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약 50km 떨어진 에비아에서 발생한 산림화재로 불어온 붉은 연기의 짙은 장막이 25일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 상공을 뒤덮고 있다. 코스타스 카라만리스 그리스 총리는 이날 전국에 걸쳐 일고 있는 대규모 산림화재로 적어도 44명이 죽고 다른 수십 명이 부상한 가운데 전국비상사태를 선언했다. <저작권자 ⓒ 2007 연 합 뉴 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AP=연합뉴스

(부다페스트=연합뉴스) 권혁창 특파원 = 그리스에서 사상 최악의 산불이 전역을 휩쓸면서 사망자 수가 50명을 넘어섰다고 현지 언론들이 26일 전했다.

전국에 국가 비상사태가 선포된 가운데 그리스 당국은 이번 재난이 대부분 방화로 인한 것이라고 밝히고 65세의 남성과 두 청년 등 아르에오폴리스 지역에서 방화범들을 체포해 조사중이다.

1천여명의 군인과 소방대원이 긴급 투입되고, 유럽연합(EU) 내 12개국이 지원에 나섰지만 지난 24일부터 급격히 번지기 시작한 산불은 좀처럼 불길이 잡히지 않은 가운데 곳곳에서 마른 숲과 가옥을 숯등걸로 만들고 있다고 당국은 전했다.

니코스 디아만디스 보건부 대변인은 "산불이 국토의 절반 이상을 태우고 있다"며, 그리스에서 전례없는 대재앙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피해 규모는 집계조차 할 수 없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그리스 야당은 정쟁 중지를 선언했으며, 주말 프로 축구 경기 일정도 모두 취소됐다.

피해가 가장 큰 지역은 그리스 남부의 펠로폰네소스 반도의 산악 지역과 아테네 북쪽의 에비아 섬으로, 이날 오전 불길은 올림피아와 피르고스 인근까지 번지면서 주민 수백명이 집을 버리고 대피했다.

24일 타이게토스산에서 발화, 북서 방향으로 급격히 번지고 있는 이번 산불로 10개 지역 마을 주민들에 대피령이 내려졌으며, 스파르타와 칼라마타를 잇는 고속도로도 전면 폐쇄됐다.

반도 서쪽 올림피아시 남부에 위치한 자하로 지역은 95㎞ 떨어진 곳에서도 검은 연기가 보일 정도로 마을 전체가 불에 탔으며 이 지역 주변에서만 다수의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한 39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 곳에서는 실종됐던 어머니와 자녀 4명의 부둥켜안은 시신이 발견돼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여름철 관광객이 모여드는 마니 반도에서도 주말 행락객과 소방대원 등 6명이 희생됐다.

하지만 진화에 나선 헬기들이 집중 투입되면서 올림피아의 고대 유적은 가까스로 화마의 위협에서 벗어났다고 지역 관리들이 전했다.

고대 올림피아의 기오르고스 아이도니스 시장은 "우리는 운이 좋았다. 현재로선 고대 올림피아는 위험하지 않다"고 말했다.

▲ 27일 이비아 섬의 데오로고스 마을 근처에서 한 남자가 불타는 산을 바라보고 있다. 사망자가 60명에 이르는 최악의 산불이 그리스 전역에서 발생한 가운데 소방관들은 항공기를 지원받아 고대 올림픽 탄생지를 화염으로부터 지켜냈다.
ⓒ AP=연합뉴스

불길이 휩쓸고 지나간 지역 곳곳에 불에 탄 시신과 검게 그은 집, 구덩이에 처박힌 자동차들이 방치돼 있는 등 참혹한 광경이 목격되고 있는 가운데 보건부는 현재까지 49명의 사체가 병원에 안치됐으며, 이중 47명의 신원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AFP 통신은 현재까지 사망자가 51명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보건부 관리들은 구조 요원들이 피해 지역을 수습하면서 희생자 수는 훨씬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코스타스 카라만리스 총리는 TV 연설을 통해 "곳곳에서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것을 우연의 일치로 보기는 어렵다"며 방화범 색출 및 엄벌에 총력을 기울일 것을 약속했다.

그리스는 지난 6-7월 40도를 훌쩍 넘는 폭염에 이어 발생한 대형 산불로 수천 ㏊의 숲이 불타는 등 큰 피해를 입었으며, 소방 당국의 늑장 대처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faith@yna.co.kr

<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 아테네에서 서남쪽 약 310km 지점에 위치한 카이파스 호수 부근의 산에서 25일 산불이 일고 있다. <저작권자 ⓒ 2007 연 합 뉴 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AP=연합뉴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바른 언론 빠른 뉴스' 국내외 취재망을 통해 신속 정확한 기사를 제공하는 국가기간뉴스통신사입니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