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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이 23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대선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전 유한킴벌리 사장인 문국현 후보의 오마이뉴스발 새바람이 상상 이상으로 거세다. 국민들의 새인물에 대한 갈증을 오마이뉴스가 제대로 짚은 것 같다.

필자 역시 건설회사 CEO 경력과 청계천 토목공사 실적 외에는 내세울게 없는 이명박 후보의 수그러들 줄 모르는 등등한 기세에 오랫동안 갑갑증을 느꼈었다. 그러던 중 같은 CEO 출신으로서 문국현 후보가 내세운 '사람중심 진짜경제' '중소기업 중심 진짜경제'는 이명박 후보의 약점을 정확히 겨냥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느낌은 마치 가뭄 속에서 시원한 소나기를 만난 기분이다.

문국현의 '사람경제', 이명박을 정확히 찔렀네

문국현 후보의 트레이드마크는 유한킴벌리의 4조2교대제와 직장 내 평생학습체제 구축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뉴패러다임이다. 4조2교대제로 근로자들을 과로시키지 않고 여유시간에 꾸준히 학습할 기회를 주었더니, 줄어든 근무시간 만큼 일자리도 늘고 생산성도 향상되어 회사와 근로자가 모두 윈윈한 결과를 초래한 것이 뉴패러다임의 효과이다.

문국현 후보는 이러한 자신의 경험을 국가경영에 접목시키고자 하는 것 같다.

전체 근로자의 88%는 중소기업에 근무하고 있다. 그런데, 중소기업 근로자의 평균임금은 대기업 근로자의 약55% 정도에 불과하다. 이러한 구조적인 임금격차를 극복하지 않고 단순히 양적으로 일자리를 늘린다고 하여도 근로빈곤층의 문제, 소득양극화의 문제는 좀처럼 풀리지 않는다. 그러면, 어떻게 하여야 할까?

임금격차는 생산성 격차에 의해 생긴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생산성은 대기업의 1/3에 불과하다. 생산성이 낮으니 임금이 낮고, 임금이 낮아 생계유지가 어려우니까 초과근무 등으로 과로를 할 수 밖에 없고, 과로를 하다 보니 생산성은 더 낮아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문국현 후보는 그 해결책으로서 평생학습시스템을 구상한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 근로자가 평생학습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근무시간을 줄여야 한다. 근무시간이 줄어들면 국가 전체적으로는 그만큼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길 것이다. 근무시간을 줄이면 회사 입장에서는 추가로 고용해야 하니 인건비가 늘어나 경영이 악화될 것이 아닌가?

문국현 후보는 유한킴벌리 사장 재직시 근로자를 믿고 그들에게 휴식과 학습의 기회를 주었더니 창의력이 발휘되고 생산성이 향상되어, 단기적으로는 인건비가 늘어났지만 중장기적으로 이를 훨씬 초과하는 경영개선의 효과를 경험하였다. 이러한 경험이 문국현 후보에게 효율성 및 단기적 수익성을 쫓는 경영기법보다 사람 자체를 더 중요시해야 한다는 신념을 주었으며, 외환위기를 맞이하고서도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 배짱을 주었던 것 같다.

꿈은 핀란드처럼 이루어져야 하는데, 현실은 미국

▲ 28일 오후 여의도 CCMM빌딩에서 열린 문국현 대선예비후보와 김종인 의원의 대담에는 10여명의 정치부 기자들이 현장취재를 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그런데, 풀리지 않는 의문점이 있다. 한 회사 내에서 학습조를 편성하고 학습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머릿속에 그려지는데, 국가적 차원에서의 평생학습시스템은 잘 그려지지 않는다. 이는 차원이 틀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문국현 후보는 유한킴벌리 재직시와 마찬가지로 국가적 차원의 평생학습시스템에 대하여도 확실한 청사진을 갖고 있을까? 갖고 있다면 어떠한 모습일까?

문국현의 꿈이 이루어지려면 그 청사진은 핀란드식 평생학습시스템이어야 한다. 핀란드식 평생학습시스템은 단순히 교육제도를 몇 가지 개혁한다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국가체질 자체가 사람중심의 사회로 바뀌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가의 모든 시스템이 평생학습체제를 통한 창조적 인간 및 지식근로자의 양성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하며, 국가재정은 교육과 사회복지에 가장 우선적으로 배분되어야 한다.

핀란드의 노키아는 외국인주주의 비중이 거의 90%에 달한다. 노키아 전체 매출 중 핀란드 국내의 매출은 2% 정도라고 한다. 그리고 핀란드의 조세부담률은 세계 3~4위 수준이다. 그런데도 왜 노키아 본사가 핀란드를 떠나지 못하고 있는가?

노키아가 필요로 하는 최고 인재를 공급받는데 핀란드가 최적이기 때문이다. 값싼 인력이 있는 곳은 저부가가치 산업이 몰려오고, 고급 인력이 있는 곳은 고부가가치 산업이 몰려오기 마련이다. 이게 바로 판란드식 평생학습시스템이 가져다 준 국가경쟁력 1위의 비밀이다. 문국현 후보의 꿈이 한국을 '큰 핀란드'로 만드는 것이라면 이는 우리 모두의 꿈이 될 것이다.

미래는 단지 꿈만 꾼다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미래 속 우리의 꿈은 지금 이 자리에서 싹이 튼다. 이제 미래를 상상만 할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의 발밑에 우리의 꿈을 날려버릴 지뢰가 숨어있지 않은지 살펴보아야 한다.

한미FTA 유공자 만찬, 그리고 쇠고기 수입 재개

▲ '광우병 위험 미국산쇠고기 검역재개 규탄대회'가 28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앞에서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 주최로 열렸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어제(28일) 청와대에서 한미FTA협상 관련 유공자(?)를 격려하기 위한 오찬이 열렸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한국과 미국 모두 비준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우리가 할 도리는 다 해야 한다, 한미FTA 비준은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척추뼈가 발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쇠고기 수입이 재개되었다. 일련의 사건에서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든다.

대선 국면에서 중요 현안에 대한 모든 이슈는 대선후보의 입을 통하여 나오기 마련이다. 한미FTA에 관하여는 어떠한 말들이 오고갈까?

민주신당의 경우를 보자. 현재의 지지율의 추세를 보면 본경선에 참여할 5명 후보는 손학규·정동영·이해찬·한명숙·유시민·추미애 중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들 간의 차별성은 친노·비노·한나라당 출신 등 과거경력에서만 언급되고 있다. 후보 들 개개인의 과거경력은 잊고 한미FTA라는 국가적인 문제를 대입해보자. 차별성이 있는가? 모두 다 찬성이다. 여기에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갖다 붙이자. 다른 점이 있는가?

민주신당 예비경선이 끝나는 9월 5일 이후, 민주노동당을 제외하고 원내 정치세력을 대표하는 대통령후보 모두가 한미FTA에 찬성하는 상황이라면 노무현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강한 유혹을 느끼지 않을까?

문국현의 희망, 천정배의 독수리 눈

지금 이대로 한미FTA가 비준, 발효되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큰 핀란드'가 아니라 '작은 미국'을 향하여 나아가게 된다. 분단·샌드위치 경제 등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는 우리나라가 '작은 미국'을 지향한다면 세계 최악의 신자유주의 국가로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교육과 사회복지의 공공성을 파괴하는 신자유주의 속에서 핀란드식 평생학습시스템은 자랄 수 없다. 이 경우 문국현의 희망제안을 통해 잠시나마 싹이 텄던 우리들의 꿈은 한여름밤의 꿈으로 끝나게 된다.

그런데, 문국현 후보의 한미FTA에 대한 입장이 명확하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깝다. 한미FTA의 본질 및 문국현 후보 자신이 지향하는 사회와 한미FTA의 상관관계에 대하여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 싶다. 미국경제를 사람중심 진짜경제로 여기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이러한 문국현 후보의 약점은 천정배 후보가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천정배 후보가 본 경선에 진출하지 못한다면 9월 이후 범여권에서 한미FTA에 관한 소신있는 목소리는 사라질 것이고, 문국현 후보의 희망제안을 통해 본 우리의 꿈은 지뢰밭 속에서 뛰어다니는 어린아이와 같은 신세가 될 것이다.

이제 현 상황을 정리해 보자.

문국현 후보는 우리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심어주고, 우리는 기대에 들뜨고 있다. 그런데, 그 앞길에 보이지 않는 지뢰가 놓여 있다. 한미FTA가 지뢰이다. 문국현 후보는 지뢰를 잘 못보고 있다. 그 지뢰는 독수리눈을 가진 천정배가 잘 간파하고 있다.

천정배는 민주신당 내의 유일한 지뢰제거반이다. 그런데, 지뢰제거반이 제거될 위기에 처해있다. 이 지뢰제거반을 살리려면 어찌해야 하는가?

태그:#문국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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