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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맨 왼쪽)과 부인 세실리아 사르코지(오른쪽에서 두 번째).
ⓒ Le Journal du Dimanche

프랑스의 새로운 퍼스트레이디 세실리아 사르코지가 언론의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프랑스의 정치 풍자 신문 <르 카나르 앙세네> 6월 27일자 기사에 의하면, 세실리아 사르코지는 엘리제궁의 요청에 따라 은행카드를 발급받은 바 있는데 본래 공적인 용도로 사용하도록 되어있는 이 카드를 개인 용도로 사용했다.

대통령 예산에서 바로 결제되도록 되어있는 은행카드는 지금까지 대통령 한 사람에게만 발급됐으며 어떤 퍼스트레이디도 별도로 소지한 적이 없었다.

<르 카나르>는 세실리아가 그동안 두 번에 걸쳐 은행카드를 이용했는데, 두 번 다 점심식사 비용으로 129유로(약 16만원)와 272유로(약 34만원)를 지출했다고 전했다. 엘리제궁 기준에서 보면 많지 않은 금액이지만, <르 카나르>가 이 사실을 들고 나오자 엘리제궁에서는 "반대로 사르코지 대통령은 아직 한 번도 본인에게 지급된 은행카드를 이용해본 적이 없다"고 변명처럼 발표했다.

그러나 사건 보도 후 1주일이 지난 7월 4일, 엘리제궁은 세실리아의 카드를 회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구설수의 주인공이 된 세실리아는 다음날인 5일 <르몽드>와 인터뷰에서 은행카드를 소유하게 된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은행카드 사용이) 훨씬 현대적이고 외국 귀빈에게 줄 의례용 선물이나 장례식 화환을 구입할 때 훨씬 편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엘리제궁에는 외국 귀빈에게 줄 의례용 선물을 구입하는 부서가 따로 있어서 영부인인 세실리아가 그런 문제까지 관여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또한 세실리아가 그러한 목적으로 카드를 이용한 것이 아니라 점심식사대를 지불하는 데 카드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는 말이다. 더욱이 세실리아의 은행카드 이용내역은 공개할 수 있게 되어있다. 크레디 리요네 은행 직원들은 원한다면 누구나 그 내역을 알 수 있도록 되어있다는 말이다.

남편 지지 투표도 거부한 이색적인 퍼스트레이디

세실리아 사르코지는 영부인이 되는 것을 처음부터 원하지 않았다. 남편에게 제발 정치에서 손을 떼라고 항상 권했던 세실리아는 2005년에 "엘리제궁이라면 진절머리가 난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5월 6일, 프랑스 대선 2차 선거에서 세실리아는 남편과 함께 투표소로 향하지 않았다. 사르코지와 함께 간 것은 두 딸이었다. 당시 언론에서는 세실리아의 투표 불참에 대해 한마디씩 했는데, 남편이 대통령이 되는 것을 원치 않았던 세실리아는 투표에 불참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했다.

그러나 불행히도 사르코지는 대통령에 당선됐다.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세실리아는 프랑스 퍼스트레이디가 됐고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해야 했다. 그래서일까? 세실리아는 사르코지가 당선된 날 샹젤리제 푸켓 식당에서 열린 저녁식사 초대를 세심하게 준비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식사에 참여하지 않았다. 2시간에 걸친 식사가 끝나고 사르코지가 콩코르드 광장에서 열린 당선 축하 공연장에 도착했을 때, 세실리아는 함께 모습을 드러내며 당선 후 처음으로 카메라에 담겼다. 군중 앞에서 약간은 당황해하는, 편치 않은 모습이었다.

세실리아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게 된 때는 5월 16일 대통령 취임식 날이었다. 사르코지와 세실리아 부부는 각자 예전 결혼에서 얻은 장성한 아들 둘과 딸 둘과, 자신들 사이에서 태어난 어린 아들을 데리고 취임식장에 도착했다. 정장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남자들과 미색 드레스로 같이 맞춰 입은 여자들의 모습은 이상하게도 미국 대통령 케네디와 재클린 가족을 연상시켰다. 취임식장에서 사르코지는 세실리아에게 가벼운 입맞춤을 선사하기도 했는데, 이런 키스장면은 프랑스 대통령 취임식 자리에서 이제껏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사형선고 받은 불가리아 간호사 찾아 리비아 방문

은행 카드로 구설수에 오른 세실리아는 프랑스인을 또 한 번 놀라게 했다. 7월 12일 세실리아는 1990년대에 438명의 리비아 아이들에게 에이즈 바이러스를 감염시켰다는 이유로 리비아의 트리폴리 감옥에 갇혀있는 5명의 불가리아 간호사를 방문했다. 엘리제궁 비서인 끌로드 게앙을 동반한 방문이었지만 프랑스인들을 놀라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이 방문은 간호사들이 모두 사형선고를 받은 다음날에 이뤄졌다.

원래 리비아 측에서 프랑스의 비공식적 방문 요청을 허용했을 때 끌로드 게앙 혼자서 방문하기로 되어있었는데, 세실리아는 함께 갈 것을 스스로 요청했다. 세실리아는 리비아의 카다피 대통령을 두 번에 걸쳐 만났고 카다피의 딸과도 담화를 나누었다.

세실리아가 벵가지 병원을 방문해 바이러스에 감염된 아이들의 가족을 만난 것이나 트리폴리 감옥에 갇혀있는 간호사들을 만난 것이 리비아 내에서 좋은 반향을 얻었다고 전해진다. 세실리아는 이번 방문을 통해 간호사들 편에 서있는 프랑스의 견해를 다시 한 번 명백히 전했다고 한다.

그러나 프랑스 언론에서는 공개되지 않은 세실리아의 돌연적인 리비아 방문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더욱이 세실리아의 방문이 카다피 측과 희생자 가족이 어떤 합의점을 찾은 후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문은 더욱 커지고 있다.

브뤼셀에 소속된 일부 유럽 외교관들은 유럽연합이 이미 해결해 놓은 문제에 프랑스가 나중에 개입, 마치 그 공이 자기네 덕인 듯이 행세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냐며 비아냥거리고 있다. 밥 지은 자 따로 있고 먹는 자 따로 있다는 식이다.

세실리아의 리비아 방문은 프랑스에서는 비밀로 다뤄졌다가 리비아 정부에서 소식을 전하면서 알려졌다. 프랑스 언론은 뒤늦게 세실리아의 이번 방문이 휴머니즘적 성격이 강한 것이라는 말로 보도했다.

그러나 7월 19자 <리베라시옹>은 사르코지가 현재 리비아 방문을 계획 중인데,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카다피 대통령의 성격 때문에 방문을 망설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사르코지가 세실리아를 리비아에 밀사로 먼저 보냄으로써 현지 분위기를 파악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환호하는 5천여명 두고 궁 안으로 사라지기도

프랑스 혁명일인 7월 14일 전통적으로 진행되는 엘리제궁 가든파티에서 세실리아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여전히 우아한 모습으로 나타난 세실리아는 다소곳한 모습으로 남편의 연설을 지켜봄으로써 '프르미에르 담(퍼스트레이디)' 역할을 차분히 해냈다.

세실리아의 이미지를 군중에게 다시 각인한 것은 사르코지였다. 사르코지는 가든파티의 연설 막바지에서 갑자기 이렇게 말했다. "오늘 세실리아와 쥬디뜨(세실리아의 둘째딸 이름)에게 둘 다 너무나도 예쁘다는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7월 15일자 <르 주날 드 디망슈>에 따르면, 뒤에 서있던 세실리아는 어색해하면서 "굳이 그런 말 할 필요 없는데…"라고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한국과는 달리 예쁘다는 식으로 다른 누군가의 외모에 대해 거의 말하지 않는 프랑스에서 사르코지가, 그것도 공식석상에서 자기 아내가 예쁘다고 말한 건 파격적인 일이다.

사르코지는 연설이 끝난 후 가든 파티에 초대된 5천여명의 환호에 회답하기 위해 이들에게 다가갔는데, 세실리아는 남편과 함께 가지 않고 궁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러고는 다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세실리아는 엘리제궁의 숨은 실력자?

모든 일에 정열이 넘쳐 다혈질이기까지 한 사르코지는 갑자기 벌컥벌컥 성을 내기도 하지만 측근에 대한 애착이 강해 한 번 같이 일한 사람을 해고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러나 남편과는 반대로 건조한 성격으로 알려진 세실리아는 측근을 자주 바꾸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간혹 사르코지의 측근이 갈리는 일이 있는데, 아마도 세실리아의 입김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라는 평이 많다. 사르코지가 세실리아의 말은 듣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세실리아의 위치를 파악한 사람들은 누구보다 세실리아와 가깝게 지내려고 한다. 잡기 어려운 대통령과의 면담도 세실리아의 말 한 마디면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르코지는 내각을 조직하면서 알제리 출신 여성인 라시다 다티를 사법부 장관에 임명하는 파격적인 행동을 했다. 그런데 7월 12~18일자 <누벨 옵세르바퇴르>에 의하면 세실리아는 다티와 아주 절친한 관계다. 세실리아는 "그녀(다티)는 친구 이상이다, 난 그녀를 내 동생처럼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남편에게 학대받은 여자들을 위해 오랫동안 다티와 함께 일했던 세실리아가 사르코지에게 다티를 사법부장관으로 추천했다고 한다. 결국 사르코지는 정부 구성원의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다티를 사법부장관에 임명했다. 이로써 프랑스에서는 처음으로 아랍 출신 여성장관이 탄생했다.

사람에게 싫증을 잘 느끼는 것으로 알려진 세실리아가 다티에게 품는 애착은 대단한 것 같다. "다티는 어려움을 많이 겪은 여자다. (중략) 그러나 그녀는 한 번도 불평하는 적이 없다. 더욱이 그녀는 예쁘기까지 하다." 사르코지에 이어 이번에는 세실리아가 다시 다른 사람의 외모를 언급했다. 그것도 기자 앞에서. 드문 일이다.

프랑스 언론은 대체적으로 세실리아가 기존의 퍼스트레이디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지만 아직까지 자기만의 독특한 이미지를 구축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48세의 젊은 나이로 퍼스트레이디가 된 세실리아 사르코지가 향후에 어떤 색깔의 이미지를 프랑스 국민에게 심어줄지 지켜볼 일이다.

태그:#니콜라 사르코지, #세실리아 사르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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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 자유기고가, 시네아스트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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