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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쇠창살에 갇히다!

 

근래 도통 잠을 자지 못했다.  


지난주 목요일부터 시작된, 주위 사람들과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강행군은 주말까지 이어졌다. 목요일에는 참여연대 활동가를 대상으로 한 교육(블로그 글쓰기)을 시간에 쫓겨 오전 11시까지 마무리하고, 2007대선시민연대 출범식에 들렀다가, 오후에 일터로 출근해 급한 일을 처리하고 '유권자가 판을 바꾸자'는 출범식 소식을 블로깅했다. 그리고 저녁에는 오랜만에 만나기로 한 벗님과 식사를 하기 위해 다시 서울 인사동으로 향했다.

 

금요일에는 일터에서 정신없이 일하고, 마무리 짓지 못한 대선시민연대 출범식 소식을 전하는 통에 밤늦은 시간까지 일터에 남아 있었다. 토요일에는 평택을 찾아갔다. 비가 왔지만, 미군기지 없는 평화만들기 '2007 평택 평화한마당'에 가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날도 밤늦게 돌아와서는 지쳐 잠들었다.

 

다음날 일요일에는 주말인데도 늦잠조차 자지 못하고 잠자리에서 일어나 일터로 나와, 평택에 다녀온 이야기들을 풀어냈다. 그것을 하는 통에 금요일 별음자리표님과 약속했던 연극 '체게바라'를 보러가는 것을 포기해야 했다.

 

그리고 한 주의 시작, 월요일이 찾아왔다.


월요일에는 형식적인 회의 2개를 준비, 진행하고, 회의가 끝난 후엔 누구하나 보지 않을 듯한 회의록을 작성해 회람해야 했다. 더불어 일상적이고 기능적인 사무들도 함께 처리해야 했다. 얼추 일들을 마무리하고는, 지난 금요일 별음자리표님과의 약속을 일요일 저녁으로 미루고 또다시 다음을 기약했던 연극 '체게바라'를 보러갔다.

▲ 혁명을 꿈꾸는 이와 가난한 이들의 낭만제의, 연극 '체게바라' 연극 공연 전 함께 불러본 노래와 연극 공연 스틸컷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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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양산 살리기에 여념 없는 보름님으로부터 '시간되면 함께 연극 보러가자'는 전화 연락을 받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날이 아니면 별음자리표님과의 약속을 영영 지키지 못할 것 같아 연극을 보러갔다. 몇 년 만인지도 기억나지 않는 주안 (구)시민회관으로 고된 몸을 이끌었다.

 

별음자리표님은 새만금, 천성산, 평택미군기지 등등 수많은 야만과 전쟁으로 얼룩진 세상을 향해, 그리고 현장에서 노래를 통해 생명과 평화를 말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이다. 여러 현장에서 자주 뵈었지만, 직접 인사를 나누고 알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1년 6개월이 넘어선 인천 계양산 골프장 반대활동 속에서였다. 연극 '체게바라'에서는 음악을 맡고 있다.

 

* 관련 글 : 164일째 나무위에서 계양산을 지켜온 사람들


혁명과 결별한 당신, 지금 무엇을 꿈꾸는가?

여하튼 체게바라 사후 40주년을 맞아 혁명정신을 되새겨보고, 87년 6월 항쟁과 노동자대투쟁에 대한 성찰과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맞서 투쟁하는 민중운동에 대한 생기를 불어넣고, 해체된 민중의 삶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공동체 회복을 위해 기획된 연극 '체게바라'는, 요사이 망각과 일상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했다.

 


 

특히 혁명은 눈앞에 보이는 현실과 실재가 아니라 저 멀리 떨어진 유토피아, 꿈, 이상이라 말하는 사람들과 달리, 거창한 '혁명'이란 이름은 아니지만 모든 권력과 부조리에 저항하면서 소박하고 불편한 삶, 운동적 삶을 살고자 하는 자신이 지금 대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 삶은 자신이 원하던 삶인지 곱씹어보게 했다.

 



애드워드 애비가 말한 '탐욕과 소비로 사람들을 유혹하는 달콤한 폭력'에 빠진 일상의 쇠창살 속에 갇혀있으면서도, '불편한 불질'을 한답시고 스스로 위안삼고, 더러운 우리 속에서 벗어나려 사력을 다해 발버둥치지 않는 자신에게 너무나 너그러운 모습들 말이다. 모두 잊어버린 아니 잊고 편히 잠들고 싶어 하는, 혁명과 변화와 벽을 쌓고 결별하려는 모습들도 보인다. 민주화운동 하지 않았다면 더 잘 살고 있을꺼라는 말을 스스럼없이 내뱉는 사람들 속에서.

 

* 관련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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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굳어있던 몸에 피를 돌게 하는 별음자리표님의 노래와 쿠바 리듬에 배우들과 함께 춤추고, 그림자가 보여주는 이미지 속에 빠져들었다가 갑자기 눈을 마주한 배우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란마호를 올라타 거친 파도를 헤치며 나아가던 혁명을 꿈꾸던 가난한 이들과 배에 묶인 동아줄을 잡아끌면서 잠시 잊고 있던 것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들만의 혁명이 아닌 우리, 나의 혁명의 꿈을 다시 꿀 수 있게 해주었다.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불가능한 꿈을 가슴에 품자"라고 말한 체 게바라처럼.


 


 

* 연극 '체게바라' 소개 :
- 작품 의도  http://woodchicken.com/che/make.htm
- 작품 형식  http://woodchicken.com/che/plan.htm
- 작품 내용  http://woodchicken.com/che/contents.htm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블로거뉴스,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 서울공연은 9월 20일부터 22일까지 서강대학교 메리홀에서 평일 저녁 7시30분, 토요일 오후4시, 저녁 7시30분에 열린다고 합니다. 많은 관람바랍니다. 강추~!! 

p.s. 이번주 토요일까지 반납해야 하는 '사막의 아나키스트'를 읽은 후에는, 영화와 연극으로만 접한 체게바라, '체게바라 평전'을 도서관에서 빌려 봐야겠습니다. ^-^ 


태그:#체게바라, #혁명, #연극, #망각,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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