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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이 오는 28∼30일 평양에서 개최된다. 8일 오전 10시 청와대 춘추관에서 김만복 국정원장이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 이재정 통일부장관과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공식발표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다. 한반도정세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또 하나의 관심사는 17대 대통령선거에 미치게 될 영향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달 20일이면 한나라당의 대선후보도 선출되고 대선정국으로 본격적으로 들어가게 되는 때이다. 한나라당의 대선후보가 선출되고 대통합신당이 국민경선 준비에 들어가는 한복판의 시기에 정상회담이 개최되는 것이다.

대선정국 분위기에는 상당한 영향

정상회담은 당연히 대선정국 분위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이번 회담이 만남 그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는데 그친다면 그 영향은 한시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전반적인 정세를 감안할 때, 회담의 분위기는 대선정국 내내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북한 핵폐기와 적대적 북·미관계 청산을 위한 논의가 진전되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의 정상은 보다 과감하고 통큰 평화의지를 대내외적으로 천명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김정일 위원장이 북한 핵폐기에 대한 의지를 확고하게 보여주면서, 두 정상이 한반도 평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밝히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 정상의 선언적 의지표명이 있게 되면 그에 따른 후속조치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다. 남북경협도 질적인 전환기를 맞게 될 가능성이 크고, 종전선언이나 평화체제 구축문제에 대한 국제적 관심도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일련의 흐름은 12월까지 전개될 대선정국 분위기에 상당한 영향을 주게 될 가능성이 크다.

바로 이 점이 한나라당이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반대하는 이유이다. 범여권세력이 정상회담을 대선정국에 이용하려 한다는 것이 한나라당측의 의심이다. 실제로 범여권세력 내부에서는 정상회담의 개최가 한나라당의 일방적 우위구도에 변화를 가져오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는 반응들이 적지 않다.

막상 '표심'에는 제한적 영향

▲ 8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오는 28일부터 평양에서 열리는 제2차 남북정상회담 개최 소식을 접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그러나 많은 우려 혹은 기대에도 불구하고, 막상 남북정상회담이 대선결과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남북정상회담이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첫 번째 정상회담 때만 하더라도 '감격'의 분위기 일색이었다. 그러나 그 후에 다시 찾아온 북핵위기, 남북관계 악화 등을 보면서 국민들은 보다 현실적이고 냉정한 눈을 갖게 되었다. 정상회담 하나로 국민정서가 크게 좌지우지 되는 상황은 전개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가 된다.

둘째, 이번 정상회담 자체로 당장 한반도정세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두 정상이 합의할 수 있는 것은 대체로 의지의 차원, 그리고 남북관계에 국한된 차원의 것이다. 종전선언이나 평화체제 구축문제 같은 큰 틀의 변화는 북미관계 속에서 결론이 내려질 성질의 문제이기 때문에, 이번 회담 자체가 대선정국에 엄청난 환경변화를 가져오게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셋째, 이번 정상회담에서 적지않은 성과가 나온다 해도, 그것을 특정 정치세력의 전유물로 내세우기에는 어려운 면이 있다. 남북관계의 개선이 기본적으로 북·미관계의 개선에 따른 결과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에서, 회담의 결실을 범여권세력이 차지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정상회담의 성과 따로, 범여권세력을 보는 눈 따로, 그렇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넷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유권자들의 투표행태가 남북관계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같은 사실은 근래 들어 실시된 여러 선거들을 통해 경험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선거 때마다 정치권은 남북관계 관련 소재에 따른 정치적 유·불리를 놓고 다투는 모습을 보였지만, 막상 유권자들은 그에 별로 영향받지 않고 투표하는 경향을 강하게 보여왔다.

정치권, 찬반논란보다 정책마련 나서야

▲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이 오는 28∼30일 평양에서 개최된다. 김만복 국가정보원장과 김양건 북측 통일전선부장은 8월 5일 평양에서 만나 이같이 합의서명했다.
ⓒ 청와대 제공
결론적으로 말해,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대선정국의 분위기에는 적지않은 영향을 줄 것이지만, 막상 유권자들의 '표심'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분위기는 분위기일 뿐이고, 유권자들이 투표장에 가서 투표하는 기준은 따로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그렇게 본다면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각 정치세력의 '기대' 혹은 '우려'는 부질없는 것일 수 있다. 범여권세력이 정상회담으로 뭔가 돌파구를 찾으려 기대한다면 김칫국을 마시는 일이 된다. 그리고 한나라당이 대선을 이유로 정상회담을 무턱대고 반대한다면 '역시 한나라당'이라는 소리를 듣게 될지 모른다.

정치권은 소모적인 찬반논란을 할 시간에, 한반도평화의 시대를 대비하여 어떠한 정책을 연구하고 내놓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훨씬 생산적이고 유익할 것이다. '대선과 남북정상회담은 별개'라는 인식은 청와대 당국자의 말 이전에, 국민들의 머리 속에 이미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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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종양 수술 이후 방송은 은퇴하고 글쓰고 동네 걷기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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