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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예비후보가 지난 17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마지막 대선예비후보 합동연설회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예비후보가 20일 당내 최대 라이벌 박근혜 후보의 거센 추격을 뿌리치고 당 대선후보가 됐다.

두 사람의 당내 경선을 가리켜 "한 반의 1·2등이 전교 1·2등을 다투는 것"이라고 비유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힘든 경선이었기 때문에 이 예비후보의 당 대선후보 등극은 청와대로 가는 '8부 능선'을 넘은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두 사람이 당 대표와 서울시장에서 나란히 퇴임했던 작년 6월만 해도 이 후보가 결국 대선후보에 오를 것이라고 확신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이 후보를 지지하는 한나라당 의원은 친형 이상득 국회부의장과 이재오·정두언 의원 정도에 불과했고, 이재오 의원은 작년 7월 당 대표 선거에서 박 후보 측의 지원을 받는 강재섭 대표에게 분루를 삼켰다.

이 후보는 어떻게 당심과 민심을 함께 잡을 수 있었을까? 이 후보가 당내 경선에서 승기를 잡은 몇 가지 요인들을 정리해봤다.

이명박 지지율 견인차 된 '경제' 화두

<국민일보>가 연초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차기 대통령이 지녀야 할, 가장 중요한 업무 능력으로 38.8%가 '실물경제 판단과 예측'을, 19.6%가 '국내정치 지도력'을 꼽았다. "경제인 출신이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는 의견(43.6%)도 '정치인 출신 대통령'(22%)을 선호하는 의견의 2배에 육박했다.

'차기 대통령의 조건'을 묻는 여타 여론조사에도 경제와 시장을 최대 화두로 꼽는 경향이 그대로 이어졌다. 경제전문가 출신의 지도자를 바라는 민심은 이 후보의 지지율 고공 행진으로 이어졌다. 이 후보의 지지율은 한때 50%를 넘어서기도 했는데, 지지율 '조정'을 받은 후에도 2위 주자인 박 후보에게 한 차례도 수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국민들이 경제가 어렵다고 느낄수록 기업가 출신의 이 후보가 기존 정치인들에 비해 한층 높은 점수를 얻게 됐고, 서울시장 재임기간 동안에 쌓은 청계천 복원·버스전용차로 등의 실적이 이 후보의 지지율을 떠받쳤다.

이런 가운데 '빅2' 사이에서 고민하던 당심도 점차 이 후보에게 쏠리기 시작했다는 게 당내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1년 전만 해도 박 후보에 비해 조직력에서 밀린다는 평가를 받았던 이 후보가 김덕룡·남경필·전여옥 의원을 잇달아 영입하며 세를 불린 것도 경제인 출신 대통령을 기대하는 민심에 힘입은 측면이 많다.

이명박 '방패' 뚫지 못한 검증의 '창'

연초부터 한나라당을 강타한 '후보 검증'은 이 후보에게 최대 시련으로 다가왔다.

전직 비서였던 김유찬씨의 '위증 교사' 의혹 제기를 시작으로 ▲ 충북 옥천 임야 투기 의혹 ▲ (주)다스 실소유주 의혹 ▲ 도곡동 땅 차명 은닉 의혹 ▲ 천호동 뉴타운 개발정보 유출 의혹 ▲ BBK 금융사기 연루 및 공동소유 의혹 등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며 이 후보를 괴롭혔다.

경선을 일주일 앞둔 시점에서 BBK 사건의 장본인 김경준씨가 9월 귀국설을 흘리고 검찰이 13일 도곡동 땅과 이 후보의 관련성을 암시하는 듯한 수사 결과를 발표한 것도 막판 표심을 흔들어 놓았다. 검찰 수사와 달리 '위증 교사'가 시도됐을 가능성을 보여준 녹취록이 공개된 것도 이 후보의 도덕성에 적잖은 부담을 줬다.

그러나 계속되는 검증 공방에도 이 후보의 지지율은 쉽사리 흔들리지 않았다.

박근혜 캠프는 "이 후보는 네거티브 한 방에 무너진다"며 '불안한 후보론'을 역설했지만, 적어도 이러한 공세가 경선 국면에서는 먹혀들지 않았다.

도곡동 땅이 자신과 무관하다는 이 후보의 주장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60.5%를 넘었으면서도 이 같은 여론이 이 후보 지지율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SBS의 여론조사(16일)는 검증 정국에서 의미하는 바가 적지 않다.

2002년 대선에서는 감사원장과 대법관을 지낸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에게 유권자들이 도덕적 잣대를 엄격하게 적용한 데 비해, 이 후보에 대해서는 "1960~70년대에 건설업에 종사한 사람이 아주 청렴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한 수 접어둔 결과가 아니냐는 얘기다.

그동안의 네거티브 공방이 위장전입을 제외하고는 이 후보에게 똑떨어지는 허물로 부각되지 않은 것도 이 후보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게 만든 측면이 있다.

이 후보가 당 대선후보가 된 후 결정적인 허물이 드러날 경우 지지율이 허물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이 후보가 워낙 강도 높은 검증을 견뎌낸 만큼 본선이 예선보다 오히려 손쉬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 한나라당 이재오, 심재철, 고흥길, 진수희 등 이명박 대선 경선후보 캠프 의원들은 검찰의 '도곡동 땅 의혹` 수사 발표와 관련해서 14일 새벽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연좌 농성을 벌였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아프간 사태와 정상회담이 '조용한 경선' 만들어

경선을 한 달 앞두고 아프간 인질사태와 남북정상회담 발표 등의 대형 이슈가 잇달아 터진 것도 이 후보에게는 호재로 작용했다.

경선 막바지로 갈수록 후보검증 논란이 격화되며 이 후보의 재산 문제가 유권자들의 표심을 흔들어 놓을 것으로 기대했던 박근혜 캠프의 예상과 다른 양상이 전개됐기 때문이다. 특히 전격적인 정상회담 발표에 대해서는 박 후보 측이 "이 후보를 어떻게든 본선에 세워 검증으로 흔들어보려는 여권의 의도가 작용한 게 아니냐"고 강한 의구심을 표하기도 했다.

박근혜 캠프의 핵심 관계자는 "후보 검증 공방이 정점에 달한 시점에서 아프간 사태와 정상회담으로 세인들의 관심이 쏠리면서 박 후보로서는 막판에 판세를 뒤집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 같다"며 경선 과정에 대해 진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공식적으로 거론되지는 않았지만 박 후보를 겨냥한 '여성대통령 시기상조론'이 암암리에 회자된 것도 이 후보로서는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데 플러스 요인이 됐다.

태그:#이명박, #한나라당 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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