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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는 지난달 31일 오전 당 소속 국회의원 및 원내외 당협위원장, 사무처 직원 200여명과 함께 지리산에 올라 대선 승리를 결의했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는 지난달 31일 오전 당 소속 국회의원 및 원내외 당협위원장, 사무처 직원 200여명과 함께 지리산에 올라 대선 승리를 결의했다.
ⓒ 박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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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경선 후유증 치유를 위한 장고(長考)에 들어갔다.

이 후보는 지난주 후보 비서실장 및 사무총장을 새로 임명하고 원내외위원장 합동연찬회를 가지는 등 당내 화합을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그러나 결과는 영 신통치 않다.

'친박근혜' 성향 의원 30여명이 연찬회에 대거 불참했고, 그나마 첫날 연찬회에 참석했던 '친박' 의원들도 이튿날 산행에는 일제히 참여하지 않았다. 이 후보가 연찬회 첫날 원내외 위원장들과 저녁식사를 하는 동안 '친박' 진영의 서청원 전 대표와 박종근·이규택·허태열·유승민·유정복 의원 등은 따로 가진 만찬에서 이 후보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고 한다.

재선의 이방호 의원이 사무총장에 발탁된 것에 대해서도 뒷말이 분분하다. "강성 인물을 사무총장에 앉혀 반대파를 겁주려는 게 아니냐?"(수도권의 한 초선의원), "이 의원에게 선대본부장까지 맡기면 3선급 중진의원들이 선대위에 안 들어갈 것"(홍준표 의원)는 말이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이 총장이 지난달 30일 연찬회에서 "오징어가 있는 곳에 꽃게를 몇 마리 놓으면 오징어가 살기 위해 계속 움직이기 때문에 죽지 않는다. 오징어처럼 죽지 않는 당협위원장이 되어달라"며 위협성 비유를 한 것도 마찬가지 평가를 받고 있다.

2일 경기도당위원장 출마를 선언한 이규택 의원은 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그게 (반대파를) 다 죽여버리겠다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당 화합이 가장 중요한데 당이 돌아가는 분위기가 불안하다. 아무리 승자독식이라지만 승자가 막 가면 안 된다. 상처가 나면 빨리 약을 발라 다듬어줘야 하는데, 딱지가 질 때까지 기다리면 안 된다. 이 후보가 안 되면 강재섭 대표라도 박근혜 전 대표를 찾아가 달래야 하는데 그렇게 안 하고 있으니 답답하다."

이 후보와 박 의원의 만남도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이 후보의 원래 구상대로라면 지난주에 박 의원과의 만남이 성사됐어야 하는데 박 의원 측에서 만나줄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임태희 후보 비서실장이 이 후보와의 회동에 앞서 1~2일 박 의원을 예방할 계획이었지만, 박 의원은 2일 대구·경북 지역 선대위 해단식을 이유로 이에 응하지 않았다.

대구 달성군 군민체육관에서 열린 해단식에는 서청원 전 대표와 곽성문·김무성·송영선 등 '친박' 의원 15명, 3000여명의 당원·지지자들이 운집했지만, 박 의원은 연설에서 이 후보의 이름을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 달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중식당에서 열린 선대위 해단식에서 박근혜 전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지난 달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중식당에서 열린 선대위 해단식에서 박근혜 전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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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의원은 "비록 후보가 되지 못했지만, 여러분의 소중한 뜻을 받들어 제가 할 일이 있다"며 원론적인 말만 했지만, 서 전 대표는 이 후보를 겨냥한 독설을 아끼지 않았다.

"(경선 후) 2주 동안 지켜봤는데 '(당) 색깔을 바꿔야 한다', '잠자는 척 하지 말라' 등 쓸데없는 얘기를 하고 있다. 선거인단에서 진 걸 반성하며 옷깃을 여미고 박 전 대표를 찾아와 '도와달라, 당신이 아니면 나는 진다'고 해도 시원찮은데 엉뚱한 얘기를 하고 있다... (중략) 앞으로 이런 '버르장머리 없는' 얘기를 하면 엄청난 국민의 저항을 받을 것이다. (이 후보가) 당을 반석 위에 올린 박 후보를 폄하하거나 당을 사당화해서 독식하거나 이상한 짓거리를 하면 정권을 절대 되찾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경고한다."

경선 이후 이 후보에 대한 전폭적인 협조를 약속하지 않는 박 의원이 자신의 정치적 고향에서 '세 과시'를 한 뒤 서 전 대표를 앞세워 이 후보에게 견제구를 날렸다는 분석이 힘을 얻을 수밖에 없다.

이처럼 당내 분위기가 뜻대로 흘러가지 않자 이 후보 측은 당 화합의 우회로를 모색하고 있다. 사람들을 억지로 불러 모아 형식적인 '그림'을 만드느니 실질적인 화합을 이룰 수 있는 방안을 찾기로 한 것이다.

임태희 후보 비서실장은 2일 당사에서 기자들을 만나 "경선국면에서처럼 대규모 행사에 참석하는 것보다 실질적인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는 일정을 많이 잡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와 같은 결과물 중 하나가 이번 주에 출범할 대규모 정책비전기구이다.

임 실장에 따르면, 이 후보는 1~2일 이어진 정책회의에서 "선거는 한나라당 중심으로 치르지만 (공약수립 등은) 선진화 진영의 지혜를 모두 담아야 한다"면서 "당 안팎, 특히 당내에선 경선과정에서 경쟁했던 다른 후보들의 역량이 모두 집약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희망한국위원회', '비전한국위원회' 등의 명칭이 거론되는 기구에는 한나라당에서 정책위원회 및 여의도연구소, 당 외부에서 이 후보의 '싱크탱크'였던 한반도선진화재단과 바른사회시민회의 등 뉴라이트진영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이명박 선대위 정책본부로 진화할 이 기구가 경선에 참여한 후보들의 공약을 다듬어 이 후보의 공약으로 재구성하는 작업을 하게 되면 박근혜 의원의 핵심공약이었던 줄푸세(세금 줄이고 규제 풀고 법질서 세우자)가 최우선적으로 반영될 것임은 분명하다. 이 후보의 조해진 공보특보는 "그런 기구에 그쪽(박근혜) 인사들도 자연스럽게 결합하면 당 화합을 위해서도 좋을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한편으로, 이 후보는 추석 연휴(9월23~26일) 직전까지 수도권을 뺀 영남·호남·충청·강원 4개 지역을 순회하는 '민심탐방'도 계획하고 있다.

임태희 비서실장은 "민생현장을 무작정 찾아가서 간담회를 하는 게 아니라 국민에게 제시할 만한 내용이 있을 때 가려고 한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의 회장이었던 잭 웰치처럼 시장이나 수퍼마켓에서 소비자 의견을 직접 듣는 타운미팅(Town Meeting) 형태의 만남을 가지는 게 어떠냐는 의견도 있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비서실 및 특보단 등의 후속 인사를 빠르면 3일 발표할 예정인데, 비서실 부실장단에는 캠프 시절 후보 비서실장을 맡았던 주호영 의원이 한 자리를 맡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태그:#임태희, #박근혜 검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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