중국> 등 17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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