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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예비후보의 재산 의혹을 둘러싼 검찰의 수사가 차츰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같은 당 원희룡 예비후보가 "검찰이 (당 경선과정에) 끼어들면 우리가 꼭 당할 것이라고 보는 것은 지나친 피해의식이다"고 밝혀 주목된다.

원희룡 후보는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밝히며 "고소가 취소되든 유지되든 어차피 (고소내용이) 국민적인 의혹으로 제기된 이상 철저한 검찰수사에 의해 정리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원 후보는 "지난 2002년 '김대업 사건' 이후 검찰 수사는 무조건 당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게 된다는 그릇된 인식이 싹텄다"며 "검찰이 수사를 하고 안 하고는 본질과 다르며 애초 수세에 몰릴 수 있는 여지를 원천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국정원의 정치사찰 문제에 대해서도 "국정원의 정치사찰은 그 자체로 처벌을 받고 재발을 근본적으로 막아야 한다"고 전제하면서도 "그렇다고 이 때문에 (이명박 후보의) 다른 부동산 의혹도 그냥 넘어가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한나라당 지도부의 고소·고발 취소 유도 방침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한나라당 최고위원회는 최근까지 이명박 후보의 처남 김재정씨에게 고소 취소를 직접 요구해 왔다. 고소를 빌미로 후보 주변에 대한 검찰 수사가 계속되면 예상치 못했던 돌발악재가 나올 수 있다는 염려 때문이다.

원 후보의 이 같은 발언이 당내 젊은 소장파 의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이다. 이들은 그동안 검찰 수사를 통해 의혹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내심 고소 취소에 동조하지 않으면서도 표면적으로는 당 지도부 의견을 따라왔다.

"고진화 사퇴, 약자 배려없는 당 풍토 반영"

ⓒ 오마이뉴스 이종호
지난 20일 경선 후보를 사퇴한 고진화 의원의 뒤를 잇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관측에 대해서는 "고 의원이 그동안 당 안에서 겪은 상처와 아픔에 대해서는 120% 공감한다"면서도 "그러나 중도에 경선을 포기하는 일은 없다"며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당 안팎에서는 이명박, 박근혜 양강체제가 고착되고 좀처럼 흔들릴 기미를 보이지 않는데다 '같은 배를 탄' 고 의원이 갑작스럽게 사퇴하자 원 후보가 고 의원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제기됐다.

하지만 원 후보는 고진화 의원이 갑작스럽게 경선 후보에서 사퇴한 데는 "그 원인이 당에 있다"며 책임을 당에 돌렸다. 그는 "그동안 몇 차례의 정책토론회 등에서 고 의원이 '박사모'나 'MB연대' 회원들한테 받았던 수모를 생각하면 아무리 견해가 다르더라도 당내에서 변화와 개혁을 외쳐온 젊은 의원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당의 풍토를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원 후보는 "고진화 의원의 경선 포기는 고 의원 개인의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그를 통해 비춰진 한나라당의 현재 풍토를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점에서 더욱 뼈아프다"며 "앞으로 다양하고 비판적인 목소리를 수용하지 못하는 당내 풍토가 한나라당이 그동안 내건 자기 변화의 노력과 얼마나 모순된 것인지를 지적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고진화 의원이 사퇴 후 원 후보 편에 서서 같은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있느냐"를 묻는 질문에 "경선 과정에서 서로 위로하고 격려는 했지만 앞으로의 거취에 대해 상의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원 후보는 그러나 "(고 의원이 칩거 중이어서) 아직 전화 통화가 안 됐지만 이 사안에 대해 심도 있는 얘기를 나눠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정책은 오간데 없고 상호비방과 자화자찬만..."

한달 앞으로 다가온 한나라당 경선의 후유증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특히 이명박, 박근혜 후보 지지자들이 전날 제주 합동연설회에서 물리적 충돌을 빚은 것과 관련 "한나라당의 구태정치가 살아났을 때 위기로 갈 수 있다는 우려를 여실히 보여줬다"며 이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원 후보는 "우선 경선 합동유세장에 나온 분들이 정말 국민선거인단, 대의원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며 "근본적으로는 각 후보들 진영 사이에 '상대 후보로는 절대 안된다'는 극도의 불신이 깔려 있어 더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이명박, 박근혜 후보간의 이전투구가 금도를 넘어서면서 당 안팎에선 벌써부터 경선 후유증론이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다. 급기야 당 경선위원회는 이후 예정된 12차례의 지방 합동유세 일정을 잠정 중단키로 했다.

원 후보는 경선 후유증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후보 검증공방에 치우친 경선이 정책 검증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정책토론회는 있었지만 일회성에 그쳤고, 공약은 있었지만 다듬어진 공약으로 진전하지 못했다"며 "정책은 오간데 없고 상호비방과 과거에 대한 자화자찬만 있는 경선을 정책에 초점을 맞춘 경선으로 바꾸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지율 꼴찌라서 열패감? 서열로 사람 보는 시각 없애야"

ⓒ 오마이뉴스 이종호
원 후보 스스로 가장 대표적인 경제정책으로 내세운 '1가구 1주택'이 대선을 겨냥한 일회성 공약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선 "정치인생 내내 다양한 방식과 토론으로 이를 공론화 해 의정활동의 초점을 여기에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또 홍준표 후보와의 연합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상정해 놓고 얘기한다면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겠지만 현재는 현실화됐거나 가능성이 임박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 시점에서 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이른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한나라당의 범주를 벗어난 '제3 지대'에서 특정 세력과의 연대에 대해선 "내 역할은 한나라당이 걸어왔던 구태에서 벗어나 양심과 상식을 가진 국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보수정당을 만드는 것"이라며 "다만 대선 등 한국정치 변화와 정개개편이 임박해서 국민들의 염원이 실린 교통정리가 필요하면 그 같은 큰 틀에 대해서는 시각이 열려 있다"고 밝혔다.

고진화 의원이 사퇴하면서 '지지율 꼴찌'로 밀려난 것에 대한 열패감은 없을까. 서울지역 재선의원, 당 최고위원 경력과 개혁세력이란 상징성까지 업고 경선에 뛰어들었지만 당선 가능성이 없는 '스몰3' 취급을 받으면서 톡톡히 서러움을 겪던 그였다.

이에 대해 원 후보는 "우리가 만들어 나가는 세상이 한줄로 세워서 일등 외에는 전부 의미가 없다고 인식하는 것이나, 사람을 숫자와 서열로 보는 시각을 이제는 버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덧붙이는 글 | 손기영 기자는 <오마이뉴스> 6기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태그:#원희룡, #이명박, #고진화,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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