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지난 달 24일 <디 워> 시사회가 끝난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심형래 감독이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고 있다.
ⓒ 쇼박스

자고나면 학력 위조 의혹이 한 건씩 제기된다. 이름 석 자가 귀에 익은 유명인이 고개를 숙이고 등장한다. 끝이 보이지 않는다. 지금까지 고개를 숙인 사람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지금 이 순간 납작 엎드려 있는지도 모른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렀다면 기준을 잡아야 한다. 분석은 이제 큰 의미가 없다. 학벌을 숭상하는 사회의 책임과 거짓말을 해온 개인의 책임이 공존한다는 건 누구나 다 하는 얘기다. 문제는 다음이다. 학벌을 숭상하는 사회에 편승해 거짓말을 해온 이들을 어찌할 것인가?

대놓고 묻자. 매장인가? 그것이 능사인가?

적극적으로 사문서를 위조해 공적 지위를 얻은 경우는 질문대상이 아니다. 허위 학력으로 석·박사 학위를 따고 대학 교수직을 얻은 경우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경위 불문하고 학위와 직책을 되돌려 놓는 건 불가피하다. 행정 원칙이 그렇고 법 논리가 그렇다. 불법행위로 부당한 이익을 챙긴 데 대해 법적·행정적 제재를 가하는 건 당연하다. 이에 이론을 달 사람은 없고, 나설 사람도 없다. 사법기관이 알아서 처리할 일이다.

곤혹스러운 대목은 도덕성이다. 학력을 속여 공적 지위를 얻지 않았고, 단지 사회를 향해 거짓말을 한 경우, 그래서 사법적 잣대를 들이댈 수 없는 경우, 그리고 당사자가 깊이 반성하는 경우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아마도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주 대상이 될 것이다.

정말 곤혹스럽다. 매장이냐 관용이냐는 이분법적 고민이 아니다. 공인의 거짓말이 미칠 도덕적 악영향을 차단해야 하는 사회적 책임, 그리고 검증된 문화예술인의 재능을 살려야 하는 사회적 필요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기 때문도 아니다. 정말 곤혹스럽게 하는 현상은 따로 있다.

심형래 감독이 허위학력 의혹에도 조명 받는 이유는?

심형래 감독의 영화 <디 워>가 18일에 관객 700만 명을 돌파했다. 역대 한국영화 흥행순위 7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궁금하다. 심형래 감독 역시 허위학력 의혹에 휘말렸다. <디 워> 개봉 직전에 고려대 식품공학과를 졸업했다는 학력이 거짓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런데도 불똥이 튀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이 잠적을 하고, 해외로 도피성 출국을 하는데도 심형래 감독은 오히려 문화예술가 한복판에서 화려한 조명을 받고 있다. 도대체 이 기묘한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건가?

이력과 작품을 별개로 간주한 결과라면 다른 문화예술인이 난타를 당하는 현상을 설명할 수 없다. 그의 재능을 사회가 끌어안은 방증이라면 다른 문화예술인에 뭇매를 가하는 현상을 이해할 수 없다.

도대체 뭔가? 국민 의식 저변에 자리하고 있는 도덕성의 실체는 뭔가?

믿고 싶다. 심형래 감독의 인생역전, 성공신화에 매료돼 허위학력 의혹에 눈을 감은 게 아니라고 간주하고 싶다.

그것이 진실이라면 너무 처참하다. 이처럼 극심한 이율배반을 보이는 사회도 없기 때문이다.

그것이 진실이라면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그깟 성공이 뭐길래 학력을 위조하고 사회에 거짓말을 하느냐고 힐난하는 사회는 뭐 그리 중뿔났느냐고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디 워>의 성공이 뭐길래 허위학력 의혹에 눈을 감느냐고, 도대체 성공의 급수를 어떻게 나누길래 비난과 환호의 이중태도를 보이는 것이냐고 물을 수밖에 없다.

곤혹스러워진다. 답을 내놓기가 어려워진다. 가장 쉬운 방법은 진단을 달리하는 것이다. 심형래 감독의 성공신화에 매료돼 그에게 박수 치는 게 아니라고 선을 긋는 것이다.

하지만 능력 밖이다. 다른 진단과 분석을 내놓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그건 독자의 몫이다. 허위 학력에 비난을 퍼부으면서도 다른 허위 학력에 눈을 감은 사람들이 자가 진단할 사안이다.

태그:#심형래, #학력위조, #디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