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박훈 금속노조 법률원 경남사무소 소장(변호사)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김승현 한화그룹 회장에 대한 법원의 판결을 비판하는 격문을 보내왔다. [편집자말]
비자금을 조성해 수백억원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던 정몽구 현대ㆍ기아차 회장이 6일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으며 법원을 나서고 있다.
 비자금을 조성해 수백억원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던 정몽구 현대ㆍ기아차 회장이 6일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으며 법원을 나서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이 있다. 이 분의 아들은 6년째 감옥에 갇혀있다. 회사 돈 6억을 횡령하였다고 10년형을 선고받고 말이다.

그리고 또 하나 알고 있는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은 신문과 텔레비전에서만 보고 알고 있다. 정몽구. 회사 돈 900억을 횡령한 사람. 무기징역을 선고받아야 되는 사람이다. 그런데 징역 3년에 그것도 집행유예 5년이다. 아주 훌륭한 사람이다. 

배짱 한번 좋지만 판사자격은 없다

이 훌륭한 분을 그렇게 내보낸 준 서울고등법원의 이재홍 부장판사. 그는 이렇게 말했다. "화이트칼라 범죄에 관대하고 재벌에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것에 대해 많은 비판이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비판을 달게 받겠다."

좋다. 배짱이 있어서 좋다. 많은 비판과 비난이 있는 줄 알면서도 그것을 감수하고라도 국가경제를 살리겠다는 일념으로 정몽구에게 자유를 주어야 한다고 하였으니 그 배짱 한 번 좋다.

그럼 나도 배짱 있게 말하겠다. 당신같은 사람은 판사를 할 자격이 없다. 2007년 9월 6일은 당신으로 인해 사법부 최대 치욕의 날로 기록될 것이다.

엄청난 돈을 빼돌리고 회사에 막대한 피해를 준 사람에게 굴복한 판사. 정몽구가 없으면 현대차가 망할 것으로 망상하고 있는 판사. "재능과 재력이 있는 사람에게 재능과 재력을 발휘하게 하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라고 말 같지도 않는 말을 하면서 결국 재력에 굴복한 판사. "사재를 환원하는 것이 국가적으로 이익"이라고 하면서 법률의 잣대가 아닌 국가적 이익으로 재판을 한 판사.

도대체 당신이 판사를 할 자격이 있는가. 그렇게 국가 경제가 염려가 되면 경영일선에 나서지 왜 판사를 하고 있는가.

당신은 또 이렇게 말했다. "나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현대차가 경제에 미칠 영향이 꺼려진다". 분명 그렇게 말했다. 판사로서 재판을 한 것이 아니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재판을 하였다고 자백을 한 것이다. 이것은 범죄행위다.

재판은 '판사'가 하도록 헌법에 규정되어 있다. 따라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 생각하였다면 당신은 당연히 판사직을 내던지고 재판을 하지 않았어야 했다. 그런데 당신은 과감하게 범죄행위로 나섰고 그 범죄행위가 떳떳하다고 강변하고 있다. 난 당신의 그 뻔뻔함을 보면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당신을 판사직에서 끌어내릴 의무감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범법자 정몽구의 '준법 경영' 강연

'보복 폭행'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입원 치료 중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11일 오후 서울지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해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사진은 집행유예 선고 후 법정에서 나서는 김 회장.
 '보복 폭행'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입원 치료 중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11일 오후 서울지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에 출석해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사진은 집행유예 선고 후 법정에서 나서는 김 회장.
ⓒ 연합뉴스 최재구

관련사진보기


공부 한 번 잘했다. 난 당신의 사회봉사명령 내용을 보면서 여러 가지 책을 뒤지는 수고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사회봉사명령이 가능한가 하고 말이다.

정말 황당하고 짜증날 뿐이었다. '준법 경영'을 주제로 전경련 회원들에게 2시간 강연, 일간지에 같은 주제로 기고, 2013년까지 8400억 출연. 사회봉사명령의 집행은 보호관찰관이 하도록 법이 정하고 있다.

집행은 강제집행이다. 그럼 보호관찰관이 전경련 회원들을 강제로 소집하고 준법 경영의 강연인지 아닌지를 판단해야 한다.

난 이런 풍경이 그려진다.

보호관찰관이 정몽구가 준법 경영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감시한다. 정몽구는 쑥스럽게 연단에 서고 전경련 회원들은 웃음으로 맞아준다.

그리고 정몽구는 비자금은 어떻게 조성하였고 그 돈을 어디에 썼으며 그 효과는 무엇이었고 수사가 시작되자 돈을 어떻게 마련해서 변제하였다고 횡령 기법과 수사를 피하는 기법을 설명한 다음 "여러분은 그렇게 하지 마십시오, 난 지금 반성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끝에 한 마디를 하였다.

이것 준법 경영 강연을 한 것인가. 사기경영 기법 강연을 한 것인가. 아니면 '어눌한' 정몽구가 1시간 59분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가 "준법경영 합시다" 이 말만 하고 끝냈다고 보자. 이것도 사회봉사 명령을 이행한 것인가.

8400억 출연 역시 보호관찰관이 집행하여야 한다. 보호관찰관이 정몽구한테 돈을 받아내고 보호관찰관이 문화시설을 건립하여야 한다. 이것 가능하다고 보는가. 오만 방자한 판결도 유만 분수지 한 마디도 판결을 빙자한 코미디 극본이다.

법률에 사회봉사 명령은 500시간 이내로 제한되어 있다. 그래서 사회봉사 명령은 '강제'로 무보수로 땀 흘려 일하는 것을 주로 시켰다. 강연·기고·재산 출연 이런 것이 강제로 무보수로 땀 흘려 일하는 것인가.

그럴 바에야 절도범들에게도 착하게 살자는 주제로 절도 전과 있는 사람들을 모아 놓고 강연하라고 그러지. 재능도 없고 재력도 없는 사람들에게는 단 돈 몇 천원 훔쳤다고 상습성이 있다 하여 실형 선고를 하는 마당에 재능 (무슨 재능? 사기치는 재능!)과 재력이 있다고 수백억, 수천억 훔친 놈들에게는 강연·기고·돈 내라고 하면서 자유를 주니 이런 웃기는 세상을 누가 공평하다고 할 것인가. 유전무죄 무전유죄. 이것이 진실한 세상이다.

회장님은 풀어드리는 재벌공화국 만만세

국가 경제와 현대차를 진정으로 생각하였다면 정몽구를 영원히 감옥에 가두어 놓았어야 했다. 비자금 조성해서 여기저기 뿌리고 다니면서 권력과 유착하고 통제 받지 않는 황제 경영으로 회사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 자들은 경제계에서 영원히 추방시켜야 제대로 된 경제를 할 수가 있는 것이다.

파렴치범이 여수 엑스포 유치한다고 여러 나라 기웃거리고 다니는 것은 나라 망신 그 자체다. 그런데 엑스포 유치 잘하라고 친절을 베푸는 당신. 욕을 바가지로 퍼붓고 싶다. 그 오욕의 법복을 벗어라.  

 박훈 변호사

이글이 끝날 시점에 또 하나의 오욕의 판결이 나왔다.

한화그룹의 김승현 회장님께서 그 엄청난 보복폭행을 저지르고도 집행유예를 받으셨단다. 다른 일반인 같았으면 족히 3년의 실형을 살고도 남을 범죄였다. 조직폭력배를 동원해 쇠파이프와 전기 충격기로 무장하고 여러 사람을 닥치는 대로 때렸던 보복 범죄였다.

김승현 회장님께서는 직접 복싱 실력을 발휘해 "아구통을 돌리기"도 하였고 범죄 은폐를 위해 수사를 막았던 그 사람에게 "부정(父情)" 운운 하며 자유를 주었다. 참 훌륭한 나라의 재판이고 판사들이다. 재벌공화국 만세. 근데 재벌들은 왜 그리 아픈 사람들이 많은지. 그래 가지고 무슨 국가 경쟁력이 있으려나. 그저 실없는 웃음만 나온다.


태그:#정몽구, #김승현, #이재홍 부장판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모든 시민은 기자다!" 오마이뉴스 편집부의 뉴스 아이디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