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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부네 텃밭도서관 팻말
ⓒ 조찬현

개망초 흐드러진 꽃길에 농부네 텃밭도서관 이정표가 보입니다. 먼 산에서는 부엉이 울음소리 들려오고 앞산에는 뱁새가 합창을 합니다. 까치의 울음소리도 이따금씩 들려옵니다. 오후의 나른함 때문인지 물레방아도 느릿느릿 돌아갑니다.

촘촘히 잘 자란 잔디밭에는 감나무 그늘이 드리워져 있습니다. 감나무 그늘아래 빈 의자에는 따사로운 햇살 한줌 머물고 있습니다. 물레방아 돌아가는 방죽에는 창포 잎 하늘을 찌르고 연잎과 수많은 수생식물이 가득합니다.

▲ 물레방아 돌아가는 방죽에는 수생식물이 가득하다.
ⓒ 조찬현

산골마을 걱정거리 좋게 해결됐으면...

생활 친화적 문화 공간 '농부네 텃밭도서관'입니다. 이곳의 운영자인 서재환씨는 요즘 참말로 복장이 터져 죽을 지경이라고 합니다. 그가 살고 있는 전남 광양 진상면 텃밭도서관과 100m도 안 되는 바로 앞산에 소각로 공장을 짓겠다고 신청한 사업자가 있어서 조용하던 산골 마을 사람들까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합니다.

▲ 소각로 공장 설치 반대 현수막
ⓒ 조찬현
앞산은 작은 산이지만 그 속에는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울창하고 밤이면 백로 떼들이 수백 마리나 찾아와서 잠을 자는 곳이랍니다. 헌데 그곳에 공장이 들어선다고 사람들이 오가고 주변이 시끄러운 때문인지 요즘은 백로 떼도 찾아오지 않아 이래저래 마음이 심란하다고 합니다.

이런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텃밭도서관 문을 열고 들어서려는데 까만 나비 한 마리 나풀대며 오갑니다. 도서관 복도 마루에는 빈 의자 서너 개가 자유롭게 놓여 있습니다. 아름다운 시와 예쁜 그림들로 양쪽 벽면은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 양쪽 벽면은 아름다운 시와 예쁜 그림들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 조찬현
▲ 박행신의 '고물자전거'
ⓒ 조찬현
▲ 텃밭 도서관 서고
ⓒ 조찬현
▲ '농부네 텃밭도서관' 주인장 서재환씨
ⓒ 조찬현

텃밭도서관에서 글밭 일구는 농부

자전거 바퀴에 쓰인 박행신의 '고물자전거', 민후림의 '모래언덕을 걸으며'라는 시가 눈길을 붙잡습니다. 오른편에는 들꽃 사진과 수묵화도 있네요. 도서관에는 세상에~ 서고에 책이 가득합니다. 이건 기적입니다. 기적의 도서관, 기적의 도서관 하더니 아마 이곳이 진짜 기적의 도서관이 아닌가 싶습니다.

▲ 마당에서 그늘막을 걷어내고 있는 농부
ⓒ 조찬현
산중의 거문고가 아니라, 산속에서 진기한 보물을 만난 듯 기쁨입니다. 마당에서 그늘막을 걷어내고 있는 농부가 보입니다.

"농부가 논밭에 안 나가고 왜 이곳에 있어요?"
"여기가 논밭이제"
"?..."
"어디건 내가 있는 곳이 논밭입니다."

▲ 추억의 굴렁쇠와 대나무활, 투호놀이, 죽마 등의 옛 놀이기구
ⓒ 조찬현

마당 한편에는 추억의 굴렁쇠와 대나무활, 투호놀이, 죽마 등의 옛 놀이기구들이 있습니다. 이제 와서 보니 새삼스럽고 참 신기하기만 합니다. 감나무에는 해먹 침대가 걸려있습니다. 아이들의 그네놀이로 즐겨 찾는 곳이랍니다.

안마당에는 노란 매실열매가 멍석에 가득 널려있습니다. 별채 지붕 처마에는 푸른 포도 알이 한여름 햇살에 알알이 영글어갑니다.

▲ 별채 지붕 처마에서 한여름 햇살에 알알이 영글어가는 푸른 포도 알
ⓒ 조찬현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뉴스큐'와 U포터에도 보냅니다.


태그:#텃밭도서관, #농부네, #광양, #서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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