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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돌아가심을 하늘이 무너지는 것에 비유해서 천붕지통(天崩之痛)이라 했다. 그러나 자식을 잃은 부모의 슬픔 또한 그 어디에도 비길 수 없을 것이다.

한 순간의 실수가 씻을 수 없는 슬픔을 남긴다고 생각하면 지금의 내 행동에 좀 더 신중하고 책임있게 움직여야 한다. 얼마 전 캄보디아 여객기 추락사고 때 한 팔이 떨어져 나가면서도 자식을 감싸고 있던 부정(父情)이 알려져 많은 이들의 눈시울을 적시게 했다. 부모의 사랑은 그런 것이 아닐까?

지난 18일 출동한 수난(水難)사고 현장에서도 목젖이 울컥거리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회사 동료들과 함께 수련회를 온 30대 젊은이가 충북 단양군 가곡면 남한강 주변에서 이날 새벽1시쯤 술을 마시고 수영을 하다가 한 사람은 천행으로 구조됐지만 안타깝게도 다른 한 사람은 그만 익사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어찌하여 그 늦은 밤에 강가로 갔는지, 왜 강을 건너려고 했는지는 모르겠다. 물가에서 보면 강폭은 아주 가깝게 느껴지지만 막상 건너려고 하면 한없이 멀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멀리서 내려다보는 강이 저렇게 퍼렇고 먼데 말이다. 실제 강폭은 80m를 넘는다.

오열하는 가족들, 그러나...

▲ 저 무심히 흘러가는 강물.인간의 모든 희로애락을 가슴 깊이 묻고 강은 깊은 곳에서 더 거세게 흘러간다. 시체를 찾던 그날 다리 아래선 애달픈 울음이 메아리쳤다.
ⓒ 김영래
18일 새벽 낚시꾼의 신고를 받고 4명의 대원이 출동해 보트로 수색했지만 실패했고 날이 밝으면서 잠수장비를 동원해 수중 수색을 실시했다.

연락을 받고 달려온 가족들이 오열하기 시작했다. 어머니와 누이는 손을 붙들고 부들부들 떨면서 피를 토하는 울음을 쏟아냈고, 강물에 허리를 반쯤 적신 아버지는 말을 잃고 물끄러미 흐르는 강물을 쳐다보고 계셨다. 사실이 아니길 간절히 바라며 울음을 참고 계셨으리라.

호퍼크래프트와 모터보트를 이용해서 119구조대원들과 해병전우회 잠수팀을 계속 이동시키면서 수색을 했지만 강폭이 적어도 80m는 넘고 가운데는 물살이 거센 데다 강원도 쪽에 소낙비가 내려 시야가 확보되지 못해 어려운 상황이었다.

폭염 속에서도 119구조대원들과 자원봉사를 나온 해병전우회팀은 가족들의 오열을 외면할 수 없어 힘들어도 물 속에서 나올 수가 없었고 배로 산소통을 실어 나르며 작업을 계속했다.

18일 점심 때가 되어서도 차마 나오라고 못하던 구조대장도 지쳐가는 대원들을 더 이상 볼 수 없어 식사를 주문했다. 목이 쉬어도 좀체 쉬지 않고 오열하는 가족 옆을 지나면서 "이대로 강 건너 어디쯤에선가 술 마시고 잠들었다 멋쩍은 듯 뒤통수를 긁으며 나왔으면 좋겠다"며 위로해 주고 싶었다.

실제로 그랬으면 얼마나 좋으랴. 그러면 지금까지 고생한 대가로 돌아서서 심한 말 한마디라도 해주고 돌아오면 좋으련만.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사람을 두고 밥 먹으러 나오려니 유가족에게 미안했다.

종일 그 넓은 강바닥을 뒤진 구조대원들은 그야말로 젖은 종이처럼 처지는 몸을 이끌고 사무실 한 편에서 몸을 쉬고 다시 현장으로 달려갔다.

다음날(19일) 그는 뜨거운 태양 아래 차가운 몸으로 세상을 나왔다. 119 구조대원은 제일 힘 빠지는 때가 바로 이 때다. 유족들의 애달픈 울음소리가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

여름 휴가철 남한강 주변에서 종종 발생하는 수난 사고는 대부분 아주 사소하게 시작된다. 가장 어이없고 억울한 것은 물놀이 중 떠내려가는 슬리퍼나 비치볼을 잡으려다 사고가 나는 경우다. 그 작은 것 하나와 목숨을 바꾸는 사고라니 생각만 해도 몸서리쳐지지 않은가.

몇 만 원짜리 구명조끼만 입고 있어도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사고를 귀찮다거나 아니면 저 정도면 내 수영실력으로 건널 수 있으리라는 순간적인 만용이 되돌릴 수 없는 애통한 일을 초래하고 만다는 사실을 잊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여러 사람이 단체로 행동할 때는 더욱 조심해야 한다. 함께한 동료들에게도 씻을 수 없는 기억이 될 수 있다. 내 무책임하고 돌발적인 행동이 남은 사람들에게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슬픔과 무거운 짐을 남긴다는 사실은 꼭 한 번 생각해야 할 것이다.

유명을 달리한 그 분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에게 심심한 조의를 표한다.

덧붙이는 글 | 여름철 물놀이 가장 먼저 안전해야 합니다. 그래야 즐겁습니다. 김영래 기자는 제천소방서에 근무하는 소방공무원입니다.


태그:#수난 사고, #수색, #유가족, #오열, #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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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제천의 소소한 이야기를 전하는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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