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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기자회견 내내 기자들은 침통한 표정이었다.
ⓒ 박상익
지난 6월 23일 KBS 1TV <미디어포커스>에는 한 외국 기자의 이야기가 소개됐다.

바로 1976년에 폭탄 테러로 사망한 <애리조나 리퍼블릭>의 기자 돈 불스(Don Bolles)와 그의 뜻을 잇기 위한 애리조나 기자들의 연대인 '애리조나 프로젝트'.

당시 돈 불스는 20년이 넘도록 생명의 위협을 감수하면서 애리조나주의 마피아 조직을 파헤치고 있었다. 결국 이를 방해하기 위한 압력은 의문의 차량 폭발사고로 이어졌고, 애리조나의 유능한 탐사기자는 짧은 생을 마감하게 되었다.

애리조나의 조직폭력 문제는 한 탐사 기자의 죽음으로 인해 금단의 영역으로 남는 듯 했다. 하지만 애리조나의 기자들은 돈 불스의 뜻을 이루고 불의에 대항하기 위해 ‘애리조나 프로젝트’라는 이름 아래 연대하는 굳은 결의를 보였다.

애리조나의 기자들은 자신들의 휴가와 사비를 들여 돈 불스가 마저 이루지 못한 조직 폭력문제를 끝까지 파고들어 결국 20여건의 탐사 보도 기사를 세상에 내놓았다. 이는 폭력과 테러가 결코 진정한 언론의 자유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해낸 사례가 됐다.

30여년이 지난 오늘, 대한민국에서는 이 사건과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기자들이 권력의 심층부에 대한 진실을 밝혀내려 하는 것에 대해 자본권력과 언론인을 내세우는 자들이 앞장서 기자들의 펜을 꺾으려 한 것이다. 바로 <시사저널> 문제다.

1년 전의 기사 무단 삭제 사건을 발단으로 이어온 <시사저널> 문제는 26일 오전 <시사저널> 노조원들이 전원 사표를 제출하기로 공식 발표함으로써 일단락되었다. 이제 <시사저널> '전직' 기자들은 ‘참언론실천시사기자단’이란 이름으로 권력으로부터의 언론 수호를 위한 두 번째 도전을 시작했다.

그러나 파업 중인 기자들이 사표를 냈다고 해서, 기존의 둥지를 떠나 새 매체를 만든다고 해서 본질적인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를 계기로 적극적인 언론 자유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시사저널 문제가 1년이 되도록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다룬 매체는 <한겨레>,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미디어오늘> 등의 한정된 매체에 불과했다. 물론 이것이 언론계에 한정된 문제가 아님이 분명하지만 다수의 매체는 침묵으로 일관해왔다.

동료 기자들의 다수 의견은 파업을 지지하는 것이었지만 그 의지는 실제로 기사로 표출되지 못했다. 이는 조직이 가진 성격에서 나오는 한계, 그리고 자본권력의 압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한계를 단적으로 보여준 한편의 슬픈 드라마였다.

애리조나 지역의 기자들도 돈 불스의 뒤를 이을 때 월급을 주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이 문제를 무마시키기 위한 압력이 있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리조나 기자들은 더욱 단결하여 테러로는 언론을 막을 수 없다는 선례를 만들었다.

<시사저널> 문제를 지켜보면서 심적으로 동감한 기자들이 있어도 자본권력과 조직의 압력 아래 자유로울 수 없었다면 이제는 시민이 나설 차례다. 이미 <시사저널> 기자들은 많은고통과 압력을 견뎌내고 또 한 번의 도전을 시작했다.

26일 기자회견에서 시사저널 기자들은 새로운 매체로의 도약을 알리며 많은 사람들의 성원을 간곡히 부탁했다. 이미 그들은 새로운 출발을 위해 달려갈 준비를 마쳤다. 이 도약을 뒷받침하는 것은 시민들의 역할이다. 언론 자유 수호를 위한 기자들과 시민들이 연대한다면 자본권력이나 정치권력 모두 막아낼 수 있는 한국 언론의 새로운 역사가 그려질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참언론실천을위한시사기자단 후원 계좌
국민은행 832102-04-095740(예금주 유옥경)

시사저널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www.sisalove.com


태그:#시사저널, #애리조나 프로젝트, #참언론실천을위한시사기자단, #시사기자단, #언론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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