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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플이 출시한 아이폰.
ⓒ 애플사 홈페이지.
지난 6월 29일, 미국 뉴욕의 센트럴 공원 옆 5번가에 위치한 애플매장은 애플의 최고 히트상품인 '아이팟(iPod)' 기능을 탑재한 휴대폰 '아이폰(iPhone)'을 사기 위한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었다. 특히 애플 마니아는 처음 출시되는 아이폰을 사기 위해 약 일주일 전부터 매장 앞에서 밤샘을 하며 기다리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가장 먼저 아이폰을 매장에서 구입한 미국인 그레그 패커(Greg Packer)씨의 경우, 6월 25일 새벽 5시부터 장장 109시간 동안 애플 매장 앞에서 아이폰을 사기 위해 기다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언론 매체를 통해 전세계에 보도된 열광적인 아이폰 열풍은 앞으로 아이폰이 전세계 이동통신 시장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던 삼성·LG·노키아·소니 등 세계 주요 휴대폰 생산업체들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 애플은 이날 하루만 약 20만 대의 아이폰을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아이폰을 출시한 지 한달이 지난 7월 말 현재 아이폰에 대한 열기는 점점 식어가는 추세다. 아이폰을 구매한 실제 사용자들을 중심으로 아이폰이 지닌 여러 가지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어 아이폰 효과에 대한 회의적인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는 실정이다.

'전세계 휴대폰 단말기 시장 1%'가 목표

아이팟으로 MP3 시장을 석권한 애플은 아이팟 성공의 여세를 몰아 휴대폰 시장을 점령할 야심찬 계획으로 아이폰을 출시하고, 2008년까지 약 1000만 대의 아이폰을 판매해 전 세계 휴대폰 단말기 시장의 1%를 차지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애플은 아이폰 출시 약 6개월 전부터 치밀한 마케팅 계획을 세워 실행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애플의 공격적인 마케팅 및 홍보 전략에 힘입어, 지난 6개월 동안 전 세계 언론매체들이 보도한 아이폰 관련 보도건수는 수천 건이 넘고, 전 세계적으로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통한 아이폰 관련 검색 횟수는 수백만 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아가 아이폰 출시 전에 실시된 미국의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설문 응답자 10명중 6명, 즉 60%는 아이폰이 곧 출시될 것을 알고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세계지도에서 이스라엘의 위치를 찾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10명중 8명이 모른다고 응답한 다른 설문조사 결과에 비교해 볼 때, 미국 시민들의 아이폰에 대한 인지도가 얼마나 높은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아이폰의 마케팅이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폰에 대한 일반인들의 높은 인지도가 실제 구매로까지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미디어 관련 조사 업체인 유니버설 맥켄(Universal McCann)은 자체 조사를 통해, 2008년까지 아이폰 1000만 대를 판매하겠다는 애플의 계획은 실현되기 어려운 너무 거창한 계획이라고 평가했다.

유니버설 맥켄은 아이폰이 휴대폰·음악·비디오 플레이어·인터넷·이메일 등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지만, 경제적으로 부유한 선진국에 거주하는 이용자들의 경우, 이처럼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는 단말기에 대한 요구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나 아이폰에 대한 인기가 별로 높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잘 사는 나라에선 '다기능'에 시큰둥... 왜?

이들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응답자의 경우 전체 응답자의 31%만이 아이폰처럼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는 단말기를 선호한다고 응답했고, 일본 응답자의 경우에는 겨우 27%의 응답자만이 다기능 단말기를 선호한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개발도상국과 후진국 국민들의 경우 아이폰처럼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는 다기능 휴대폰을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남미의 멕시코 응답자들의 경우 79%가 다기능 휴대폰을 선호한다고 응답했고, 말레이시아와 브라질 응답자의 경우 72%가 다기능 휴대폰을 선호하고, 그 뒤를 이어 인도 응답자의 70%, 필리핀 응답자의 65%가 다기능 휴대폰을 선호한다고 응답해, 선진국 응답자들과 대조적인 반응을 보였다(Media Guardian.co.uk).

개발도상국 국가나 후진국에 거주하는 응답자들에 비해 선진국에 거주하는 응답자들이 다기능 휴대폰에 대한 선호도가 낮은 이유는 아이폰에서 제공하는 음악·카메라·동영상 서비스 등을 즐길 수 있는 개별 기기들을 이미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아이폰과 같은 다기능 휴대폰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경우, 휴대폰 이용자의 60%는 이미 디지털 카메라·MP3 플레이어·휴대용 DVD 플레이어 등 세 개 이상의 디지털 미디어 관련 기기들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또 다시 비싼 비용을 들여 아이폰을 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터리 수명 짧고 교환도 어렵다" 소비자단체 항의

게다가 아이폰은 최신 기기임에도 불구하고, 3세대(3G) 통신망 대신 데이터 전송 속도가 느린 AT&T의 EDGE 데이터 서비스를 사용해 고속 데이터 전송, 라이브TV 시청 등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는 단점이 있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데이터 전송 속도가 빠른 3G 통신망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아이폰이 소비자들의 소비 취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폰이 가지고 있는 또다른 단점은 배터리의 교환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다른 휴대폰 단말기들의 경우 이용자가 배터리를 손쉽게 교환할 수 있도록 제작된 반면, 아이폰의 경우 내장형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어 이용자가 배터리를 교환할 수 없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아이폰에 내장된 배터리의 경우 300~400회 정도 충전을 하면 배터리 교환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아이폰 이용자가 배터리를 교환할 경우 반드시 아이폰을 애플에 보내 배터리를 교환해야 하며, 배터리 교환비용으로 배송비를 포함해서 86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아이폰 배터리와 관련된 문제점은 현재 미국 소비자 단체로부터 거센 항의와 비판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 모니카에 위치한 소비자 단체의 대표인 하비 로젠필드(Harvey Rosenfield)는 애플에 보낸 공개서한에서 "애플이 소비자들에게 아이폰이 내장형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어 배터리를 반드시 애플에서 교환해야 하고, 교환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며 강력히 항의하고 이의 시정을 요구했다.

마니아들 사이에선 인기... 언제까지 갈까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아이폰의 또 다른 문제점중 하나는 키보드가 없다는 점이다. 아이폰은 일반 키보드 대신 터치스크린을 이용한 문자 입력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아이폰 이용자들의 경험담에 따르면, 터치스크린을 이용한 문자 입력이 어렵고, 잘못 입력한 글자 수정도 쉽지 않으며, 마침표와 쉼표 등 기호를 입력하기 위해서는 다른 화면을 이용해야 하는 등 일반 키보드에 비해 터치스크린을 이용한 문자 입력이 상당히 불편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아이폰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2년 동안 최소 60달러의 미국 AT&T의 휴대전화 서비스에 가입해야 한다. 애플이 미국 이동 통신회사인 AT&T와 독점 계약을 체결해 아이폰 이용자들은 반드시 AT&T사의 통신 서비스 프로그램에 가입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어, 소비자들이 통신 회사를 선택할 권리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는 셈이다.

이 밖에도 아이폰에 저장된 MP3파일을 전화벨 소리로 사용할 수 없고, 아이폰을 통해 문서 파일을 읽을 수는 있지만 편집은 할 수 없는 점, 메모리 카드를 확장할 수 있는 단자가 없는 점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아이폰의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애플만의 독특하고 세련된 디자인과 다양한 기능으로 애플 마니아들과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인기를 누리고 있는 아이폰이 언제까지 그 인기를 누릴 수 있을 지는 두고볼 일이다.

덧붙이는 글 | 최진봉 기자는 미국 미네소타 주립대학교 매스커뮤니케이션 학과 교수로 재직중입니다. 이 기사는 미디어 미래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아이폰, #미국 애플사, #휴대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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