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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철 강한 햇빛을 받으며 운동할 때에는 전해질이 함유된 수분을 자주, 그리고 충분히 섭취해야 합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폭염특보제'란?

기상청에서 지난 1일부터 오는 9월 말까지 3개월간 올해 처음 시범적으로 운영하는 제도로 더위의 강도를 감각적, 수치적으로 예보하기 위해 도입되었고, 내년에 본격적으로 도입할 예정입니다.

폭염특보는 더위의 정도에 따라 '주의보'와 '경보'의 2단계로 나뉘는데, '폭염주의보'는 일 최고기온이 33℃ 이상이고 열지수가 최고 32℃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발표되고, '폭염경보'는 일 최고기온이 35℃ 이상이고 열지수가 41℃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각각 발표됩니다.

(※ 열지수 : 기온이 26.7℃ 이상이고 습도가 40% 이상일 때 사람들이 받는 열적 스트레스를 말합니다.) / 기상청
기상청은 지난 24일 남부지방에서 내리던 비가 그치면서 장마가 종료되었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장마가 끝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지난 25일 남부지방에 '폭염주의보'가 발령된 데 이어 26일에는 기온이 36℃까지 치솟은 영남지방에 처음으로 폭염경보까지 발령되었습니다. 또 27일 서울에서도 열대야 현상이 나타나며 전국이 찜통더위 속에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여름에는 제대로 된 더위를 맞봐야 한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올 여름도 작년과 같이 폭염의 한가운데 여름을 보내야 할 것을 생각하면 그리 달가운 일만은 아닙니다. 특히 찜통 같은 날씨는 우리의 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최근 지구온난화로 인한 여름철 폭염으로 유럽에서만 지난 2003년 한 해 동안 3만5천명이 사망하였고, 우리나라도 1994년 7월 폭염시 180명의 사망자를 기록하여 7월의 하루 평균 사망자수 100명보다 80명이 더 많았습니다. 미국의 경우도 최근 10년 동안 사망자가 연평균 170명으로, 태풍으로 인한 사망자 117명과 홍수 74명보다 훨씬 많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올해도 현재까지 40℃를 웃도는 폭염이 닥친 헝가리에서만 500여 명이 사망했고, 지난 120년 중 관측 사상 최고 기온인 45℃를 기록한 마케도니아와 보스니아는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였습니다. 루마니아에서는 현재까지 찜통더위로 30명이 숨지고 이달에만 폭염으로 1만 9000명이 병원에 실려 가는 등 동유럽의 많은 국가들이 더위로 인해 고생하고 있습니다.

'폭염'에 가장 취약한 사람들은?... 만성 질병 많은 '고령자들'

▲ 조선 중기의 화가 이경윤의 '고사 탁족도'입니다. 시냇가에서 발을 담그고 있는 옛 선조들의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 국립중앙박물관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51년 만에 찾아온 최고의 무더위로 기록되던 지난 94년 여름, 65세 이상 노인 사망률이 이전 연평균 사망률보다 2배로 늘었다고 보고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3년 유럽에서의 폭염 당시 희생된 대부분의 사망자도 당뇨병이나 심장병, 비만 등 만성질병을 가진 노인들이었습니다. 즉, 각종 만성 질병이 많은 고령자들이 폭염에 일반인들보다 취약하다는 뜻입니다.

심경원 이대목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더위로 인한 땀 분비의 많은 증가는 탈수 증세를 심화시키고 이는 고혈압·고지혈증·당뇨·동맥경화증과 같은 만성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심혈관 질환 및 대사성 질환자, 고령자와 어린이 등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특히 '여름철 탈수 증상'은 전해질의 불균형을 초래하고 혈액을 끈적끈적하게 만들어 혈전을 생기기 쉽게 만들기 때문에 혈액순환의 문제를 가져올 수 있어 겨울철 주로 문제가 되는 뇌졸중의 위험도 높아질 수 있습니다.

한편 당뇨병을 가진 환자는 땀 분비로 인한 수분의 소실과 함께 소변량도 함께 증가하기 때문에 탈수증상이 심해질 수 있습니다. 또 비만한 사람들도 체내의 열이 쉽게 빠지지 않기 때문에 더위에 취약합니다.

이렇게 더위에 취약한 사람들은 햇볕이 강한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는 가급적 야외 활동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김세홍 가톨릭의대 강남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햇빛이 강한 낮 시간대에 야외 활동을 하게 된다면 휴식 시간은 장시간보다는 짧게 자주 가지도록 하고,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수분을 섭취할 때는 목이 마를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자주 섭취하여야 하고, 활동 시에는 시간당 적어도 200㎖ 이상 수분 섭취를 해주는 것이 좋다"고 충분한 수분섭취의 필요성을 강조합니다.

한 여름엔 '이열치열'이라던데... 과연 맞는 소리일까요?

▲ 여름철 최고의 보양식으로 평가받는 삼계탕. 속을 따뜻하게 해주는 삼계탕은 이열치열의 대표적 음식입니다.
ⓒ 금산인삼축제집행위원회
복날이 되면 각종 견공들과 닭들이 수난을 당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복날에 더위로 잃은 입맛을 보신탕과 삼계탕과 같은 보양식이 대신했고, 이런 전통은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복날에 장어를 먹는 풍습이 있으며, 중국에서는 값이 비교적 싼 거북탕과 값은 매우 비싸지만 잉어 부레, 사슴 힘줄, 동충하초, 해삼, 송이버섯 등으로 만드는 불도장을 즐긴다고 하니 한·중·일 3국이 여름을 이기는 방법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우리 선조들은 더운 여름을 이기기 위해 열을 열로 다스리는 '이열치열'의 방법을 사용하였습니다. 의학적으로 이열치열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겨울에 날씨가 춥다면 표피에 흐르는 혈류량이 줄어들고 속의 열이 많아집니다. 그러나 여름이 되어 날씨가 더워지면 겨울철에 발생하는 현상과 반대로 표피 혈류가 빨라지고, 내부 혈류량이 줄어들면서 속이 차가워지고, 위장 내부의 에너지가 감소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위장관 계통이 상대적으로 차갑게 되고 위장 기능이 떨어지면서 몸이 상하게 되는 것입니다.

정희재 경희대학교 한방병원 폐장호흡내과 교수는 "복날 보양식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삼계탕은 성질이 따뜻한 닭뿐만 아니라 함께 들어가는 인삼·황기·마늘도 따뜻한 기운을 가지고 있으므로 위장을 보할 수 있다"면서 "한의학적 관점으로도 전통적으로 복날 섭취해온 보양식은 지혜롭게 여름을 나는 방법"이라며 복날 많이 소비하는 보양식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말합니다.

비록 '이냉치냉'과 같은 말이 쓰이고 있지는 않지만, 정 교수는 "함흥냉면이나 평양냉면과 같이 찬 성질의 냉면이 북쪽에서 겨울에 주로 애용되던 음식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겨울에 속의 열을 냉면으로 꺼뜨려 건강을 지키려는 선조의 지혜가 이열치열의 방법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입니다.

하지만 열에는 열로 다스리겠다고 과도하게 땀을 내는 방법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특히 더운 곳에서 체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경우 심하면 어지러움·구토·설사 등으로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 야외에서 모자나 수건 등으로 한여름의 강한 햇살을 막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고온에서 오랜 시간 일을 하거나, 운동으로 땀을 많이 흘렸을 때 발생하는 질환인 '열피로(heat Exhaustion)'는 피로감·구역·현기증·근육 경련을 일으키고 심하면 순환장해에까지 빠질 수 있습니다.

가장 심각한 고열 노출로 인한 질환인 '열사병(Heat Stroke)'은 고열 노출로 체온 조절 기능이 마비되고 중추 신경장애, 현기증·오심·구토·두통·발한정지에 의한 피부 건조·허탈·혼수상태·헛소리 등 여러 가지 증상을 보이게 됩니다.

김세홍 가톨릭의대 강남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이러한 경우 지체없이 병원으로 옮게 치료를 받도록 해야 한다"며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전해질이 함유된 수분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고 이온음료와 같은 음료의 섭취를 강조합니다.

이번 여름도 작년 못지않은 무더위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지혜롭게 무더위를 피하며 건강을 챙기는 자세가 필요한 때입니다. 모두 올여름 닥칠 폭염과의 싸움에서 승리하시기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도움말을 주신 분들] 심경원 이대목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김세홍 가톨릭의대 강남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정희재 경희대학교 한방병원 폐장호흡내과 교수

엄두영 기자는 현재 경북 의성군의 작은 보건지소에서 동네 어르신들을 진료하고 있는 공중보건의사입니다. 많은 독자들과 '뉴스 속의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태그:#폭염, #무더위, #이열치열, #열피로, #열사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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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면허의사(의사+한의사). 한국의사한의사 복수면허자협회 학술이사. 올바른 의학정보의 전달을 위해 항상 고민하고 있습니다. 의학과 한의학을 아우르는 통합의학적 관점에서 다양한 건강 정보를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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