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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완] 7월4일 오후 5시

▲ 서울 강남 경기고등학교 전경.
ⓒ 오마이뉴스 장윤선

서울 경기고 교사들이 학부모로부터 돈을 받고 내신 성적을 조작해준 혐의로 검찰수사가 진행중인 가운데, 이번에는 불법적인 방법으로 '동일 학군내 전학'이 이뤄졌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 5월 이같은 내용의 첩보를 입수한 뒤 2개월여 '경기고 전학비리' 의혹에 관계된 교사들을 소환 조사하는 등 사실관계를 탐문하고 있다. 무엇보다 경찰은 이번 '전학비리' 의혹에 불법적인 방법이 개입됐는지, 뇌물공여·직권남용·뇌물수수 혐의는 없는지 등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경찰은 서울시 교육청이 정한 '전편입학 시행지침'에 '동일 학군 내 전학 금지' 조항이 있음에도 전학이 이뤄진 배경에 대해서도 수사망을 넓히고 있다.

2005년 2월 서울 강남의 한 중학교를 졸업한 A학생은 같은 지역에 있는 구정고에 배정됐다. 그러나 A학생은 입학한 지 보름 만에 다른 학교로 전학갔다. 같은 해 3월 18일, A학생이 옮겨간 학교는 같은 학군의 경기고다. 불과 16일만에 이뤄진 전학이다.

담임교사 "아주 특별한 케이스로 전학"

서울시교육청은 동일 학군 내의 전학을 금지하고 있다. 다만 서울시교육청이 정한 '전·편입학 시행지침'에 따라 두 가지 이유에 한해 동일 학군 내의 전학을 허락하고 있다.

첫째는 학교보건진흥원이 인정한 '근거리 통학대상자'이다. 근거리 통학 대상자로 선정된 학생은 대개 장애인이다. 평준화 지역에서의 고교 배정이 추첨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집 가까이에도 학교가 있는데 버스를 타고 다녀야 하는 거리에 배정됐다면 좀더 편하게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근거리 통학'을 결정한다.

둘째는 학교장 추천에 의한 전학이다. 이때 합당한 사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교내 학교폭력의 가해자이거나 피해자, 또 다른 하나는 왕따 등의 집단따돌림 학생이다.

그렇다면 A학생의 전학은 어떻게 이뤄진 것일까. 일단 A군은 비장애인이다. 따라서 근거리 통학대상에는 포함될 수 없다.

2005년 3월 당시, A학생의 첫번째 담임을 맡았던 구정고 교사 B씨는 "A군은 아주 특별한 케이스로 전학을 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만 말한 뒤 입을 닫았다. '아주 특별한 케이스'가 어떤 것인지는 철저히 함구했다.

그러나 구정고의 한 관계자는 "A군의 전학이 학교장 추천으로 이뤄졌으며, 이미 경기고에도 구정고 교장 추천서를 팩스로 보낸 바 있다"고 확인해줬다. 학교장이 어떤 내용으로 추천했는지에 대해서는 일일이 밝히지 않았다.

이와 관련, 정정옥 서울 구정고 교감은 지난 25일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전학 간 학생 개인에게 누가 되기 때문에 관련 내용에 대해 말할 수 없다"고 전제한 뒤 "개인의 정보를 보호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말하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정 교감은 이어 "학교장 추천 전학사유에 대해서는 기밀을 유지해야 한다"며 "자라나는 청소년에게 치명적으로 불리할 수도 있는 일에 대해 언급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정 교감은 "A학생의 전학서류를 서울시교육청이 받아들였을 때는 전혀 하자가 없는 것 아니냐"며 "학교장 추천의 전·입학에는 절대로 불법이 개입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전학서류가 부실하면 서울시교육청이 반려한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그는 "학교의 명예와 관련된 일"이라며 "확대보도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학비리 의혹'에 관련된 모든 서류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도, 공개할 수도 없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꼭 알고 싶다면 서울시교육청 공보관실을 통해 취재하라고 안내하기도 했다.

경기고 교장 "지도 불능인 경우, 동일학군 내 전학 가능"

반면, 경기고 이영만 교장은 구정고와는 전혀 다른 의견을 피력했다. 지난 26일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이 교장은 "A학생은 체육특기생"이라며 "구정고 체육 특기 관련 부로 입학했는데 그곳이 해체돼, 경기고로 전학을 오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이 교장은 "구정고 교장이 '지도 불능'의 입장을 밝혀 우리 학교에서 받았을 뿐"이라며 "이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 합법적인 일"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서울시교육청에서 A학생에 대한 배정공문을 보냈기 때문에 우리는 그에 따라 처리했을 뿐"이라며 "자세한 내용은 2005년 당시 A학생의 전학을 담당했던 서울시교육청의 담당자와 구정고 교장에게 문의하라"고 일축했다.

무엇보다 이 교장은 "학교장의 '지도 불능'이 인정되면 같은 학군 내에서도 전학이 가능하다"며 "서울시 교육청이 보낸 배정공문에 하자가 있다면 모를까 우리 학교에서는 아무 것도 잘못 처리한 게 없다"고 말했다.

"A학생은 체육특기생이 아니었다"

이 교장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구정고의 한 교사는 "체육특기생은 중학교 때부터 각종 대회 수상경력에 따라 해당 교육청에 선수 등록이 된 학생을 말한다"며 "A학생은 체육특기생으로 구정고에 배정받은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교사는 "구정고에는 00부(체육특기)가 있다가 해체된 게 아니라 아예 처음부터 없었다"며 "구정고에는 사격부와 볼링부 뿐"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당시 기억을 더듬어보면 교장선생님께서 A학생에게 00부가 있는 학교로 가고 싶다면 어디에 있는지 찾아보라고 권고했었다"며 "A학생이 전학을 원한다면 다른 학교에 추천서를 써주겠다고 했었다"고 전했다.

또한 A학생을 지도한 바 있는 경기고 전 교사 C씨는 "이 학생은 중학교 때 현재의 체육특기와 관련된 운동을 하지 않았다"며 "만일 A학생이 체육특기생이었다면 중학교 때부터 어떤 종목이든 체육특기자로 선발됐어야 하는데 그게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C씨는 "일반 학생으로 구정고에 배정받은 A학생이 체육 특기로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경기고로 전학을 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경기고로 온 뒤에 '체육활동 중인 학생'이기는 하나 A학생이 '체육특기자'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영만 교장의 해명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이준순 서울시교육청 장학기획 장학관은 "전·편입학 시행지침에 위배되는 전학은 모두 불법"이라며 "정상적인 전학절차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근거리 통학대상 선정자와 왕따 등의 집단따돌림·학교폭력의 가·피해자 이외에는 학교장 추천에 의한 합당한 '동일 학군 내의 전학'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 서울 강남 경기고등학교 정문.
ⓒ 오마이뉴스 장윤선


태그:#경기고등학교, #구정고등학교, #이영만 교장, #승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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