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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떼섬에서 바라 본 생루이 섬
▲ 생루이 섬의 야경 시떼섬에서 바라 본 생루이 섬
ⓒ 조영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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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도 이제 완연한 가을 날씨다. 올 여름은 비도 자주 내리고 흐린 날이 많았지만 그래서인지 파리의 화창한 가을 날씨가 더 기다려진다.

나는 사진을 찍기 위해 파리의 이곳저곳을 다니고 있고 새삼 파리의 조용하고 은밀한 매력들에 마음이 끌리고 있다. 지금 여행을 계획 중이신 분이나 파리를 이미 다녀 갔으나 시간에 쫓겨 아쉬움이 컸던 분들에게도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생루이 섬'은 세느강에 떠있는 작은 돛단배

생루이섬은 파리의 심장과도 같은 존재이고 세느강에 떠있는 작은 돛단배로 비유할 수 있다. 파리의 정 가운데 4구에 위치해 있고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 '노트르담 성당'의 바로 뒷편에 있어서 걸어서 채 몇 분 걸리지 않는 거리에 있다.

생루이 섬에서 마레 지구로 연결되는 퐁 마리
▲ 퐁 마리(Pont marie) 생루이 섬에서 마레 지구로 연결되는 퐁 마리
ⓒ 조영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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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르담 성당과 퐁뇌프 다리가 있는 '시떼섬'과는 '퐁 생루이(Pont st louis)'로 연결되어 있고 바스티유 광장과는 '퐁 드 쉴리(Pont de sully)'로, 마레 지구와는 '퐁 마리(Pont marie)'로 이어져 있다.

여기서 '마리'라는 명칭은 '크리스토프 마리'라는 공학 기술자의 이름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그는 17세기 도시계획사업을 통해 두개의 섬으로 존재하던 이곳을 하나로 합친 후 현대적인 도심으로 변모시켰다. 

생루이 섬의 르그라띠에 거리
▲ 르그라띠에 거리 생루이 섬의 르그라띠에 거리
ⓒ 조영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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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루이섬의 이름은 '루이9세'시대 이후 그의 이름을 따서 불리게 됐고 프랑스 혁명 시기에는 잠시 '동지애의 섬'이라고 불렸다고 한다.

섬 내부에는 지하철역은 없고  버스 정거장이 2개 있다. 거리는 차가 많이 다니지 않거나 통행이 제한되어 있어서 조용히 걷기에 더 없이 좋은 곳이다. 그리고 계단을 내려가면 세느강변을 따라 산책로가 있다. 여행중이라도 잠시 쉬면서 세느강을 바라 보는것도 큰 즐거움일 것이다.

보들레르와 까미유 끌로델

'악의 꽃'으로 알려져 있는 시인 보들레르는 생루이 섬에서 3년간 살았다. 그는 이곳에 머무르는 동안 한차례 이사를 했다고 전해진다. 처음 그가 살았던 곳은 세느강 너머로 '노트르담 성당'이 바라 보이는 곳이다.

해가 진 후 그 곳을 찾아가서 시떼섬의 '노트르담 성당'을 바라 보았다. 왠지 모를 적막감이 밀려왔다. 그도 세느강과 노트르담 성당을 바라보며 같은 심정이었을까? 

생루이 섬에서 바라 본 노트르담 성당
▲ 노트르담 성당 생루이 섬에서 바라 본 노트르담 성당
ⓒ 조영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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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보들레르는 섬의 북쪽으로 이사를 했고 그 곳은 현재 파리시청의 영빈관으로 사용 중인 '로쟁 저택(Hotel de lauzun)'이다. 현재 일반인들에게 출입이 제한되어 있지만 마침 내부 수리중이어서 담당자에게 조심스레 부탁을 하고 잠시 정원과 입구를 구경했다. 우리에겐 베르사유 궁전으로 널리 알려진, 당대 최고의 건축가였던 '루이 르 보(Louis le vau)'의 화려한 명성은 이 곳에서도 빛나고 있었다.

오귀스트 로댕의 아뜰리에 조수이며 연인이기도 했던 조각가 까미유 끌로델. 그녀는 이곳에서 1899년부터 1913년까지 15년간 살았다고 전해진다.

그녀의 삶은 한편의 영화처럼 비극으로 점철됐다. 로댕과의 이루지 못한 사랑, 그리고  예술에 대한 번뇌와 광기로 머나먼 남 프랑스의 정신병원에 갇히게 되었다. 그녀는 그 곳에서 장장 30년의 세월을 외로움과 어둠속에서 보내다 생을 마감하게 된다.

까미유 끌로델은 아파트 1층에서 살았다.
▲ 부르봉 강변거리 19번지 까미유 끌로델은 아파트 1층에서 살았다.
ⓒ 조영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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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살았던 생루이섬의 '부르봉 강변거리'로 가보았다. 오래된 아파트의 1층 창가 아래에 서서 바라보니 하늘에 잔뜩 비구름이 보이고 그 아래로 세느강이 조용히 흐르고 있다. 그때 마침 우연인지 '이자벨 아자니(영화'까미유 끌로델'에서 주연을 맡았던 배우)'라는 유람선이 파리를 찾은 많은 관광객을 싣고 화려한 불빛들을 뽐내며 지나간다. 까미유 끌로델은 로댕에게 보낸 편지에서 '존재하지 않는 무언가가 나를 늘 번뇌하게 합니다'라고 그의 심정을 적고 있다.

생루이 앙 릴 교회의 저녁 종소리

생루이 섬의 생루이 앙 릴 거리
▲ 생루이 앙 릴 거리 생루이 섬의 생루이 앙 릴 거리
ⓒ 조영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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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에는 17세기 이후에 지어진 오래된 건물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서 파리의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다. 관광객들을 피해서 인적이 드문 골목들을 다녀보니 파리 다른 동네처럼 주민들을 위한 도서관, 학교, 교회, 우체국, 상점들이 있다.

'생루이 앙릴 교회(Eglise st louis en ile)'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높이 솟은 종루와 철로 만들어진 둥근 시계를 바라 보았다. 규모는 작지만 매우 정감이 가는 풍경이다. 해가 뉘엿뉘엿 질때면 생루이 앙 릴 교회의 종소리가 거리에 잔잔하게 울려 퍼진다. 성당에 들어가서 의자에 앉아 잠시 쉬면서 몇몇 주민들이 기도를 하는 모습을 보았다. 더 없이 평화롭고 아늑한 시간이었다.

교회 작은 방에서 기도를 드리는 모습
▲ 생루이 앙 릴 교회 교회 작은 방에서 기도를 드리는 모습
ⓒ 조영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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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올 무렵 작은 승합차에서 저녁을 준비중인 에두아르씨를 만났다. 그는 생루이섬을 이렇게 소개했다.

"생루이섬은 파리에서도 가장 파리다운 곳이다."

생루이 섬에서 만난 에두아르 씨
▲ 에두아르 씨 생루이 섬에서 만난 에두아르 씨
ⓒ 조영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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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생루이섬을 찾아가기 위해서는 파리 지하철 7호선 'Pont marie'나 'Sully morland' 그리고 1호선 'Saint paul'에서 내린 후 다리를 건너 가면 된다.



태그:#파리, #세느강, #생루이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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