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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탑은 마음의 탑, 사람의 탑
 
탑은 높은 곳을 향해 서 있는 나무와 산과 같다. 우리의 동물성을 누르고 하늘의 영성을 향해 서 있는 탑 앞에서 절로 손을 모으게 한다. 탑은 사람의 모습을 닮았다. 어떤 탑은 사람의 엉덩이를 닮았다. 어떤 탑은 머슴을 닮고 어떤 탑은 물고기의 머리를 닮았다.
 
탑의 가장 높은 층은 사람의 눈과 마음에 해당한다고 한다. '스투파'에는 '차이티아'라는 별칭이 있다. 사리가 있으면 '스투파'이고 사리가 없으면 '차이티아'다.
 
대개 탑은 이 두개의 경계선으로 나눈다. 사리가 있는 쪽과 사리가 없는 쪽, 우리가 쌓는 탑은 '차이티아'이다. '차이티아'는 사리가 없으니 사람의 마음(사리)로 하나 둘 쌓는다.
 
사리처럼 아름다운 마음이 쌓은 탑, 공든탑은 그러나 아무리 비바람이 쳐도 무너지지 않는다. 성서에 마음이 태산을 옮긴다는 말처럼.
 
계곡물이 졸졸 흐르는 돌무더기 곁에 크고 작은 탑들이 즐비 하다. 많은 손길이 쌓은 탑은 정말 아름다운 탑이 되어 있다.
 
옛부터 마을 앞 길목이나 정자나 성황당 등에 주먹만한 돌멩이로 하나 둘씩 정성껏 쌓는 돌탑은 마을의 안녕과 복을 빌었다. 이런 탑은 공덕을 상징한다. 우리 속담에 "공든 탑이 무너지랴"라는 말처럼, 탑을 쌓은 정성과 기원이 깃든 돌탑이야 말로, 사람의 마음은 하나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부산은 바다가 좋은 곳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바다만큼 산이 좋은 곳이다. 금정산, 장산, 승학산 등 크고 작은 산들은, 나무들이 이룬 숲과 바위와 계곡이 절경이다. 범어사의 계곡도 돌이 많지만, 장산은 그 옛날의 화산으로 크고 작은 돌이 유난히 많아 지나다니는 등산객들이, 쌓은 공든탑이 유난히 많다.
 
탑에 관한 많은 전설과 신화가 많지만, 김수로왕의 비 허황옥이 가져온 탑 이야기는 빼 놓을 수 없겠다. 허황옥은 아유타국에서 어버이의 명을 받고 동쪽으로 오다가 파신의 노여움에 막혀 되돌아가 부왕에서 아뢰니, 부왕이 "이 탑을 신고 가라" 하여 그 탑을 신고 무사히 금관 가야 금관성(김해)에 도착하였다. 그런데 이 탑이 남해 보리암에 있다. 
 
탑은 또 하나의 산 속의 산
 
보리암 사찰 연기설화의 하나는, 허황옥이 함께 배를 타고 온 장유선사가 세웠다고 하는 이야기. 장유선사는 허황옥 공주의 삼촌. 아유타국 공주가 허씨성을 가지게 된 것은 이 아유타국이 멸망하여, 인도와 인접해 있는 중국으로 옮겨와 있을 때, 중국 땅에서 태어났기 때문일 것이라는 추정이고, 해서 장유선사가 인도의 이름을 쓰지 않은 것이라는 설. 

장유선사가 거쳐간 곳은 영남일대에 많다고 한다. 김해의 장유암과 가야산과 지리산의 칠 부처가 장유선사의 유적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해에서 남해 금산은 결코 가까운 거리가 아니고, 보리암에 한번 올라간 사람은 그 무거운 탑을 어떻게 옮겨 왔을까,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현존하는 보리암 절마당의 탑은 아유타국에서 모시고 온 관세음보살이라는 천년 설화는, 여러가지의 아름다운 상상을 낳게 한다.

탑은 이렇게 소설 같은 설화가 많다. 산길을 오르다보면, 유난히 암자로 가는 길에는 돌탑이 많다. 사람들은 꿈으로 살고 또 희망으로 산다. 하루도 밥을 먹지 않으면 안되는 것처럼 소원을 지니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곧 죽어가는 사람도 천국과 극락을 기도한다.
 
바다가 보이는 바위 위에도 돌을 쌓아서 촛불을 밝히는 마음, 그 마음은 등대불빛처럼 사람의 마음을 겸허하게 또는 한없이 낮게 한다. 돌처럼 작은 돌멩이로 쌓은 우리의 마음들이 우리는 하나라는 것, 누가 무너지면 같이 무너지고 말 일이라고 속삭이는 것 같다.
 
 새들은 지저귀고 물은 잔잔히 노래하고 크고 작은 돌멩이 속에 물고기들이 가득 노닌다.
산의 이름은 잠시 잊어도 좋다. 탑이 있는 그곳은 이미 가을 산의 품이다.
 
아사녀 끝내 물속으로 걸어들어가고
연못에는 나뭇잎 몇개 밀려다녔다
토함산 산그늘 짙어지는 보름이면
아사녀의 창백한 이마가 
연못속을 떠오르다 가라앉곤 했다
토함산 석불사 종소리
한잎 두잎 폄을 치고
멀리 세점을 울리는 닭소리에도
끝내 탑그림자 어리지 않고
연못 속에 둥둥 달이 뜨는 보름이면
굳게 잠겨진 석불사 山門이 열리고
앉은 뱅이 비로불상이 
거북이처럼 걸어와
연못 속에 石燈을 컸다.
<무영탑>'자작시'

태그:#돌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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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곧 인간이다고 한다. 지식은 곧 마음이라고 한다. 인간의 모두는 이러한 마음에 따라 그 지성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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