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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불거리는 돌담길이 여행자를 반겨줍니다. 포근한 고향의 풍경입니다.
▲ 반교마을의 돌담길 구불거리는 돌담길이 여행자를 반겨줍니다. 포근한 고향의 풍경입니다.
ⓒ 구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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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담이 아름다운 반교마을로 들어가는 길. 구불거리는 길이 여행자를 반갑게 맞이합니다. 그 구불거리는 길을 따라 걸었습니다. 오래 지나지 않아 여행자의 마음도 구불거리는 돌길을 닮아 갑니다. 그 구불거림이 편안하고, 구불거림이 넉넉한 여유를 갖게 합니다.

반교리의 돌담에는 어울림이 있습니다. 호박덩굴이며 담쟁이들이 돌담과 다정하게 어울려 있습니다.
▲ 반교리의 돌담의 어울림 반교리의 돌담에는 어울림이 있습니다. 호박덩굴이며 담쟁이들이 돌담과 다정하게 어울려 있습니다.
ⓒ 구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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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이 언제부터 만들어졌는지 확실한 자료를 찾기는 어렵지만, 학자들은 인간의 역사가 시작되고 담장이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측합니다. 담장이 만들어진 목적이 '소유권 표시로서의 대지경계선 확정, 사람이나 동물의 침입방지, 외부의 시선 차단, 방화·방음 등의 목적'이었으니, 역사가 시작되고 소유의 인식이 생긴 이후에 자연스럽게 만들어졌을 것입니다.

돌담 너머로 다정한 흙벽이 보입니다. 그 흙벽에도 마늘이며 양파가 다정하게 어울려 있습니다.
▲ 돌담과 흙벽 돌담 너머로 다정한 흙벽이 보입니다. 그 흙벽에도 마늘이며 양파가 다정하게 어울려 있습니다.
ⓒ 구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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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교리의 돌담도 사람이나 동물의 침입을 방지하는 사전적 의미에 충실한 돌담임에는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그곳의 돌담들은 왠지 따뜻한 인정이 포함되어 있을 것 같은 모습입니다. 한치의 틈도 없을 것 같은 벽돌담이나 사괴석 양반집 담장에 비해, 자연석 막돌을 이용하여 쌓은 돌담은 숭숭 구멍이 뚫려 있어 편안함을 줍니다.

이미 자리를 잡고 있는 나무를 둘러 돌담이 세워졌습니다. 돌담과 나무도 다정한 '어울림'입니다.
▲ 돌담과 나무 이미 자리를 잡고 있는 나무를 둘러 돌담이 세워졌습니다. 돌담과 나무도 다정한 '어울림'입니다.
ⓒ 구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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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반교리의 돌담들은 그냥 밋밋한 돌담이 아니라 이미 자연의 일부가 되어버린 모습입니다. 돌담을 쌓으며 먼저 자리를 잡은 감나무를 살짝 피해 간 것도 너무나 자연스럽습니다. 호박 덩굴이 한길 높이의 돌담을 올라타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돌담 옆 나뭇가지를 붙잡고 늘어서 있습니다.

담쟁이 덩굴을 벌써 가을로 붉어졌습니다. 붉은 잎조차 돌담과 잘 어울려 있습니다.
▲ 돌담과 담쟁이 담쟁이 덩굴을 벌써 가을로 붉어졌습니다. 붉은 잎조차 돌담과 잘 어울려 있습니다.
ⓒ 구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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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름덩굴이 돌담을 푹 덮어 담인지 생울인지 모를 만큼 된 곳도 있습니다. 벌써 가을빛에 물들어 빨강 잎으로 반짝이는 담쟁이는 부끄러운 새색시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마을을 한바퀴 돌아보자, '어울림'이란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담밑의 봉숭아가 고향의 그리운 정취 그대로 입니다.
▲ 돌담과 봉숭아 담밑의 봉숭아가 고향의 그리운 정취 그대로 입니다.
ⓒ 구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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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세월을 지낸 돌담들은 나무들과 어울려 있고, 그 모습들이 집들과 어울려 있었습니다. 그 돌담과 집들이 구불거리는 길과 어울려 아름다운 풍경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그 담장과 길들은 사람들이 심어놓은 봉숭아며 채송화, 선인장들과 어울려 벗이 되어 있었습니다.

돌담 틈으로 선인장이 자랍니다. 투박한 돌과 거친 가시도 제법 잘 어울려 보입니다.
▲ 돌담과 선인장 돌담 틈으로 선인장이 자랍니다. 투박한 돌과 거친 가시도 제법 잘 어울려 보입니다.
ⓒ 구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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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반교마을의 돌담을 지킨 마을 분들이 고마웠습니다. 집을 개량하면서 귀찮다고 다 치워버릴수도 있었을 텐데, 집을 고친 곳에서도 담장만은 지켜두고 있었습니다. 구불거리는 길이 번거롭다고 반듯한 길을 만들수도 있었을 텐데, 다행히 그 자연스러움을 온전히 보존하고 있었습니다.

새로 주택을 신축하면서도 돌담은 그대로 두었습니다. 운치를 아시는 분인것 같습니다.
▲ 돌담과 주택 새로 주택을 신축하면서도 돌담은 그대로 두었습니다. 운치를 아시는 분인것 같습니다.
ⓒ 구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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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허전한 현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가득 채우려할 수록 비워가는 마음을 느끼며 상실감에 빠지기도 합니다. 살아가는 날들에 대한 허전함이 커진다면 반교마을을 찾아가세요. 볼거리 많은 여행지는 아니지만, 한가하게 마을을 걸어볼 수 있는 곳입니다. 그곳에는 돌과 식물이 어울려 있고, 자연과 사람들이 어울려 있습니다. 그곳에서 당신도 '어울림'에 빠져보면 좋겠습니다.

깨를 말리기위해 돌담에 세워두었습니다. 돌담과 깨의 그 '어울림'에 마음이 넉넉해졌습니다.
▲ 돌담과 깨 건조 깨를 말리기위해 돌담에 세워두었습니다. 돌담과 깨의 그 '어울림'에 마음이 넉넉해졌습니다.
ⓒ 구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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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충청남도 부여군 외산면 반교리에 남아있는 부여 반교마을 옛 담장은 2006년 12월 4일 등록문화재 제280호 지정되었습니다. 반교마을에서는 밭 둘레를 경계로 한 밭담과 집을 둘러싼 집담을 함께 만날수 있습니다. 사진에 주로 나타난 집담의 폭은 아래쪽이 90cm 정도로 넓고, 위로 가면서 조금씩 좁아져 위쪽은 폭이 60cm 정도입니다. 담 높이는 일정하지 않으나 1.5-2.0m 정도입니다.



태그:#반교마을, #돌담, #여행, #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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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여행 홈페이지 초록별 가족의 여행(www.sinnanda.com) 운영자 입니다. 가족여행에 대한 정보제공으로 좀 다 많은 분들이 편한 가족여행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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